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한국 여행객들에게 6월의 일본은 다소 애매한 계절로 여겨진다. 벚꽃은 이미 졌고, 여름휴가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여기에 장마까지 겹치면서 여행 적기로 꼽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오히려 이 시기를 가장 일본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계절로 소개한다. 수국이 만개하고 논에는 물이 차오르며 신록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6월을 전통적으로 '미나즈키(みなづき·물의 달)'라고 부른다. 남쪽에서 시작된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전국에 비를 뿌리고, 농촌에는 본격적인 모내기철이 시작된다. 일본어로 장마를 뜻하는 '쓰유(梅雨)' 역시 매실이 익는 시기에 내리는 비에서 유래했다. 비는 여행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니라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자연의 신호인 셈이다.
6월 일본 여행의 주인공은 단연 수국이다. 비를 머금은 수국은 이 시기에 가장 선명한 색을 드러낸다. 일본 곳곳에서 수국 축제가 열리지만 대표적인 명소는 가마쿠라다. 가마쿠라의 메이게쓰인(明月院)은 '수국 사찰'이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유명하다. 경내를 가득 채운 수천 송이의 수국이 비 오는 날 더욱 깊은 색을 띠며 초여름 풍경을 완성한다. 하세데라(長谷寺) 역시 언덕을 따라 조성된 수국 정원으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교토와 나라의 사찰 정원도 6월이면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빗물을 머금은 이끼와 짙어진 숲의 초록은 벚꽃이나 단풍철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일본인들이 이 시기를 '신록의 계절'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화려한 꽃보다 깊어진 자연의 색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오히려 6월이 더 매력적인 시기일 수 있다.
장마철이라고 해서 실내 여행지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도쿄 긴자의 가부키자 극장에서는 일본 전통 공연인 가부키를 관람할 수 있으며, 우에노 일대의 박물관과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특별전이 이어진다. 수족관 역시 장마철 인기 여행지다. 오키나와의 츄라우미 수족관, 도쿄의 선샤인 수족관, 후쿠시마의 아쿠아마린 후쿠시마 등은 날씨와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대표 명소로 꼽힌다.
장마를 피하고 싶다면 홋카이도가 대안이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장마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삿포로에서는 6월 초 요사코이 소란 축제가 열리고, 홋카이도 신궁 축제도 이어진다. 리시리섬과 레분섬에서는 희귀 고산식물이 꽃을 피우며 본격적인 트레킹 시즌이 시작된다.
벚꽃과 단풍은 일본 여행의 상징이지만 그 시기는 짧다. 반면 6월의 일본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을수록 매력이 드러난다. 수국이 핀 골목길, 빗물에 젖은 사찰의 돌계단, 짙어진 숲의 초록은 다른 계절에는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비를 피하는 여행이 아니라 비와 함께 걷는 여행. 그것이 6월 일본이 가진 가장 특별한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