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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심층] ‘덕질’이 여행이 된다…팬덤이 바꾸는 관광의 공식③

한 번 온 팬을 다시 오게 하라…‘한국 여행’ 자체를 오시로 만드는 관광 전략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팬덤 관광의 마지막 승부처는 방문객을 얼마나 많이 끌어오느냐가 아니다. 한 번 온 사람이 다시 오게 만들 수 있느냐다. 아이돌 공연이나 애니메이션 성지순례를 계기로 찾은 관광객은 콘텐츠가 목적이다. 콘텐츠만 소비하고 돌아간다면 여행 역시 한 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관광지 입장에서는 팬을 데려오는 것보다 팬과 지역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일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일본의 오시카츠(推し活) 관광은 이 지점을 겨냥한다. 좋아하는 대상을 따라 여행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지역의 매력을 경험하게 한 뒤, 여행의 기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로 연결한다. ‘오시를 보러 가는 여행’에서 ‘그곳에 다시 가고 싶은 여행’으로 바꾸는 것이다.

 

 

여행이 끝난 뒤에도 여행을 남겨라

 

관광은 현장에서 끝난다. 하지만 관광객이 여행지에서 가져온 물건은 일상에 남는다. 그래서 기념품이 중요해진다. 단순히 지역 이름이나 랜드마크를 새긴 상품보다 누가, 어디에서, 무엇으로, 왜 만들었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상품​이 여행의 기억을 오래 붙잡는다.

 

일본의 사례에서는 이와테현의 남부철기가 대표적으로 제시된다. 이와테현의 원재료와 기술, 장인의 솜씨를 담은 전통 공예품에 지역의 역사와 일본의 생활문화, 차문화 등을 연결했다. 관광객이 물건 하나를 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의 기술과 문화를 함께 가져가는 구조다. 구매가 지역의 전통과 기술을 이어가는 데 기여한다는 의미까지 담았다.

이런 상품은 가격만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상품에 지역의 이야기가 들어가면 관광객이 지불하는 돈의 의미도 달라진다.

 

 

‘그곳에서만 살 수 있다’는 이유

 

팬덤 소비에서는 희소성이 더욱 강하게 작동한다. 지역 한정, 계절 한정, 특정 매장 한정 등 구매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제한하면 상품 자체가 여행의 이유가 된다. 일본에서는 세계 각 지역의 상징을 디자인에 담은 스타벅스 ‘Been There Series’처럼 지역별 상품을 해당 지역에서만 판매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관광객이 직접 만든 상품이나 자신만의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즈 요소를 더하면 경험은 더욱 개인화된다. 여행 직후의 감정이 가장 강할 때 관련 상품을 구매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 도키시는 ‘토키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상품 9선’을 ‘토키시의 최애’라는 콘셉트로 브랜딩했고, 이후에는 개인이 원하는 조합으로 구성할 수 있는 상품으로 확장했다. 지역 상품 자체를 ‘오시’의 언어로 표현한 사례다.

 

이렇게 보면 기념품은 여행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다. 다음 여행을 만들어내는 첫 단서가 될 수 있다.

 

 

귀국한 뒤에도 관계를 끊지 않는다

 

관광객이 귀국했다고 해서 지역과의 관계까지 끝낼 필요는 없다. 사진을 찍어 공유하고 싶은 디자인의 상품을 만들고, 관광지와 기념품 정보를 계속 알리는 채널을 운영하며, 일부 상품은 해외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망을 열어두는 방식이 가능하다.

 

상품을 시리즈화하면 수집하는 재미도 생긴다. 첫 여행에서 산 상품이 다음 상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상품을 만나기 위해 다시 여행지를 찾는 구조다.

 

결국 핵심은 여행 이후에도 관광객과 지역 사이의 접점을 끊지 않는 것이다. 한 번의 방문을 하나의 추억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콘텐츠, 온라인 접점을 통해 계속 기억하게 하고 다시 방문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도 ‘K팝 팬’에서 ‘한국 팬’으로 바꿔야 한다

 

이 전략은 한국 관광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첫 단계는 이미 팬덤이 형성된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이다.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지역으로 초청하거나 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어 팬을 방문객으로 끌어오는 방식이다. 자료가 제시한 예가 BTS 콘서트를 계기로 부산을 찾는 팬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두 번째 단계는 공연이나 콘텐츠를 보러 온 팬에게 한국과 지역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연장 주변의 관광지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문화, 지역 명소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동선을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가 최종 목표다. “BTS 콘서트 때문에 부산에 왔어요”에서 “한국 여행이 좋아서 또 오고 싶어요”로 바꾸는 것이다. 한국의 특정 콘텐츠가 아니라 한국 여행 자체가 ‘오시’가 되는 단계​다. 그렇게 되면 특정 아이돌이나 드라마의 인기가 주춤하더라도 한국을 다시 찾을 이유가 남는다.

 

 

팬을 관광객으로, 관광객을 팬으로

 

이렇게 보면 오시카츠 관광의 흐름은 명확해진다. 콘텐츠가 팬을 움직인다. 지역이 팬의 체류를 만든다. 경험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만든다. 기념품이 그 기억을 이어간다.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긴다.

 

일본의 오시카츠 관광에서 주목할 부분은 ‘덕질’을 관광객 유치에 활용했다는 데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팬덤의 지속성을 관광의 지속성으로 바꾸려는 발상이다.

 

한국 역시 K팝과 K드라마라는 강력한 팬덤을 가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팬덤을 한국으로 끌어오는 데서 끝내지 않는 것이다. 공연을 보고 돌아가는 팬이 아니라, 지역을 경험하고 상품을 사고, 귀국 후에도 한국을 기억하고, 다시 한국행을 계획하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 때문에 한국에 왔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 때문에 다시 한국에 오는가’다. 팬덤 관광의 진짜 가치는 바로 그 두 번째 방문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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