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동해의 바다는 오랫동안 바라보는 풍경이었다. 사람들은 해변을 따라 걷고,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여행을 기억했다. 동해안의 여행은 늘 바다를 마주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그러나 오늘의 동해는 조금 다른 여행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해변이 아닌 절벽 위를 걷고, 바다를 발아래에 두며, 공중에서 수평선을 마주한다. 여행자는 더 이상 풍경의 바깥에 서 있지 않는다. 동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이러한 변화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이다.
누구도 이곳이 동해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의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가 자리한 곳은 한때 재해 위험이 우려됐던 해안 급경사지였다. 사람들의 발길이 오래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했던 절벽이었다. 그러나 관광은 때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위험한 절벽은 하늘을 걷는 길이 됐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공간은 동해 관광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다시 태어났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이름에도 이곳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도째비'는 강원도 지역에서 도깨비를 뜻하는 방언이다. 오래전부터 이 절벽에서는 비가 내리는 밤이면 푸른빛이 바다 위로 번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람들은 그 신비로운 빛을 도깨비가 남긴 흔적으로 받아들였고, 그렇게 도째비골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전설은 세월을 지나 관광이 됐고, 이름은 공간의 정체성이 됐다. 오늘의 도째비골은 과거와 현재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곳은 동해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꿨다. 기존의 동해안 관광이 해변과 전망대를 중심으로 한 '수평의 관광'이었다면, 도째비골은 여행자를 하늘로 올려 보냈다. 바다를 바라보는 관광에서 바다 위를 경험하는 관광으로의 변화다. 여행자는 더 이상 풍경을 멀리서 감상하지 않는다. 절벽 위를 걷고, 공중에서 바람을 느끼며, 파도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몸으로 경험한다. 풍경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가 된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을 수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해안 절벽이라는 지형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관광 콘텐츠로 연결했다. 발아래로는 짙푸른 동해바다가 펼쳐지고, 눈앞으로는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이 열린다. 같은 바다라도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억으로 남는다. 해변에서 바라보는 동해가 편안한 풍경이라면, 절벽 위에서 마주하는 동해는 보다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경험에 가깝다.
특히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는 순간 공간의 인상은 완전히 달라진다. 투명한 바닥 위에 첫발을 내딛으면 사람들의 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몇 걸음 앞이지만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발아래로는 절벽과 파도가 펼쳐지고, 눈앞으로는 동해의 수평선이 끝없이 이어진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파도 소리가 절벽 아래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여행자는 자신이 단순히 전망대를 찾은 것이 아니라 공간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시설이 아니라 그 위에서 마주하는 동해바다다.
체험형 콘텐츠 역시 이러한 경험을 더욱 확장한다. 공중에서 자전거를 타는 스카이사이클과 다양한 체험시설들은 관광객을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여행의 주체로 만든다. 최근 관광산업의 중요한 흐름 가운데 하나는 '참여하는 관광'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아름다운 풍경만으로 여행을 기억하지 않는다. 어디를 걸었고, 무엇을 느꼈으며, 어떤 경험을 했는지가 여행의 가치를 결정한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이러한 관광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묵호 관광벨트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하나의 관광지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논골담길과 묵호등대, 묵호항과 해안 산책로가 하나의 여행 동선으로 연결되며 서로 다른 기억을 만들어낸다. 논골담길이 묵호 사람들의 삶과 시간을 이야기한다면, 묵호등대는 동해를 지켜온 역사를 품고 있다. 그리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오늘의 묵호가 선택한 새로운 관광의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여행 안에서 이어지는 셈이다.
지역 관광의 변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는 크다. 동해시는 기존 자연경관 중심의 관광자원에 체험과 야간관광을 더하며 관광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관광객이 잠시 머물렀다가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오래 체류하며 다양한 경험을 만드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관광지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이야기를 연결해 관광벨트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성공은 새로운 시설을 만든 데 있지 않다. 아무도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공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데 있다. 위험한 절벽은 하늘을 걷는 길이 됐고, 바다는 더 이상 바라보는 풍경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여행이 됐다. 관광은 때로 자연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곳은 보여준다.
동해의 바다는 수천 년 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 달라진 것은 바다가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이다. 해변을 걷던 여행은 절벽 위를 걷는 여행이 됐고, 수평선을 바라보던 관광은 바다를 경험하는 관광으로 확장됐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는 그 변화가 만들어낸 가장 극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다. 위험한 절벽은 이제 동해를 대표하는 여행지가 됐고, 아무도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공간은 새로운 이야기를 품게 됐다. 그래서 이곳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것은 스카이워크의 높이가 아니다. 절벽 끝에서 마주한 동해바다와 그 위를 걸었던 단 하나의 경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