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발리와 몰디브의 독주는 여전했다. 그러나 허니문 시장의 풍경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 신혼여행이 '어디가 가장 유명한가'를 기준으로 선택됐다면 최근에는 '우리 부부에게 가장 잘 맞는 곳이 어디인가'를 따지는 소비가 늘고 있다. 같은 인도양 휴양지라도 어떤 부부는 발리를, 어떤 부부는 몰디브를, 또 다른 부부는 모리셔스를 선택한다. 여행지의 서열보다 여행 방식이 중요해진 것이다.
허니문 전문 여행사 팜투어가 발표한 2025년 예약 현황에 따르면 발리와 몰디브는 각각 신혼여행 예약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하와이·칸쿤·유럽이 뒤를 이으며 이른바 '허니문 빅5' 구도는 최근 3년 연속 유지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순위보다 선택 기준의 변화다. 과거에는 "신혼여행=몰디브"라는 공식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휴양, 액티비티, 미식, 문화체험 등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목적지가 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취향 기반 허니문 소비'로 해석한다.
실제 발리와 몰디브, 모리셔스는 모두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급 리조트를 갖춘 대표 휴양지지만 여행의 결은 전혀 다르다.
발리가 강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다양성에 있다. 우붓의 자연과 예술, 스미냑의 미식과 쇼핑, 울루와뚜의 절경을 하나의 여행 안에 담을 수 있다. 휴양만 하기에는 심심하고, 관광만 하기에는 피곤하다고 느끼는 신혼부부들에게 발리는 가장 균형 잡힌 선택지다.
최근 젊은 세대의 여행 소비 성향과도 맞아떨어진다. SNS에 남길 사진도 중요하지만 여행 과정 자체를 경험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풀빌라 휴양과 액티비티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발리가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다. 우붓 투어와 발리 스윙, 래프팅을 같은 일정에 넣을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반면 몰디브는 여전히 '완벽한 휴식'의 상징이다.
약 1200개의 산호섬으로 이뤄진 몰디브는 리조트 하나가 섬 하나를 차지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다른 관광객과 동선이 거의 겹치지 않고 오버워터 빌라에서 바다로 곧바로 내려갈 수 있는 환경은 다른 휴양지에서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실제 후기에서도 몰디브를 선택한 부부들은 "들어가면 나오기 싫다"는 반응을 반복적으로 남긴다.
다만 최근의 몰디브는 단순 휴양지만은 아니다. 5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만타가오리 시즌과 고래상어 투어가 새로운 매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우기를 비수기로 여겼지만 이제는 해양생태 체험을 원하는 여행객들에게 오히려 매력적인 시즌으로 인식된다.
업계가 주목하는 변화는 모리셔스의 존재감 확대다.
모리셔스는 여전히 발리나 몰디브만큼 대중적이지 않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신혼부부들의 선택지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모리셔스는 휴양과 관광, 자연 탐방, 문화 체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형 여행지다. 인도계와 아프리카계, 프랑스계, 중국계 문화가 섞인 독특한 크레올 문화권이라는 점도 다른 허니문 목적지와 차별화된다.
실제 후기에서는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반복된다. 르몽 산 트레킹과 샤마렐 칠색지대 탐방, 일로셰프 해변 휴양 등 매일 다른 경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두바이 경유 상품과 결합해 한 번의 신혼여행으로 두 개 이상의 목적지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장거리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신혼부부 소비 패턴의 변화와도 맞물린다.
자료에서는 신혼여행 수요를 '허니 코쿤형', '트로피 헌터형', '만물상형', '큐레이터형' 등 여섯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다.
이는 여행지 선택의 기준이 더 이상 지역이나 가격이 아니라 경험과 취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용한 휴식을 원하는 부부는 몰디브를, 휴양과 체험의 균형을 원하는 부부는 발리를, 새로운 문화와 자연을 원하는 부부는 모리셔스를 선택하는 식이다.
결국 최근 허니문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취향'이다.
발리와 몰디브의 양강 구도는 여전히 견고하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세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명한 여행지가 아니라 나와 맞는 여행지를 찾으려는 소비가 늘면서 목적지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신혼여행이 단순한 휴가가 아니라 결혼 후 첫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경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허니문 시장은 이제 '어디가 가장 좋은가'를 묻기보다 '어떤 부부인가'를 먼저 묻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