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국 관광시장이 본격적인 ‘FIT(개별자유여행) 시대’에 진입했다.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이 여행사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을 선택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 방식도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 외래관광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개별여행객(FIT) 비중은 80.1%를 기록했다. 단체여행과 부분 패키지를 포함한 기타 형태를 크게 앞서는 수치다.
이는 단순한 여행 형태의 변화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여행사의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소비자에서 스스로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여행 동선을 설계하는 주체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관광의 중심축이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한국 관광시장은 중국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았다. 주요 관광 일정은 서울과 수도권, 면세점과 쇼핑센터를 중심으로 구성됐고 관광객 이동 경로도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본·대만·미국·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자유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행 패턴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개별여행 확대는 관광객의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관광객들은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지역 맛집과 카페, 전통시장, 야간관광 콘텐츠, 지역 축제 등을 직접 찾아다니며 소비 범위를 넓히고 있다. 관광업계가 최근 미식관광과 로컬관광, 워케이션, 스포츠관광,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FIT 확대의 배경에는 높아진 한국 관광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자리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항공권 예약부터 숙박, 교통, 결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 여행 환경이 구축되면서 자유여행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최근 외국인 대상 철도와 고속버스 예약 서비스, 다국어 교통 안내 시스템 확대도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은 재방문율이다. 지난해 외래관광객 재방문율은 56.6%로 조사됐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 2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한국 여행 경험을 가진 재방문객이라는 의미다.
재방문율은 관광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질적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첫 방문은 항공 노선 확대나 마케팅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다시 찾는 결정은 여행 경험에 대한 만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한국 관광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확인됐다. 방한 관광객의 한국 여행 전반 만족도는 97.5%를 기록했으며 향후 3년 내 재방문 의향은 92.5%, 타인 추천 의향은 96.3%에 달했다.
세부 평가 항목에서도 높은 만족도가 나타났다. 치안 수준 만족도는 95.6%, 모바일 인터넷 이용 편의성은 94.7%,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은 92.9%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 관광의 경쟁력이 더 이상 특정 관광 콘텐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K-팝과 K-드라마가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면, 실제 재방문을 이끄는 요소는 안전한 도시 환경과 편리한 교통,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 다양한 먹거리와 지역 체험 등 여행 전반의 경험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관광산업의 과제도 분명해졌다. 개별여행객 중심 시장에서는 관광객이 스스로 이동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관광버스 노선보다 지역 콘텐츠가 중요하고, 대형 쇼핑시설보다 지역만의 고유한 매력이 경쟁력이 된다.
외래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 관광의 승부처 역시 여기에 있다. 서울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부산·강원·전남·경북 등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재방문객들이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다시 한국을 찾도록 만드는 일이다.
2025 외래관광객조사가 보여준 가장 중요한 변화는 방문객 숫자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이상 ‘안내받는 여행자’가 아니라 스스로 한국을 탐색하고 경험하는 여행자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FIT 비중 80.1%는 한국 관광이 양적 성장 단계를 넘어 성숙한 개별여행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수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