[뉴스트래블=편집국] 한때 어린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던 유원지의 철문은 녹슬어 잠겼다. 입구를 막은 잡초와 부서진 회전목마, 바람에 흔들리는 표지판만이 이곳의 과거를 증언한다.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산자락에 위치한 ‘원주 드림랜드’는 1990년대 중반 지역의 대표적인 가족형 놀이공원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관광객 감소와 시설 노후화로 문을 닫았다. 그 이후 20여 년간 이곳은 사실상 ‘잊힌 공간’으로 남아 있다.
드림랜드는 1995년 개장 당시 원주 시민뿐 아니라 인근 제천, 충주, 횡성 주민들의 나들이 명소였다. ‘꿈의 유원지’라는 이름처럼 어린이 기차, 회전목마, 범퍼카, 미니 롤러코스터가 좁은 산비탈을 따라 자리했고, 주말이면 도시락을 든 가족들로 붐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2003년께부터 주요 놀이기구가 멈췄고, 2007년에는 전기 공급이 끊기며 공식 폐업 상태가 되었다.
이후 10여 년간 드림랜드는 방치되었다. 놀이기구 대부분이 철거되거나 부식됐지만, 일부 건물과 조형물이 남아 ‘도시의 유령공간’처럼 남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SNS와 유튜브에서는 '원주의 폐허 유원지'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영상이 퍼졌고, 이로 인해 '비공식 탐방객’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은 사유지로, 무단출입이 금지돼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안전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드림랜드 일대는 현재 출입통제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며 “불법 촬영이나 탐방은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장을 찾은 이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폐허의 풍경은 충격적이다. 낡은 티켓 부스에는 여전히 ‘입장권 2,000원’이라는 종이 표지판이 붙어 있고, 페인트가 벗겨진 회전목마는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 공원 중앙의 분수대에는 낙엽이 썩어 웅덩이가 됐고, 전망대 근처의 사슴장에는 녹슨 울타리만 남았다. 이처럼 인공의 환락이 사라진 자리엔 시간의 잔해와 인간의 흔적만이 겹겹이 쌓였다.
이 일대는 최근 도시재생사업 구역으로도 검토된 바 있다. 2022년 원주시 도시계획과는 “드림랜드 부지를 포함한 단계동 일부를 문화·휴식형 복합공간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적 있다. 그러나 토지 소유권이 개인 명의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철거비용도 수십억 원에 달해 실질적 진척은 없다. 결국 드림랜드는 여전히 ‘법적으로 존재하되, 물리적으로 방치된 공간’으로 남아 있다.
탐사보도팀이 입수한 위성사진과 현장 기록을 보면, 2024년 현재 일부 건물은 이미 붕괴 직전이다. 폐가 안쪽에는 불법 쓰레기 투기 흔적이 있고, 드라마 촬영팀이 무단으로 이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도시 유휴공간을 예술 창작소로 재활용하는 해외 사례는 많지만, 원주 드림랜드의 경우 안전성과 소유권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곳의 존재는 묘한 상징성을 지닌다. ‘드림랜드’라는 이름이 현실의 몰락으로 끝났다는 점, 그리고 폐허조차 관광의 대상이 되어버린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젊은 세대는 이곳을 “한국판 어반 익스플로레이션(urbex)”의 성지로 여기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도시의 방치된 기억과 경제 쇠퇴의 그림자가 겹쳐 있다. 이곳이 재개발될지, 혹은 완전히 사라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도시의 외곽에 버려진 유원지는 단순한 폐허가 아니다. 그곳엔 시대의 낙관과 좌절, 그리고 기억의 퇴적이 남아 있다. 원주 드림랜드는 지금도 누군가의 카메라 속에서 ‘추억의 잔상’으로 살아 있지만, 그 웃음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멈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