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중국 랴오닝성 남단의 항구도시 대련은 조금 독특한 도시다. 넓은 광장과 완만한 언덕,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도로, 오래된 유럽풍 거리들이 겹쳐져 있다. 처음 도착하면 흔히 떠올리는 중국 대도시의 밀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북방 해양도시 특유의 시원한 공기와 러시아·일본 조계 시절의 흔적이 지금도 도시 결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련은 5월이 되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도시 곳곳에 심어진 아카시아나무가 동시에 꽃을 피우면서 바다 도시 전체가 희고 은은한 향으로 덮인다. 해풍을 따라 꽃향기가 번지고, 언덕길 위로 떨어지는 흰 꽃잎이 초여름 직전의 계절을 만든다. 대련 사람들이 “가장 대련다운 시간”으로 5월을 꼽는 이유다.
특히 이 시기의 대련은 ‘보는 여행’보다 ‘걷는 여행’에 가깝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해안도로와 공원, 골목길을 천천히 따라가는 방식이 더 잘 어울린다. 실제로 최근 한국 여행객 사이에서도 대련은 화려한 소비형 여행지보다 산책과 휴식 중심 도시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행시간 부담이 비교적 적고, 일본풍 해안도시 감성과 중국 북방 특유의 여유가 함께 느껴진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장소가 노동공원(劳动公园)이다. 중산구 중심에 자리한 이 공원은 대련 시민들의 일상 휴식 공간이지만, 아카시아 개화 시기에는 도시 전체 분위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로 바뀐다. 언덕 산책길을 따라 흰 꽃이 이어지고, 나무 사이로 초여름 햇빛이 스며든다. 관광객보다 현지 시민들의 속도가 먼저 보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더욱 대련답다.
일신가 일대 역시 최근 자유여행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지역이다.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생활 골목 분위기가 살아 있는 곳으로, 카페와 오래된 건물 사이로 아카시아가 자연스럽게 섞인다. 특별한 관광 코스라기보다 도시 안을 천천히 걸으며 계절을 체감하는 장소에 가깝다. 대련이 ‘사진 찍는 도시’보다 ‘머무르는 도시’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런 골목들에 있다.
저녁이 되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아카시아 거리(槐花大道)에는 조명이 켜지고, 바닷바람과 함께 꽃향기가 천천히 퍼진다. 관광객이 몰려드는 화려한 야경 대신, 조용한 해안도시 특유의 밤 풍경이 이어진다. 현지에서는 산책 코스로 익숙한 공간이지만, 여행객 입장에서는 “대련이라는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장면”에 가깝다.
대련의 진짜 매력은 바다와 도시가 함께 이어진다는 점이다. 영빈로에서 방추도(棒棰岛)로 향하는 길은 아카시아 시즌 대표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도로 한쪽에는 꽃이 이어지고, 반대편으로는 바다가 열린다. 해무가 낮게 깔린 날이면 풍경은 더욱 부드러워진다. 빠르게 지나가는 관광버스보다 창문을 열고 천천히 달리는 차량 여행에 더 어울리는 길이다.
빈해로(滨海路)는 대련을 대표하는 해안도로다. 절벽과 바다, 숲과 꽃길이 한 흐름으로 이어지며 도시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특히 5월에는 아카시아꽃이 더해지면서 단순 드라이브 코스를 넘어 하나의 계절 풍경처럼 변한다. 기온 부담이 적고 바닷바람이 시원해 부모님 동반 여행이나 장거리 산책 일정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삼환목장(三寰牧场)처럼 근교 공간까지 함께 찾는 흐름도 늘고 있다. 넓은 초지와 완만한 언덕 풍경 덕분에 가족 단위 여행객과 사진 중심 여행객들의 방문이 증가하는 분위기다. 도심 해안 풍경과 근교 초원 감성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대련 여행 코스의 폭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
대련의 5월은 벚꽃 시즌처럼 화려하게 소비되지는 않는다. 대신 바다 냄새가 섞인 바람과 흰 꽃이 조용히 도시를 채운다. 그래서 이 계절의 대련은 ‘관광지’보다 ‘분위기’로 기억된다. 걷는 속도를 조금 늦출수록 더 선명해지는 도시, 대련의 초여름은 그렇게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