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광주 사람들은 무등산을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도시 어디에서든 올려다보면 그 자리에 있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색을 바꾸며 광주의 시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등산을 제대로 만나는 방법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그 품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초여름의 무등산은 그 사실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짙은 녹음이 산 전체를 덮고, 숲은 가장 깊은 숨을 내쉬며, 수천만 년의 세월을 품은 바위들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정은 무등산 북쪽 자락 원효사에서 시작된다.
원효사로 향하는 길목에 들어서면 먼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숲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대나무 잎이 서로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소리는 도심의 소음을 지워버린다. 몇 걸음 더 들어서자 고즈넉한 산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라 고승 원효대사의 이름을 간직한 원효사는 오랜 세월 무등산과 함께 시간을 견뎌온 공간이다.

회암루에 올라서면 비로소 무등산의 풍경이 열린다. 기와지붕 너머로 의상봉과 윤필봉 능선이 이어지고, 초여름 햇살 아래 숲은 짙은 초록빛으로 물결친다. 많은 탐방객이 정상을 향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지만, 무등산의 진짜 매력은 어쩌면 이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산과 사람이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풍경이 바로 원효사에 있기 때문이다.
사찰을 뒤로하고 무등산 옛길로 접어들면 숲은 한층 깊어진다.
머리 위를 덮은 나무들은 거대한 지붕을 만들고, 탐방로는 초록빛 터널 속으로 이어진다. 초여름 무등산이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고, 숲은 탐방객에게 그늘과 바람을 내어준다. 발밑의 흙길은 부드럽고, 숲속 공기는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청량함으로 가득하다.

무등산은 오르는 산이면서 동시에 걷는 산이다. 정상을 향한 경쟁보다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탐방객들은 숲길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남긴다. 그러나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하는 풍경도 있다. 나뭇잎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의 냄새와 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함이다. 무등산은 그런 방식으로 사람을 천천히 자연 속으로 끌어들인다.
숲길이 끝나갈 무렵 풍경은 극적으로 변한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했던 시야 앞에 거대한 회색 암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무등산의 상징 서석대다. 마치 누군가 거대한 돌기둥 수백 개를 세워놓은 듯한 모습은 처음 마주하는 이들에게 늘 같은 감탄을 안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규모는 더욱 압도적이다.

서석대는 약 7천만 년 전 화산 활동이 남긴 흔적이다. 뜨거운 용암이 식으며 만들어진 육각형 돌기둥들이 수십 미터 높이로 솟아오르며 장대한 석조 병풍을 이룬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곳을 '돌의 성벽'이라 불렀다. 자연이 만든 조형물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규칙적이고 웅장한 풍경이다.
서석대 앞에 서면 인간의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실감하게 된다. 천년고찰 원효사가 긴 역사를 품고 있다고 하지만, 서석대가 간직한 시간은 그보다 훨씬 오래됐다. 숲이 자라고 사라지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르고 내려가는 동안에도 돌기둥들은 변함없이 무등산을 지켜왔다.

정상부에서 바라보는 풍경 역시 무등산만의 선물이다.
발아래로 광주 도심이 펼쳐지고, 시선을 멀리 두면 남도의 산줄기가 겹겹이 이어진다. 도시와 자연의 경계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면이다. 무등산이 단순한 명산을 넘어 광주의 상징이 된 이유도 이 풍경 속에 담겨 있다. 시민들의 일상과 자연의 시간이 하나의 시선 안에서 만난다.
무등산은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하지만 이 산의 가치는 화려한 수식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원효사의 역사와 숲길의 생태, 서석대의 지질 경관, 그리고 광주를 품은 능선의 풍경이 하나의 여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 있다. 자연과 문화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초여름의 무등산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지나고 있다. 원효사에서 시작해 숲길을 지나 서석대에 이르는 길은 단순한 등산 코스가 아니다. 천년의 역사와 수천만 년의 시간이 나란히 놓인 길이다. 그래서 무등산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산을 오르는 일이 아니다. 숲의 시간을 지나 돌의 시간을 만나는 일이며, 광주라는 도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여행이기도 하다.
여행을 마무리하며: 원효暮鐘과 로컬의 맛
서석대의 비경을 뒤로하고 다시 원효사로 내려오는 길, 시간을 잘 맞춘다면 무등산 8경 중 으뜸으로 꼽히는 ‘원효사의 저녁 종소리(원효暮鐘)’를 들을 수 있다. 산자락에 은은하게 퍼지는 종소리는 하이킹으로 쌓인 몸의 피로와 마음의 잔상까지 차분하게 가라앉혀 준다.
하산 후에는 원효사 주변 원효광장의 식당가나 인근 보리밥 거리로 발길을 옮겨보자. 광주의 넉넉한 인심이 담긴 나물 반찬과 구수한 보리밥, 혹은 시원한 계곡물 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따뜻한 음식은 이번 무등산 여정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줄 것이다.
이번 주말, 가벼운 옷차림과 스마트폰 한 장을 들고 초여름의 푸른 숨결이 가득한 무등산 원효사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정보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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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정보: 원효사 주차장(원효분소) ➔ 무등산옛길 2구간 ➔ 목교 ➔ 서석대 (왕복 약 8km, 소요 시간 대략 3~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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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팁: 무등산 국립공원 원효분소에서는 탐방객들을 위해 등산화, 스틱, 배낭 등 안전장비를 무료로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장비가 없는 초보 여행객들도 부담 없이 방문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