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두브로브니크(Dubrovnik)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몰리는 도시 중 하나다. 인구 4만 1,000명의 소도시에 연간 650만 명이 찾아온다. 성수기 절정에는 주민 한 명당 관광객이 27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유네스코는 관광 과부하에 경고를 보냈고, 시 당국은 크루즈선 입항을 하루 두 척으로 제한했으며, 2026년부터는 성벽 입장에 사전 예약제를 의무화했다. 이 모든 것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두브로브니크는 여전히, 이 정도 규제가 필요할 만큼 대단한 곳이라는 것.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오른 이 중세 성곽 도시는 과잉 관광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다만 언제, 어떻게 가느냐가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성벽, 두브로브니크의 첫 번째 이유
두브로브니크를 이해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은 성벽 위에 서는 것이다. 13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완성된 이 성벽은 총 1,940미터로 구시가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안쪽으로는 주황빛 테라코타 지붕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고, 바깥으로는 아드리아해가 열린다. 그 사이로 로크룸(Lokrum) 섬이 불과 600미터 거리에 떠 있다. 이 풍경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사진이 과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진이 과장이 아니다.
성벽 한 바퀴는 여유 있게 걸으면 90분이 걸린다. 가장 높은 지점은 북서쪽의 민체타(Minčeta) 요새다. 1464년 유라이 달마티나츠가 설계한 이 탑의 꼭대기에서는 구시가지 전체의 지붕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남쪽 해안을 따라 걷는 구간은 햇빛이 가장 강하게 내리쬐며, 그만큼 바다 빛도 가장 강렬하다. 바로 이 구간이 두브로브니크를 찍은 사진 대부분의 출처다.
2026년부터 성벽 입장은 날짜와 시간대를 사전에 예약해야만 가능하다. 두브로브니크 패스(Dubrovnik Pass, 1일권 40유로)에 성벽, 박물관, 갤러리 입장이 포함된다. 오전 8시에 개방하며, 오전 10시면 이미 혼잡해진다. 패스 없이 성벽만 입장할 경우 약 35유로다. 예약 없이 찾아가면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니, 방문 전 온라인 예약은 필수다.
스트라둔, 구시가지의 척추
파일레(Pile) 문으로 구시가지에 들어서면 스트라둔(Stradun, 혹은 플라차 Placa)이 곧게 뻗어 있다. 석회암을 깔아 만든 300미터 길이의 이 중심 도로는 수백 년 동안 닳고 닳아 지금은 거울처럼 빛난다. 양쪽으로는 바로크 건물들이 대칭을 이루며 늘어서 있고, 골목들이 좌우로 뻗어 나간다. 이 골목 안쪽에서 두브로브니크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스트라둔 오른쪽 끝의 오노프리오 대분수(Velika Onofrijeva česma)는 1438년 완공된 공공 식수대로, 지금도 맑은 물이 나온다. 중세 도시계획의 산물이 현재진행형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분수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프란체스코 수도원이 있다. 14세기에 세워진 이 수도원 내부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현역 약국 중 하나가 있다. 1317년 문을 연 이 약국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구시가지 동쪽의 군둘리치(Gundulić) 광장에는 매일 오전 시장이 선다. 채소, 과일, 라벤더, 올리브유. 관광객을 위한 소품도 섞여 있지만, 현지 주민들이 실제로 장을 보는 공간이다. 광장 위로 이어지는 예수이트(Jesuit) 계단은 넓고 장엄한 바로크 계단으로, HBO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세르세이의 '워크 오브 셰임'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드라마가 이 도시로 쏟아부은 관광객의 규모를 생각하면, 이 계단 하나가 얼마나 많은 것을 바꿨는지 실감하게 된다.
구시가지에서 한 가지만 더 꼽는다면 렉터 궁전(Knežev Dvor)이다. 라구사 공화국 시절 총독이 집무를 보던 이 건물은 고딕과 르네상스가 섞인 독특한 양식으로 지어져 있다. 총독은 임기 한 달 동안 이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공화국이 최고 권력자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자유였다. 지금은 문화사 박물관으로 쓰이며 입장료는 15유로다.
성벽 바깥, 다른 두브로브니크
성벽 안쪽이 두브로브니크의 전부가 아니다. 파일레 문 바로 바깥, 독립적으로 서 있는 로브리예나츠(Lovrijenac) 요새는 11세기에 지어진 성채로, 바다를 향해 37미터 절벽 위에 걸터앉아 있다. 왕좌의 게임에서 레드 킵 외관으로 등장한 곳이다. 입장료는 소액이며, 이곳에서 구시가지와 아드리아해를 함께 담을 수 있다.
스르지(Srđ) 산은 구시가지 동쪽 외곽에 있다. 해발 405미터인 이 산에 오르는 케이블카는 왕복 27유로이며, 3분 30초 만에 정상에 닿는다. 정상에서는 구시가지 전체, 성벽의 윤곽, 엘라피티(Elaphiti) 군도, 맑은 날에는 이탈리아 해안선까지 펼쳐진다. 성벽 위보다 훨씬 덜 붐비면서 더 높은 시야를 제공하는 이곳을 먼저 오르면, 도시의 구조가 머릿속에 먼저 정리된다.
로크룸 섬은 구항구에서 페리로 15분 거리다. 왕복 약 27유로(자연보호구역 입장료 포함). 섬 안에는 베네딕트 수도원 폐허, 식물원, 공작새 떼, 그리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소금 호수인 '죽은 바다(Mrtvo More)'가 있다. 이 호수에서 수영하는 것이 여름 두브로브니크에서 가장 조용한 경험 중 하나다. 섬 자체는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숙박이 불가능하다.
구시가지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라파드(Lapad) 반도와 카브타트(Cavtat)를 떠올려 볼 만하다. 구항구에서 택시 보트로 25분 거리의 카브타트는 두브로브니크 대신 조용한 고택 도시와 해안 산책로를 원하는 여행자에게 맞는 곳이다. 에라필티 군도 당일 보트 투어는 오전 반나절로 끝나며, 두브로브니크 인파 없이 아드리아해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먹는다는 것 … 성벽 안쪽과 바깥쪽
두브로브니크에서 식사는 어디서 하느냐가 무엇을 먹느냐만큼 중요하다. 스트라둔 위의 노천 식당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겨냥한 가격대와 메뉴로 구성돼 있다. 골목 안쪽이나 구시가지 바깥에서 먹어야 가격도, 음식도 달라진다.
달마티아 음식의 핵심은 단순함이다. 그날 잡은 생선을 올리브유와 마늘만으로 굽거나, 해산물과 쌀을 뭉근히 끓인 검은 리소토, 오랫동안 뚜껑 달린 솥 아래 장작불에 천천히 익힌 양고기 페카(peka). 이 음식들이 달마티아 해안에서 수백 년째 이어져 온 기본이다. 페카는 보통 최소 하루 전에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구시가지 안에서는 로칸다 페스카리야(Lokanda Peskarija)가 오래된 신뢰를 받고 있다. 구항구 바로 옆, 어부들의 공간에서 시작한 이 식당은 단순하게 조리한 생선과 해산물, 그리고 검은 리소토로 알려져 있다. 1886년 문을 열어 지금까지 운영 중인 프로토(Proto)는 달마티아 해산물 레스토랑의 원형으로, 성벽 옆 골목에 숨겨진 옥상 테라스가 있다. 코눕(Kopun)은 라구사 공화국 시대 요리법을 복원하는 데 집중하는 곳으로, 거세 수탉(kopun) 요리가 간판 메뉴다. 성벽 바깥, 파일레 문 근처의 나우티카(Nautika)는 미슐랭 스타 두 개를 보유한 파인다이닝으부로, 아드리아해와 로브리예나츠 요새를 동시에 보며 먹는 경험을 제공한다.
파일레 문을 나와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절벽에 붙어 있는 작은 바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부자 바(Buža Bar)다. '구멍'이라는 뜻의 이름 그대로, 성벽에 뚫린 구멍 같은 작은 출입구를 통해 들어간다. 바다 쪽으로 열린 테라스, 플라스틱 의자, 캔 맥주. 여기서 오후의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두브로브니크의 많은 경험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다.
언제, 어떻게
두브로브니크는 사계절 문이 열려 있지만, 7월과 8월은 여행자에게 가장 불리한 시기다. 크루즈선이 동시에 두 척 입항하는 날이면 구시가지에 최대 8,000~1만 명의 당일 관광객이 쏟아진다. 성수기 스트라둔은 발 디딜 틈이 없다. 5월과 6월, 9월과 10월이 최적기다. 날씨는 충분히 따뜻하고 바다도 수영할 수 있으며, 성벽 위에서 발을 멈출 여유가 생긴다. 겨울 두브로브니크는 또 다른 도시다. 주민들의 일상이 돌아오고, 관광객과 섞이지 않은 구시가지의 골목이 보인다.
숙박은 구시가지 안이냐 바깥이냐에 따라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 성벽 안 숙소는 위치의 편리함과 새벽·밤의 도시를 온전히 누리는 경험을 준다. 다만 차량 접근이 불가하고 짐을 직접 날라야 하며, 성수기에는 상당히 비싸다. 라파드 반도는 버스로 구시가지와 연결되며 가격 대비 숙박 품질이 높다. 구시가지에서 약 10분이면 닿는 반도 일대는 두브로브니크 주민 다수가 실제로 사는 구역이기도 하다.
물가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든다. 구시가지 식당에서의 한 끼는 1인당 20~40유로, 파인다이닝은 그 이상이다. 성벽 입장을 포함한 두브로브니크 패스(40유로)는 박물관과 일부 대중교통이 포함돼 있어 여러 곳을 볼 계획이라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구시가지와 주요 해변, 라파드 반도를 잇는 버스는 편수가 많고 단일 요금은 약 2유로다.
성벽 예약, 크루즈선 제한, 입장 인원 통제. 두브로브니크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내놓은 조치들은 여행자에게 불편함이 아니라 기회다. 인파가 줄어든 성벽 위, 예약 없이는 들어갈 수 없게 된 구시가지. 그것이 두브로브니크가 지금 이 순간 선택하고 있는 방향이다. 시장의 말대로, 이 도시의 목표는 두브로브니크를 살아있게 유지하는 것이다.
성벽 밖에서 두브로브니크를 완성하다
두브로브니크에서 3박이면 구시가지를 충분히 걷고, 성벽을 한 바퀴 돌고, 로크룸 섬을 다녀오고, 스르지 산에서 전체 그림을 내려다볼 수 있다. 4박이라면 엘라피티 군도 보트 투어나 몬테네그로의 코토르(Kotor), 혹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Mostar)를 당일로 다녀올 수 있다. 코토르는 차로 90분, 모스타르는 2시간 30분이다. 두브로브니크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주변에는 화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오래 기억되는 곳들이 있다.
아드리아해의 진주. 너무 자주 쓰인 표현이지만, 직접 보면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게 된다. 문제는 진주가 너무 많은 손을 탔다는 것이고, 두브로브니크는 지금 그것을 알고 있다. 가는 시기를 고르고, 성벽 예약을 미리 해두고, 스트라둔 바깥의 골목으로 발을 뻗는 것. 그 정도의 준비만 있으면, 두브로브니크는 아직 충분히 두브로브니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