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요즘 여행은 검색으로 시작하지 않는다.
질문으로 시작한다.
“엄마 모시고 가기 좋은 온천 어디야?”
“혼자 조용히 쉬기 좋은 바다 추천해줘.”
“사람 너무 많지 않은 제주 코스 없을까.”
예전 같으면 블로그를 수십 개 뒤지고 유튜브 영상을 돌려봤겠지만, 이제는 AI에게 먼저 묻는다. AI는 취향을 읽고, 동선을 짜고, 식당과 카페를 묶어 순식간에 일정을 만든다. 여행 준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람들이 갑자기 기술을 좋아하게 돼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에 지쳐 있다.
검색창에는 광고와 협찬 후기, 체험단 콘텐츠가 끝없이 쏟아진다. “현지인 맛집”이라는 제목 아래 비슷한 사진과 비슷한 문장이 반복된다. 여행 정보를 찾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어디가 좋은지보다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AI에게 묻기 시작했다.
정보를 더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보를 덜 보기 위해서다.
최근 공개된 ‘2026~2028 국내관광 활성화 전략 수립 연구보고서’도 이런 흐름을 관광산업의 핵심 변화로 본다. 한국관광공사의 AI 기반 추천 서비스, 생성형 AI 여행설계, 공항 스마트패스, XR 관광 등이 대표 사례로 등장한다. 여행이 점점 ‘검색의 시대’에서 ‘추천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여행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요즘 뜨는 여행지”를 찾았다면 이제는 “나랑 맞는 여행지”를 찾는다. 모두가 같은 코스를 따라다니던 시대가 조금씩 끝나고 있는 셈이다.
관광업계 입장에서도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인력 부족은 심해지고, 고객 응대 비용은 계속 오른다. 호텔은 무인 체크인을 확대하고 공항은 얼굴 인식 시스템을 늘린다. 관광의 디지털 전환은 유행이 아니라 생존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AI는 여행을 편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따뜻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AI가 완벽한 동선을 짜줘도 현장에서 무표정한 응대를 받는 순간 여행 만족도는 무너진다. 추천 알고리즘이 아무리 정교해도 관광지에서 “호구 된 느낌”이 드는 순간 기억은 나빠진다. 기술은 결국 경험을 보완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래서 앞으로 중요한 건 더 화려한 기술 경쟁이 아니다.
사람을 덜 지치게 만드는 기술이다.
관광업계도 이제는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더 많은 정보를 보여줄지가 아니라, 어떻게 여행자의 피로와 불안을 줄일 것인지 말이다. AI의 시대일수록 오히려 사람을 이해하는 감각은 더 중요해진다.
좋은 여행은 결국 사람이 완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