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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의 환상, 99.8%의 현실… 외국인은 왜 무대 대신 '약국'으로 갔나

공연에 지갑 안 열려… 일상 상권과 체류 인프라 놓치는 관광 행정의 맹점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정부와 지자체의 관광 정책 수립 회의에 가면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대형 K-팝 콘서트 유치', '글로벌 축제 육성', '메가 이벤트'다. 수십,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대형 이벤트를 열어야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든다는 정치가들의 치적 논리가 여전히 팽배하다.

 

그러나 데이터가 말해주는 현실은 참혹할 정도로 딴판이다. 올 1~7월 외국인이 한국에서 지출한 한류 소비 7조 8,261억 원 중, 콘서트나 공연 티켓을 직접 구매한 돈은 단 0.2%에 불과했다. 무대 위 화려한 조명 뒤에서 외국인들이 진짜 돈을 쓴 곳은 K-쇼핑(39.7%), K-뷰티·웰니스(21.1%), K-패션(13.8%), K-한식(10.3%) 등 한국인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 영역이었다.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은 '약국 소비 207.1% 급증'이라는 수치다. 피부과 진료를 마친 외국인들이 인근 약국으로 몰려가 화장품과 영양제를 싹쓸이하는 현상이 데이터를 통해 증명됐다. 외국인들은 스타의 무대를 '관람'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피부를 관리하고, 옷을 입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 '삶의 방식'을 사러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장 관광 행정은 어떠한가. 피부과와 약국을 잇는 동선에 다국어 표지판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결제 시스템 오류나 바가지요금 불만은 개별 자영업자의 몫으로 방치돼 있다. 여전히 수십억 원을 들여 1회성 K-팝 콘서트장을 짓겠다는 지자체장들의 과시형 포퓰리즘만 공허하게 되풀이된다.

 

청주공항의 데이터 역시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올 상반기 입국객이 109.1% 폭증했지만 정작 충북 지역 내 외래객 1인당 소비액은 38.2%나 급감했다. 입국객 3명 중 1명(34.5%)은 공항을 오가는 통로로만 쓸 뿐, 지역 상권에는 땡전 한 푼 쓰지 않고 서울로 떠났다. 체류형 콘텐츠와 연계 상권 없이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한 행정이 낳은 비극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이미 우리 집 앞 약국과 동네 식당에서 진짜 한국을 소비하고 있다. 이제 관광 정책의 눈높이를 거대한 무대 위가 아닌,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골목길과 일상 상권'으로 내려놓아야 한다. 0.2%의 환상에서 깨어나 99.8%의 일상으로 눈을 돌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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