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크로아티아를 떠올리면 대부분 여행자는 두브로브니크 성곽과 아드리아해의 에메랄드빛 바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을 먼저 생각한다. 오랫동안 크로아티아 관광은 아름다운 풍경과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는 일정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최근 여행시장은 크로아티아를 바라보는 새로운 이유를 만들어내고 있다. 바로 미식관광(Gastronomy Tourism)이다.
최근 발표된 '미쉐린 가이드 크로아티아 2026'은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크로아티아에서는 14개 레스토랑이 미쉐린 스타를 유지했고, 12곳이 빕구르망(Bib Gourmand), 71곳이 미쉐린 추천 레스토랑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히 유명 레스토랑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가 미식 여행지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쉐린의 영향력은 음식 평가를 넘어 관광산업 전반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 여행객들은 미쉐린 가이드를 여행 동선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별을 받은 도시와 지역은 체류기간 증가와 관광 소비 확대라는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에는 북유럽과 발칸 국가들까지 미쉐린을 활용한 관광 전략을 강화하면서 음식이 국가 경쟁력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다.
크로아티아 역시 이러한 흐름에 적극 올라탔다. 관광정책은 해안 휴양지 중심에서 음식과 와인, 지역 식문화를 결합한 체험형 관광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역 농산물과 전통 식재료, 와이너리, 올리브 농장, 해산물 레스토랑을 연결한 관광상품이 늘어나고 있으며, 미식은 자연과 문화유산을 잇는 또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 미쉐린 가이드에서 가장 화제가 된 곳은 자그레브의 레스토랑 누레(Nuré)였다. 개업 6개월 만에 '올해의 신규 오픈상(Michelin Opening of the Year Award)'을 수상한 이곳은 한국인 셰프 이효석과 크로아티아 출신 배우자가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단 4개의 테이블만 운영하는 작은 식당이지만, 한국과 크로아티아 식문화를 결합한 독창적인 메뉴로 세계 미식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의미는 특정 셰프의 성공이 아니라, 크로아티아 미식 생태계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이다.
실제 크로아티아의 미식여행은 지역마다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다. 수도 자그레브는 돌라츠 시장과 전통 음식점, 현대적인 파인 다이닝이 공존하는 미식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이스트리아(Istria)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올리브오일과 송로버섯, 와인의 산지로 유럽 미식가들이 찾는 대표 여행지다. 달마티아 해안에서는 신선한 아드리아해 해산물과 지중해 요리가 여행의 중심이 되고, 두브로브니크와 스플리트, 자다르는 역사 유적과 미식을 함께 즐기는 복합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여행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명소를 둘러본 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일정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레스토랑 예약과 와이너리 방문, 쿠킹 클래스, 재래시장 투어 등을 포함한 체류형 일정이 늘고 있다. 음식이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여행 목적이 되면서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관광객은 더 오래 머물고, 지역 식당과 농가, 숙박업체까지 소비가 확산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여행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크로아티아 패키지여행은 물론 자유여행에서도 두브로브니크와 플리트비체를 둘러보는 일정에 자그레브 미식투어와 와이너리 방문, 이스트리아 식도락 여행을 결합한 상품이 늘고 있다. 풍경을 감상하는 여행에서 지역의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여행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쉐린 가이드 2026은 한국인 셰프의 수상 소식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의미가 더 크다. 세계적인 미식 평가기관은 이번 발표를 통해 크로아티아라는 여행지 자체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아름다운 자연과 세계문화유산에 더해 미식이라는 새로운 여행 이유가 더해지면서 크로아티아는 '잠시 들르는 휴양지'에서 '머물며 경험하는 여행지'로 변신하고 있다.
미쉐린이 선택한 것은 한 명의 셰프가 아니라 크로아티아라는 여행지였다. 아드리아해의 풍경과 역사, 지역 식문화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로 결합하면서 크로아티아는 이제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세대 미식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을 볼 것인가'에서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로 바뀌는 시대, 크로아티아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