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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칼럼] ‘컨벤션 공룡’에 갇힌 한국 MICE, 일본의 ‘소도시 반란’을 보라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메가시티’와 ‘거대한 컨벤션 센터’. 그동안 한국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산업을 떠받쳐 온 필승 공식이다. 서울, 부산, 인천 등 인프라가 갖춰진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규모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전략은 한국을 아시아 주요 MICE 국가 반열에 올려놓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 MICE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1,000인 미만의 중소규모 회의가 전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실속형 구조로 재편되면서, 획일화된 컨벤션 센터를 벗어나 ‘지역 고유의 매력’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의 기로에서 인접국 일본이 보여주는 ‘지방 다변화(Decentralization)’ 전략은 우리에게 서늘한 경종을 울린다.

 

국제컨벤션협회(ICCA)의 2025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연간 491건의 국제회의를 유치하며 세계 6위, 아시아·태평양 1위를 수성했다. 반면 한국은 286건으로 12위에 그쳤다. 수치보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MICE 지형의 저변이다. 일본은 연간 1회 이상 국제회의를 열어본 도시가 무려 77개에 달한다.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시마네현, 오키나와현 등 전국의 지방 중소도시가 MICE 유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수천억 원을 들여 대형 컨벤션 시설을 짓는 출혈 경쟁을 포기하는 대신, 지역 고유의 역사 자산과 자연을 ‘유니크 베뉴(Unique Venue)’로 재해석했다. 인구 20만 미만의 소도시 시마네현 마쓰에시가 국보 ‘마쓰에성’ 천수각과 수로 유람선을 MICE 독점 만찬장으로 개방해 성공을 거둔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자체, 지역 대학, 현지 업계가 밀착 공조해 지역 청년을 MICE 전문가로 키워내는 후쿠오카의 ‘산·학·관 상생 모델’, 지역 식자재 사용률 80%를 유지하며 친환경 가치를 제시한 오키나와 온나손의 ‘ESG 모델’ 등 지자체마다 명확한 색깔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면 한국 MICE의 현실은 어떠한가. 수도권 및 대도시 쏠림 현상은 고착화돼 있고, 지방 지자체의 MICE 유치 노력은 단발성 예산 지원이나 일회성 행사 유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컬처와 첨단 IT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담아낼 로컬 스토리텔링과 지역 기반 인적 생태계는 여전히 부실하다.

 

이제 한국 MICE도 ‘지방 다변화’라는 체질 개선에 나설 때다. 획일적인 컨벤션 센터 건축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지방 중소도시가 가진 고유한 문화와 특화 산업을 융합한 ‘한국형 유니크 베뉴’를 발굴해야 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일회성 매칭에서 벗어나 지자체와 지역 대학, 지역 관광업계가 상생하는 로컬 거버넌스를 다지는 것이 시급하다.

 

대형 컨벤션 센터의 화려함에 안주하는 사이, 글로벌 관광객들은 이미 일본의 깊숙한 지방 소도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 되는 시대, 한국 MICE 산업의 지속 가능한 생존법은 바로 ‘지방의 반란’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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