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낙타 등 위에서 내려다본 모래언덕은 능선마다 다른 색을 띠고 있었다. 정오의 모래는 눈이 시릴 만큼 밝은 금빛이었지만, 해가 기울자 같은 언덕이 붉은 기가 도는 갈색으로 바뀌었고, 밤이 되자 인공조명이 거의 없는 하늘 아래로 별이 쏟아졌다. 하루 사이 세 번 색을 바꾸는 곳, 중국 내몽골자치구 오르도스시의 쿠부치(库布齐) 사막이다.
인천에서 저녁 비행기(ZE809)로 두 시간 반 남짓 날아가면 후허하오터(呼和浩特)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자정 무렵 도착해 준5성급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이튿날 아침 전용버스로 세 시간을 달리면 산악지대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모래언덕이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다. 산에서 사막으로, 그리고 사막에서 다시 초원으로—3박4일 동안 세 가지 전혀 다른 대륙성 자연을 한 동선에서 통과하는 여정이다.
◇ 산에서 사막으로, 대비되는 두 얼굴
여정은 산악지대를 통과하며 시작된다. 바위 능선과 계곡, 그 사이를 채운 식생이 층층이 겹쳐 보이는 서북부의 산은 사막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가까이서 보면 거대한 자연의 장벽이고, 멀리서 보면 여행자의 동선을 결정짓는 이정표 같은 존재다. 버스 차창 밖으로 짙푸른 산줄기와 그 아래 옹기종기 모인 마을을 지나는 동안에는, 뒤이어 사막이 나타나리라고는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건조한 대륙성 기후가 만들어낸 이 극적인 대비는 이 지역 여행의 핵심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신장 톈산 역시 눈 덮인 고봉과 빙하, 초원과 습지가 사막과 맞닿아 있는 독특한 경관으로 평가받는데, 오르도스 일대에서도 비슷한 지형적 극단을 체감할 수 있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숲, 초원이 어떻게 건조지대와 이어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서북부 지형 전체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보인다.
◇ 국가 5A급 풍경구, 쿠부치 사막을 걷다
산을 벗어나면 여행의 주인공은 모래로 바뀐다. 이번 일정의 핵심 목적지인 샹사완(响沙湾)은 쿠부치 사막에 속한 국가 5A급 풍경구로, 면적이 1만8,600㎢에 달하는 광활한 사막이다. 200여 년 전만 해도 초원이었던 곳이 지금은 사막으로 변했다는 안내판의 설명이 새삼 낯설게 다가온다. 중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사막이자 오르도스 사막의 일부이기도 하다.
VIP 통로가 포함된 케이블카를 타고 사막 안쪽으로 들어서면 황금빛 모래언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낙타를 타고 능선 사이를 이동하는 코스, 모래썰매와 사막 전용 차량(사막서핑카), 사막자전거 체험이 이어지고, 저녁에는 현지 서커스 공연도 마련돼 있다. 특히 샹사완이라는 지명 자체가 맑고 건조한 날 모래가 서로 마찰하며 소리를 내는 '명사(鳴沙)' 현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로 2026년 5월에는 하루 방문객이 2만4,615명에 달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낙타 행렬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사막 여행의 상징과도 같다. 능선을 따라 한 줄로 걷는 낙타의 실루엣과 그 뒤로 이어지는 발자국은, 사진 한 장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사막의 스케일을 실감하게 한다. 해 질 무렵 모래언덕에서 벌어지는 불꽃놀이와 캠프파이어는 낮의 체험형 관광과는 결이 다른, 조용히 사막의 밤을 맞는 시간이다.
◇ 황사의 발원지에서 '녹색 오아시스'로
흥미로운 사실은 쿠부치 사막이 한국인들에게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라는 점이다. 봄철 한반도를 덮치는 황사의 상당 부분이 몽골 고비 사막과 함께 이 쿠부치 사막에서 발원한다고 알려져 있어, 한국의 날씨 예보에도 종종 등장해 온 지명이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 사이 이 사막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현지 녹화 사업을 담당해 온 이리(亿利)그룹 등에 따르면, 1988년 3~5%에 불과했던 식생피복률이 이후 60%대까지 올라갔고 바람에 따라 이동하는 유동사구의 비중도 크게 줄었다고 알려져 있다(다만 이 수치들은 2020년대 초반 보도에 근거한 것으로, 최신 통계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30여 년에 걸친 조림과 관리를 통해 모래언덕의 평균 높이까지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에는 한국의 힘도 일부 보태졌다. 국내 비영리단체와 기업들이 참여해 쿠부치 사막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방풍림, 이른바 '한중 우호 녹색장성'을 조성해 동쪽으로 번져 가는 이동사막을 저지하려는 사업을 이어 왔고, 여러 한국 기업의 임직원들이 자원봉사 형태로 나무 심기에 참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여행자가 낙타를 타고 지나는 모래언덕 아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수십 년째 이어져 온 녹화의 흔적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사막이되 완전한 불모지는 아닌, 관리되는 사막이라는 점이 이곳 여행의 또 다른 이면이다.
◇ 사막 한가운데서 밤을 보내는 이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숙박이었다. 사막 여행의 완성은 결국 '하루를 어디서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도심 호텔처럼 관광 후 잠시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모래언덕 바로 곁에서 밤을 지새우는 숙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묵은 곳은 야밍사(夜鳴沙) 관광구 안에 있는 '야밍사 싱수(星宿) 호텔'이다. 모래언덕 위에 나무 데크를 깔고 지은 독립형 객실 동이 능선을 따라 한 줄로 늘어서 있어, 객실 밖으로 나서면 곧바로 모래가 밟히는 구조다. 객실 등급도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통유리창으로 사막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막 스타이 룸(사막성공방)'과, 별을 보기 좋도록 소형 천체망원경을 객실에 비치해 둔 방도 있다. 원목 가구와 낮은 조도의 조명으로 꾸며진 실내는 도심 호텔의 화려함보다는 사막 게스트하우스에 가까운 소박한 분위기이며, '사막 운해주(사막云海舟)'라는 이름이 붙은 객실동은 큰 창 너머로 모래언덕이 마치 구름바다처럼 펼쳐져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해 질 무렵에는 객실 밖으로 나와 사막의 일몰을 감상하고, 밤에는 인공조명이 거의 없는 하늘 아래에서 별 관측과 모닥불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2025년 문을 연 이 싱수 호텔은 사막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파노라마형 객실을 앞세워, 낙타 타기·모래썰매·사막 차량 체험과 더불어 야밍사 관광구의 숙박 선택지를 한층 넓힌 곳으로 꼽힌다.
◇ 초원에서 만나는 유목의 흔적
이튿날 아침 사막의 일출을 눈에 담은 뒤, 버스로 두 시간을 달리면 풍경은 다시 한 번 바뀐다. 내몽골 4A급 초원 관광지로 지정된 오르도스 대초원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록 초원 위로 게르가 늘어서 있고, 꼬마열차와 설매 체험에 이어 말을 탄 이들이 펼치는 마상쇼가 이어진다. 이 마상쇼와 밤의 모닥불 행사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물과 풀을 따라 이동하며 살아온 몽골족 유목 생활의 흔적을 관광 콘텐츠로 풀어낸 결과에 가깝다.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몽골식 전통 혼례 풍습 역시 이 일대에서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오르도스는 중국 내에서도 다민족 문화가 뚜렷하게 남아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밤에는 게르에 머물며 캠프파이어와 함께 초원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사흘째 일정이 마무리된다.
◇ '보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이번 여정이 남긴 것은 특정 관광지 하나가 아니라 풍경의 연속성이었다. 산맥을 통과해 사막으로 들어서는 길, 모래언덕을 가로지르는 낙타 행렬, 그리고 하루의 끝을 사막 한가운데서 마무리하는 숙박까지—서로 다른 자연환경이 하나의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르도스시는 최근 쿠부치 사막을 중심으로 관광시설과 숙박, 체험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2026년에도 항공·도로 접근성 개선과 함께 사막 관광시설, 특색 숙박시설, 체험형 관광상품을 확충하는 계획이 추진 중이다. 잠시 들러 사진만 남기고 떠나던 사막이, 이제는 보고 체험하고 그 안에서 잠까지 청하는 하나의 목적지로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