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 특집] "도쿄 가느니 서울 간다"… 일본 내수 시장 뒤흔드는 '방한 관광' 돌풍

  • 등록 2026.04.04 09: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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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일본 관광 시장의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과거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한국 여행이 이제는 일본의 거대한 내수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강력한 대체재로 부상했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의 분석에 따르면, 일본인들 사이에서 비싼 비용을 들여 일본 국내 여행을 가느니 가깝고 즐길 거리 많은 한국을 가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방한 관광이 새로운 일상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방한 일본인 관광객은 365만 명을 돌파하며, 과거 최고점이었던 2012년의 351만 명을 13년 만에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일본인 전체 해외 출국자 중 한국행 비중이 25.4%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일본인 해외 여행객 4명 중 1명이 한국을 목적지로 선택했음을 의미하며, 한국이 일본인들에게 압도적인 제1의 해외 여행지로 등극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정부는 당초 2030년으로 설정했던 외래객 3000만 명 유치 목표를 1년 앞당겨 2029년까지 조기 달성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공식화했다.

지속되는 엔저 현상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일본 내수 물가의 가파른 상승 때문이다. 일본 주요 도시의 숙박비와 교통비가 급등하면서, 현지인들은 비슷한 비용으로 훨씬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한국 여행에 눈을 돌리고 있다. 관광 당국은 이러한 심리를 파고들어 미국 여행을 한 번 갈 비용이면 한국에서 최고급 럭셔리 K-라이프스타일을 여러 번 경험할 수 있다는 고효율 버킷리스트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일본 주요 도시 간 이동보다 짧은 비행시간과 일본어 전용 앱, QR 결제 시스템 등 고도화된 관광 인프라는 일본인들이 느끼는 해외여행의 심리적 장벽을 일본 국내 여행 수준으로 낮추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동안 방한 시장을 지탱해온 2030 여성 중심의 소비 구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에서 국내 여행 의향이 가장 높은 계층은 4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여성층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미식, 웰니스, 미용 등 고부가가치 콘텐츠에 과감히 투자하는 실질적 큰 손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존의 획일적인 홍보에서 벗어나 시장을 세분화하고, 대중적 파급력이 큰 OTT와 글로벌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맞춤형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있다. 현재 일본인의 약 80%는 여전히 여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이들을 해외로 끌어내는 것이 시장 확대의 핵심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단순 홍보를 넘어선 실질적인 직접 지원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여권 발급비 인하 정책과 연계하여, 여권 신규 발급자나 갱신자가 한국 여행을 예약할 경우 특별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엔저 상황에서 방한객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보전해주기 위해 현금성 지원책을 시행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방한객 10명 중 7명이 다시 찾는 초성숙 시장인 만큼 초기 진입 장벽만 낮춰준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 일본 내수 수요를 한국으로 완전히 전환시킬 수 있는 관광 산업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성 기자 report@newstrav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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