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7 (월)

  • 맑음동두천 24.3℃
  • 맑음강릉 22.5℃
  • 맑음서울 26.6℃
  • 맑음대전 24.5℃
  • 맑음대구 23.9℃
  • 맑음울산 22.2℃
  • 맑음광주 27.2℃
  • 맑음부산 24.5℃
  • 맑음고창 24.7℃
  • 맑음제주 26.0℃
  • 맑음강화 21.9℃
  • 맑음보은 22.3℃
  • 맑음금산 23.3℃
  • 맑음강진군 26.3℃
  • 맑음경주시 22.5℃
  • 맑음거제 24.9℃
기상청 제공

[NT 특집]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㉞ 삼척 해양레일바이크

자동차로 지나치던 동해를 가장 천천히 만나는 길

[뉴스트래블=편집국] 삼척의 바다는 한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해변에서는 모래와 파도를 만나고, 해안도로에서는 절벽과 수평선이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 사이를 달리던 철길 위에서는 바다를 보는 속도가 달라진다. 자동차처럼 빠르지도, 걸어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리지도 않다. 직접 페달을 밟으며 천천히 이동하는 동안 바다는 한 번의 전망이 아니라 연속해서 바뀌는 풍경이 된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가 다른 해안 관광시설과 구별되는 지점은 바로 이 속도에 있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는 궁촌정거장과 용화정거장 사이 약 5.4km의 옛 철길을 활용한다.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선로 위에서 바다와 산, 터널과 해안 풍경을 차례로 경험하는 방식이다. 철길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여행자는 정해진 동선을 벗어날 수 없지만, 오히려 그 제한이 풍경의 흐름을 만든다. 바다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시야가 열렸다가 터널 속으로 사라진다.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해안선을 따라가는 여행이 된다.

 

 

출발 전에는 레일바이크가 단순한 체험시설처럼 보인다. 네 바퀴가 레일에 올라가고 출발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속도다. 빠르게 달릴 수 없기 때문에 주변을 볼 여유가 생긴다. 자동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지날 때라면 몇 초 만에 사라졌을 풍경이 눈앞에 오래 머문다. 페달을 밟는 동안 바퀴가 움직이는 소리와 바닷바람이 함께 들어오면서 이동 자체가 여행의 일부가 된다.

 

궁촌에서 출발해 선로를 따라가면 삼척 해안의 다양한 표정이 이어진다. 동해가 시야를 가득 채우는 구간에서는 수평선이 길게 열린다. 반대로 지형이 가까워지는 곳에서는 산과 절벽이 시야를 좁힌다. 바다만 계속 바라보는 단조로운 코스가 아니라 해안 지형의 변화가 반복된다. 같은 동해라도 어느 순간에는 넓은 바다가 되고, 어느 순간에는 절벽 아래에서 들려오는 파도가 된다.

 

이때 레일이라는 길의 형태가 풍경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도로는 자동차의 시선으로 풍경을 소비하게 하지만 철길에서는 선로가 시선을 이끈다. 앞쪽으로 길게 뻗은 레일과 옆으로 펼쳐진 바다가 동시에 시야에 들어오면서 여행자는 '어디를 향해 가는지'와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한꺼번에 경험한다. 철길 자체가 하나의 전망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코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터널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달리던 레일은 어느 순간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 햇빛이 사라지고 바퀴가 레일을 지나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바깥의 바람과 파도 소리가 줄어들면서 공간의 감각도 달라진다. 그리고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다시 동해가 펼쳐진다. 밝은 해안과 어두운 터널의 대비가 짧은 구간 안에서 반복되면서 단순한 이동이 작은 모험으로 바뀐다.

 

터널의 역할은 단순히 코스의 변화를 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해안의 풍경을 잠시 끊어주기 때문에 다시 나타나는 바다가 더욱 선명해진다. 계속 보이는 풍경은 익숙해지지만, 잠깐 사라진 뒤 다시 나타나는 풍경은 새로운 장면처럼 느껴진다. 레일바이크의 터널이 여행의 리듬을 만드는 이유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관광객이 직접 이동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기차는 기관사가 움직이고 자동차는 운전자가 조작하지만, 레일바이크에서는 탑승객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물론 선로가 정해져 있어 자유로운 이동은 어렵지만, 이동의 속도와 체감은 자신의 움직임과 연결된다. 가족이 함께 페달을 밟고, 친구끼리 속도를 맞추며, 연인은 나란히 바다를 바라보게 된다.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이동 자체가 여행의 기억으로 남는다.

 

이러한 구조는 해양레일바이크를 가족 관광에 특히 적합한 콘텐츠로 만든다. 어린이에게는 터널과 레일이 작은 모험이 되고, 부모에게는 바다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체험이 된다. 등산처럼 체력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도 단순히 전망대에 서 있는 것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인다. 자연경관과 체험의 균형이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의 관광적 가치는 폐철도의 활용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철도가 기능을 멈췄다고 해서 그 공간의 가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과거의 교통 공간을 새로운 관광 동선으로 바꿀 수 있었다. 철도는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기능을 내려놓고 여행자를 실어 나르는 시설이 됐다. 과거의 기반시설이 현재의 관광자원으로 역할을 바꾼 사례다.

 

그 과정에서 철길이 가진 시간성도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새로 만든 관광도로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오래된 선로의 질감과 구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행자는 단순히 바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과거 이 길을 오갔던 흔적 위를 달린다. 바다와 철도라는 서로 다른 시간이 한 코스 안에서 겹쳐지는 것이다.

 

궁촌과 용화 일대의 해안관광과 연결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해양레일바이크는 독립적인 놀이시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삼척의 해안 여행을 확장하는 하나의 동선이 된다. 레일바이크를 타기 전후로 주변 해변과 해안 경관을 함께 둘러보면 하루 일정의 체류형 여행으로 연결할 수 있다. 한 가지 체험을 위해 방문했다가 주변 관광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가 보여주는 관광의 방식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속도를 늦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가던 해안선을 천천히 따라가고, 바다가 잠시 사라지는 터널을 통과한 뒤 다시 수평선을 만난다. 이 과정에서 삼척의 해안은 하나의 유명 명소가 아니라 계속 변하는 풍경으로 다가온다.

 

철길은 한때 사람을 목적지까지 데려가기 위한 길이었다. 지금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그 길을 경험하기 위한 관광이 됐다. 삼척 해양레일바이크가 특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다를 보기 위해 레일 위에 올라섰지만, 페달을 밟으며 지나온 철길과 터널, 바람과 파도, 그리고 다시 나타난 수평선이 하나의 여행으로 남는다.

 

삼척의 해안선은 자동차를 타면 몇 분 만에 지나갈 수 있다. 그러나 레일바이크에서는 그 시간을 일부러 늘린다. 빠르게 지나쳤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을 붙잡고, 바다가 사라지는 순간을 경험하고, 다시 나타나는 순간을 기다린다. 결국 해양레일바이크가 여행자에게 건네는 것은 바다를 보는 새로운 전망대가 아니다. 동해를 천천히 경험할 수 있는 속도다. 삼척에서는 그 느린 속도 자체가 하나의 관광이 된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