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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특집]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㉘ 대관령

숲의 나라에서 가장 넓은 하늘, 바람이 만든 대한민국의 초원

[뉴스트래블=편집국] 한국의 산은 대체로 비슷한 인상을 준다. 숲이 능선을 덮고, 계곡이 깊게 파이며, 정상에 올라야 비로소 시야가 열린다. 대관령은 이 익숙한 풍경을 처음부터 뒤집는다. 이곳에서는 숲보다 하늘이 먼저 시야를 채우고, 나무보다 초원이 먼저 펼쳐진다. 굽이치는 능선 위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목초지와 거대한 풍력발전기,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들판은 오히려 유럽의 고원지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는 대관령에서 가장 먼저 "정말 한국이 맞나"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대관령은 해발 700~1,000m 안팎의 고원 지형이 이어지는 공간이다. 오랫동안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했던 이 고개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원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관령의 진짜 경쟁력은 높이에 있지 않다. 높은 곳에 올라섰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높은 지형과 강한 바람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들어낸 풍경이 특별하다. 대관령은 산을 감상하는 곳이 아니라 고원을 경험하는 곳이다.

 

 

이곳의 풍경을 만든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람이다. 대관령에서는 바람이 단순한 날씨가 아니다.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힘이다. 사계절 쉬지 않고 능선을 넘는 바람은 숲이 빽빽하게 들어서는 것을 막고 넓은 초지를 유지하게 했다. 겨울에는 눈을 밀어 설원을 만들고, 봄과 여름에는 풀을 키우며, 오늘날에는 풍력발전기의 거대한 날개를 돌려 에너지를 만든다. 다른 지역에서는 스쳐 지나가는 자연현상이 이곳에서는 풍경과 산업, 관광을 함께 만드는 주인공이 된다.

 

대관령을 대표하는 목장들도 결국 이 바람이 만든 환경 위에 자리 잡았다. 대관령 양떼목장은 완만한 언덕을 따라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오래 기억하는 것은 양보다 그 뒤로 이어지는 넓은 초원과 하늘이다. 동물원을 둘러보듯 양을 구경하는 곳이 아니라, 초원 속을 천천히 걸으며 공간 전체를 경험하는 곳에 가깝다.

 

하늘목장에서는 대관령의 개방감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에서는 시야를 막는 숲이 거의 없다. 발아래로 초원이 펼쳐지고, 시선은 멀리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맑은 날에는 동해 방향까지 시야가 열리고, 낮게 깔린 구름은 목장을 마치 하늘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름 그대로 하늘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하는 공간이다.

 

삼양라운드힐은 대관령의 규모를 가장 실감하게 하는 곳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초지 가운데 하나인 이곳에서는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 순간에도 거대한 목초지가 이어진다. 급한 경사 대신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 숲 대신 초원이 만드는 풍경은 한국 산지에서 흔히 만나는 모습이 아니다. 대관령이 '한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경'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이곳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관령은 목장만으로 설명되는 곳도 아니다.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이 지역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완만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회전하는 흰 날개와 초록빛 능선이 겹쳐지는 풍경은 이제 대관령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 자연과 산업시설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경관으로 받아들여지는 국내 몇 안 되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관령은 계절에 따라 가장 극적으로 변하는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봄에는 새싹이 초원을 연둣빛으로 물들이고, 여름에는 시원한 고원 기후 덕분에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가을에는 황금빛 목초가 능선을 덮으며 깊이를 더하고, 겨울에는 바람이 눈과 얼음을 다듬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든다. 특히 눈꽃과 상고대가 뒤덮인 겨울 능선은 대관령을 대한민국 겨울 관광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만든다. 같은 장소라도 계절이 바뀌면 전혀 다른 여행지가 된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관광을 넘어 지역 산업도 키웠다. 고랭지 채소 재배와 목축업은 높은 지대와 서늘한 기후를 활용해 성장했고, 풍력발전은 대관령의 강한 바람을 새로운 에너지로 바꿨다. 2018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인의 시선이 이 지역에 머물면서 대관령은 겨울 스포츠와 고원 관광이 어우러진 국제적인 여행지로도 알려졌다. 자연과 산업, 관광이 같은 환경에서 함께 성장한 드문 사례다.

 

무엇보다 대관령은 여행자의 걸음을 바꾼다. 한국의 산에서는 정상을 향해 걷는 것이 목표가 되지만, 이곳에서는 능선 위를 천천히 걷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 된다. 정상을 정복하는 성취보다 끝없이 이어지는 초원과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오래 기억된다. 시선을 붙잡는 것은 하나의 명소가 아니라 풍경 전체다.

 

그래서 대관령은 목장이 있는 관광지가 아니다. 바람이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완성한 하나의 거대한 풍경이다. 숲이 익숙한 나라에서 초원이 펼쳐지고, 산을 오르기보다 하늘을 바라보게 만드는 곳. 여행을 마친 뒤에도 오래 남는 것은 양이나 풍력발전기가 아니라, 끝없이 이어졌던 능선과 그 위를 스쳐 지나던 바람의 감각이다. 대관령은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 아니라, 가장 넓은 풍경을 만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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