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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분석] 인바운드 성공한 일본, 이번엔 국민을 해외로 보낸다

2030년 해외여행객 2천만 명 국가 목표…'관광 균형'으로 정책 대전환
한국 관광시장엔 새로운 기회…첫 해외여행 수요 선점 경쟁 시작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세계 최대 인바운드 관광국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은 일본이 이제는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국가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외국인을 일본으로 불러들이는 데 집중했던 관광정책의 무게중심이 '일본인을 다시 세계로 보내는 정책'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관광청과 외무성은 물론 여행업계까지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해외여행 활성화 정책은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일본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을 선언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관광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해외여행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여권 발급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고 청년층 해외여행을 적극 지원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가장 먼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일 관광은 새로운 경쟁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바운드 강국 일본, 왜 아웃바운드를 말하기 시작했나

 

지난 10여 년 동안 일본 관광정책의 핵심은 명확했다. 더 많은 외국인을 일본으로 유치하는 것이었다. 엔저와 항공노선 확대, 지방관광 육성, 비자 완화 등을 바탕으로 일본은 지난해 방일 외래객 4,268만 명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세계 관광시장에서 일본은 이미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화려한 인바운드 성장의 이면에는 또 다른 숫자가 있었다. 일본인의 해외여행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출국 일본인은 1,473만 명으로 2019년의 73.4%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들어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회복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일본 정부는 이 불균형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관광은 외국인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일본인이 해외로 나가야 국제항공망이 유지되고, 관광기업의 사업 기반도 넓어진다. 국제교류 확대와 청년 글로벌 경험 역시 국가 경쟁력의 일부라는 인식도 정책에 반영됐다. 그래서 이번 정책은 단순한 여행 장려가 아니라 관광산업 생태계를 다시 균형 있게 만들기 위한 국가 전략에 가깝다.

 

여권값을 낮춘 이유는 '여행비'가 아니라 '심리 장벽'

 

이번 정책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여권 발급 수수료 인하다. 성인의 10년 복수여권은 온라인 신청 기준 1만5,900엔에서 8,900엔으로 약 44% 인하되고, 12세 이상 미성년자의 5년 여권은 1만900엔에서 4,400엔으로 약 60% 낮아진다.

 

하지만 정책의 본질은 비용 절감 자체에 있지 않다.

여권은 해외여행을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절차다. 해외여행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여권 발급비가 심리적·경제적 진입장벽이 된다. 일본 정부는 이 첫 장벽을 낮춤으로써 새로운 해외여행 인구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정책은 여권값 인하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업계 공동 캠페인, 지방공항 국제선 활성화, 교육여행 확대, 워킹홀리데이 활용, 해외 안전정보 강화까지 모두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해외여행을 일부 계층의 소비가 아니라 국민적 경험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움직일 시장은 한국이다

 

일본인의 해외여행이 다시 살아난다면 가장 먼저 반응할 시장은 어디일까. 관광업계는 한국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는다. 비행시간은 2시간 안팎에 불과하고 항공편은 촘촘하다. 여행비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K-팝과 K-드라마, 미식과 쇼핑 등 이미 형성된 관광 콘텐츠는 다른 경쟁국보다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해외여행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 여행객일수록 장거리보다 가까운 목적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한국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지방공항 국제노선 활성화를 정책 과제로 포함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한·일 노선뿐 아니라 부산·제주·대구·청주 등 지방공항을 연결하는 항공 네트워크 확대 가능성을 높인다. 지방 관광지에도 일본인 신규 수요가 유입될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이제는 '재방문객'보다 '첫 방문객'을 노려야 한다

 

이번 정책이 한국 관광업계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마케팅 전략의 변화다. 그동안 일본 시장은 한류 팬과 반복 방문객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키우려는 시장은 해외여행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았거나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다. 한국도 이에 맞춰 새로운 고객층을 겨냥해야 한다.

 

보고서 역시 방한 경험이 없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내 인생 첫 한국여행' 캠페인을 제안한다. 여권 발급비 인하의 혜택을 받는 청년층과 가족 단위 여행객, 지방공항 이용객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과 프로모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관광공사만의 과제가 아니다. 항공사와 여행사, 지방자치단체, 공항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일본 정부가 해외여행의 문을 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국 관광산업이 선제적으로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다.

 

일본의 변화는 한국에도 새로운 판을 연다

 

이번 일본 정부의 정책은 해외여행을 장려하는 단발성 캠페인이 아니다. 인바운드 중심에서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가 함께 성장하는 관광 선순환 구조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이다. 여권 발급비 인하도, 청년 해외교류 확대도, 지방공항 국제선 활성화도 모두 그 전략 아래 놓여 있다.

 

관광정책이 바뀌면 시장도 바뀐다. 일본이 자국민을 다시 해외로 보내기 시작하면 가장 가까운 한국은 그 변화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된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정책이 아니라 한국의 대응이다. 일본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해외여행 수요를 누가 먼저 붙잡느냐에 따라 향후 한·일 관광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일본이 시작한 것은 해외여행 장려 정책이 아니라, 동아시아 관광시장의 새로운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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