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3 (화)

  • 맑음동두천 21.1℃
  • 흐림강릉 17.8℃
  • 구름많음서울 19.8℃
  • 맑음대전 20.0℃
  • 흐림대구 20.5℃
  • 구름많음울산 24.2℃
  • 맑음광주 23.3℃
  • 구름많음부산 23.7℃
  • 맑음고창 22.0℃
  • 흐림제주 23.6℃
  • 구름많음강화 20.1℃
  • 구름많음보은 18.8℃
  • 구름많음금산 19.8℃
  • 맑음강진군 25.4℃
  • 흐림경주시 23.1℃
  • 구름많음거제 25.2℃
기상청 제공

[NT 심층] ‘덕질’이 여행이 된다…팬덤이 바꾸는 관광 공식②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팬덤의 경제적 가치는 소비에서 끝나지 않는다. 좋아하는 대상이 있는 곳으로 직접 이동하고, 그곳에서 먹고 자고 경험하면서 지역에 돈을 쓴다. 일본이 오시카츠(推し活)를 관광과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은 팬이 왜 움직이는가다. 유명 관광지를 보기 위해 이동하는 일반적인 관광과 달리 오시카츠 관광에서는 먼저 ‘좋아하는 대상’이 이동의 이유가 된다. 콘텐츠에 등장한 장소, 좋아하는 인물이나 작품과 관련된 지역, 평소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특별한 공간이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콘텐츠가 지역을 여행지로 바꾼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이 성지순례다.

오이타현 히타시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원작자의 고향이라는 지역적 연결성을 활용했다. 오오야마댐 동상과 ‘진격의 거인 in HITA’ 뮤지엄, 스탬프투어, 협업 상품 등을 마련해 작품 팬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켰다. 자료에서는 2021년 이후 매년 약 16억~20억 엔의 경제효과가 추산된 사례로 제시한다.

 

‘유루캠△’도 비슷한 구조다. 작품의 배경이 된 장소뿐 아니라 작품 속 지역 음식 등을 이벤트와 상품으로 연결하면서 팬의 관심을 지역의 관광 소비로 확장했다. 콘텐츠가 음식·숙박·공예품 등 기존 관광자원과 결합하면서 하나의 팬덤이 지역 전체의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콘텐츠가 지역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애착이 지역을 찾아가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공연장 밖으로 팬을 끌어내다

 

팬덤 관광의 다음 단계는 팬의 이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2025년 9월에는 AKB48과 JTB가 연계해 공연 기간 팬들이 지역 상점을 방문하고 인증하면 한정 콘텐츠를 제공하는 실증 실험을 진행했다. 공연을 보러 온 팬의 발길을 공연장 밖 지역 상권으로 유도한 것이다. 참가자의 94%가 다음 참여를 희망했고, 96%는 히로시마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응답했다.

 

이 방식의 의미는 분명하다. 팬을 관광객으로 만드는 데 반드시 새로운 관광지를 개발할 필요는 없다. 이미 존재하는 팬의 이동에 지역 방문이라는 행동을 하나 더 붙이면 된다.

 

지역에 대한 애착을 ‘오시’라는 문화 코드와 연결하는 시도도 있다. 숏드라마 ‘오시카츠 여자의 켄민 여행’은 아이돌이나 캐릭터가 아닌 지역에 대한 애착을 ‘오시’ 개념과 연결했다. 지역에 대한 ‘켄민애’를 소재로 한 영상 공모전도 추진됐다. 이는 팬덤 관광의 대상을 콘텐츠에서 지역 자체로 넓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갈 수 없는 곳’이 관광상품이 된다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가 팬과 마니아의 관심을 특별한 접근권으로 상품화하고 있다.

도쿄 오타구에서는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청소공장의 크레인 조작실을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1일 관광상품이 운영됐다. 1인 1만4,000엔 수준의 상품에 2025년 9월 약 230명이 응모했고, 이 가운데 25명을 추첨으로 선발했다.

 

하네다공항에서는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구역에 버스를 타고 들어가 항공기를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상품이 운영되고 있다. 항공기 마니아를 대상으로 2022년부터 운영된 상품이다.

 

목욕탕에서는 영업 전 시설과 가마실을 둘러보고 개점 준비를 체험한 뒤 점주와 대화하고 실제 목욕까지 하는 상품도 만들어졌다.

세 상품의 공통점은 관광지의 규모가 아니다. 평소에는 할 수 없는 경험이라는 희소성이다. 핵심은 관광자원의 규모가 아니다. 평소에는 경험하기 어려운 ‘특별한 기회’ 자체가 팬과 마니아에게는 강력한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팬덤을 도시정책으로 끌어올린 일본

 

이 같은 움직임은 민간 관광상품에 머물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팬덤을 도시 활성화의 정책 수단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기타큐슈시는 2026년 4월 도시브랜드창조국 산하에 일본 최초로 ‘오시카츠’를 전면에 내세운 조직을 신설했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에너지를 도시의 활력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식적인 방향도 ‘덕질의 열량을 거리의 경제로’라는 메시지로 제시됐다.

 

시마바라시는 2021년 시티프로모션과에 로케투어리즘 전담반을 신설했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유치하고 제작 단계부터 지역의 장소와 음식을 작품에 노출해 팬들의 방문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자료에서는 2021년 이후 방문객 수가 증가세를 보였으며, 2022년 직접경제효과는 1,170만 엔으로 제시됐다.

 

결국 일본의 사례에서 보이는 관광의 공식은 단순하다.

팬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든다 → 팬이 그 장소로 움직인다 → 지역에서 먹고 자고 경험한다 → 지역과 팬 사이에 새로운 애착이 생긴다.

 

관광의 출발점이 ‘무엇을 볼 것인가’에서 ‘무엇을 좋아하는가’로 이동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팬덤 관광은 일회성 방문에 머물 수 있다.

 

한 번 온 팬이 돌아간 뒤에도 그 지역을 계속 좋아하게 만들고, 다시 방문할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이 오시카이와 관광기념품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편에서는 ‘좋아했던 여행’을 어떻게 ‘다시 찾고 싶은 여행’으로 바꾸는지, 그리고 한국 여행 자체를 하나의 ‘오시’로 만드는 전략을 들여다본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