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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 년의 한(恨)과 평화를 품다… 내몽골 후허하오터 ‘소군박물관’을 가다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중국 내몽골자치구의 주도 후허하오터(呼和浩特) 남쪽 9km 지점. 한낮의 거친 바람 속에서도 고요한 품격을 유지하고 있는 ‘소군박물관(昭君博物院)’과 그 너머의 ‘왕소군묘(청총·靑塚)’ 현장이다.

 

 

중국 4대 미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왕소군(王昭君)은 전한(前漢) 원제 시절, 궁중 화가 모연수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 모나게 그려진 초상화 탓에 오랑캐 땅으로 시집을 가야 했던 비운의 궁녀였다. 그러나 그녀가 오랑캐 땅으로 출새(出塞)하여 흉노의 군주 호한야선우(呼韓邪單于)와 맺은 화친은 향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양국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가져다준 역사적 전환점이 됐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거대하게 솟은 ‘청총(靑塚)’ 문자 석판 너머로 흙을 쌓아 올린 웅장한 피라미드형 박물관 본관이 방문객을 압도한다. 진입로 중심에는 1987년 주조된 ‘호한화친(胡漢和親)’ 청동 거상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말을 탄 왕소군과 호한야선우가 다정히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북방 초원을 바라보는 이 동상은, 비극적인 사연을 넘어 동서 화합을 이뤄낸 역사적 순간을 상징한다.

 

 

박물관 내부에는 한나라 궁궐에서 흉노 선우를 맞이하는 역사적 순간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디오라마관과, 험난한 고비사막과 초원길을 넘어 흉노 땅으로 향했던 왕소군의 여정을 담은 대형 곡면 파노라마 벽화가 전시돼 있다. 가야금 선율에 맞춰 기러기가 떨어졌다 하여 '낙안(落雁)'이라 불린 그녀의 비장함과, 시베리아 기류가 지나가는 북방 유목민 삶터에서의 숭고한 결단이 전시실 곳곳에 녹아있다.

 

 

가을이 오면 주변 들풀이 모두 시들어 갈 때도 홀로 푸른 풀이 자란다 해 이름 붙여진 묘역 ‘청총’. 수천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 여인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싹튼 평화의 온기는 오늘날 초원을 찾는 세계 각국 여행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서사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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