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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월드 스케치|시즌4] 한 나라, 한 장면⑯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호수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세계 최대의 소금 평원
마른 땅은 무늬가 되고, 비가 오면 하늘을 품는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볼리비아 남서부 포토시주의 우유니를 떠나 차량을 타고 소금 평원으로 들어서면 어느 순간 길이 사라진다. 앞에도 흰색, 뒤에도 흰색인 지평선 위에서 차량의 바퀴만이 방향을 알려주는 유일한 흔적처럼 남는다. 해발 약 3,663m에 자리한 우유니 소금사막은 면적 약 10,582㎢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금 평원이다. 이곳에서 여행자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흰색 사막이 아니라 수천 년 전 거대한 호수가 증발하고 남긴 소금의 대지다.

 

우유니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건기에는 물이 빠진 소금 표면에 육각형의 균열 무늬가 끝없이 반복되고, 우기에는 얕은 물이 평원을 덮으면서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다. 사진으로 유명한 ‘하늘의 거울’은 우유니의 한 얼굴일 뿐이고, 다른 얼굴에는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소금 결정과 인카우아시 섬의 거대한 선인장이 있다. 그래서 우유니 여행은 특정한 사진 한 장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물이 없는 우유니와 물이 생긴 우유니 가운데 어떤 계절의 얼굴을 만날 것인지 정하는 여행에 가깝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우유니 소금사막은 약 10,582㎢에 달한다. 규모만으로도 세계적인 지형이지만 지질학적 가치 역시 크다.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은 우유니를 세계 최대이자 가장 높은 광범위한 증발암 퇴적지로 평가하며, 플라이스토세부터 홀로세에 걸친 안데스 고원의 기후 변화 기록을 간직한 장소로 소개한다. 2025년 발표된 IUGS 지질유산 100선에도 우유니 소금평원이 포함됐다.

 

우유니의 흰 표면은 한때 물이었던 곳이다. 볼리비아 관광자료는 약 4만 년 전 안데스 고원에 미친호수가 존재했고 이후 호수가 줄어들면서 약 1만1천 년 전 타우카호가 형성됐으며, 그 물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현재의 살라르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한다. IUGS 역시 우유니를 타우카 고호수의 증발로 형성된 거대한 염전으로 설명한다. 여행자가 밟는 소금층은 결국 사라진 호수의 바닥인 셈이다.

 

이곳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극단적인 평탄함이다. 수평선까지 비슷한 높이의 표면이 이어지면서 가까운 물체와 먼 물체의 거리감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유니에서는 자동차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거나 사람이 거대한 물체를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원근 착시 사진이 유명해졌다. 관광객이 직접 만들어내는 이 장면 역시 우유니의 평평한 지형이 만들어낸 독특한 여행 경험이다.

 

그러나 흰 소금 아래에는 또 다른 볼리비아가 있다. 우유니의 염수에는 리튬과 마그네슘이 포함돼 있으며, IUGS는 이곳을 세계적으로 중요한 리튬 염수 매장지역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우유니는 사진으로 소비되는 관광지가 아니라 볼리비아의 자원과 산업, 지역경제가 겹쳐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얀 지표 위에 서 있는 여행자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광물자원을 둘러싼 국가적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배경과 과정

 

우유니의 탄생을 이해하려면 현재의 건조한 풍경을 잠시 잊어야 한다. 안데스 고원에는 과거 여러 거대한 호수가 존재했고, 기후가 변하면서 호수의 규모가 줄어들었다. 바다로 흘러나가는 출구가 없는 내륙 분지에서는 물이 증발할 때 물속에 녹아 있던 염류가 남았다. 수천 년에 걸친 증발과 퇴적이 반복되면서 거대한 소금층이 만들어졌다.

 

타우카호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IUGS 자료는 타우카호가 약 1만2,500~1만 년 전 형성됐으며 이후 증발하면서 오늘날 우유니 소금평원의 기반이 됐다고 설명한다. 소금층 아래에는 과거 호수의 퇴적물이 함께 남아 있어 이곳의 지층 자체가 안데스 고원의 기후 변화를 기록한다. 우유니를 걷는다는 것은 결국 오래전 호수의 바닥 위를 여행하는 일이다.

 

현재 관광의 출발점은 우유니 시내다. 해발 3,600m를 넘는 도시에서 차량을 타고 평원으로 이동하면 주변 풍경이 빠르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관광 동선에는 과거 철도산업의 흔적이 남은 기차 무덤과 소금 평원, 소금으로 만들어진 시설, 인카우아시 섬 등이 포함된다. 자연만 보는 일정이 아니라 철도와 광산, 지역 생활을 지나 거대한 소금 대지로 들어가는 구조다.

 

소금 평원 가운데 솟아 있는 인카우아시 섬은 우유니의 또 다른 얼굴이다. 평평한 소금 표면 위에 화산암 지형이 솟아 있고 거대한 선인장이 자란다. 주변이 모두 흰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섬의 바위와 선인장이 더욱 강한 대비를 만든다. 광활한 평원을 차량으로 달린 뒤 이곳에 올라서면 조금 전까지 자신이 지나온 공간의 규모를 비로소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 장소가 겪은 변화와 그 결과

 

건기의 우유니는 여행자가 가장 쉽게 상상하는 모습에 가깝다. 비가 거의 없는 기간에는 소금 표면이 단단하게 드러나고 증발 과정에서 생긴 육각형 패턴이 넓게 반복된다. 하얀 소금 결정과 푸른 하늘 사이에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어 시선이 멀리 뻗는다. IUGS가 우유니의 육각형 균열을 증발 과정의 대표적인 지질 현상으로 소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비가 내리면 우유니는 전혀 다른 장소가 된다. 평평한 소금 표면 위에 얕은 물이 고이면 수면이 하늘을 그대로 반사하면서 지평선이 흐려진다. 사람과 차량의 아래쪽까지 하늘색이 이어지면서 마치 하늘 위를 걷는 것 같은 장면이 만들어진다. IUGS도 우유니의 우기 풍경을 물에 잠긴 소금 평원과 하늘과 구름의 반사로 설명한다.

 

이 때문에 우유니에는 ‘언제 가느냐’가 중요하다. 건기 여행은 소금의 결정과 기하학적인 균열, 끝없이 이어지는 흰 평원의 규모가 중심이 되고 우기 여행은 물에 반사된 하늘이 중심이 된다. 다만 물의 양과 위치는 해마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우기라고 해서 모든 지역에서 항상 같은 거울 풍경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여행 일정은 계절뿐 아니라 현지 날씨와 당일 도로 상황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관광객이 보는 우유니의 풍경이 달라진 만큼 지역의 경제적 의미도 커졌다. 소금과 리튬 자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유니는 관광지이면서 동시에 볼리비아의 자원개발을 상징하는 공간이 됐다. UNESCO가 소개한 볼리비아 연구자들의 자료에서도 우유니 지역의 리튬 개발이 환경, 지역사회, 관광과 연결된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 왔다. 하얀 소금 평원을 둘러싼 이야기가 풍경과 관광에만 머물지 않는 이유다.

 

 

오늘, 이 장소가 갖는 의미

 

우유니 여행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고도다. 우유니 시내가 해발 약 3,663m에 자리하고 있어 평지에서 곧바로 도착한 여행객에게는 건조한 공기와 낮은 기온, 강한 햇빛이 동시에 다가온다. 소금 평원은 그늘이 거의 없고 흰 표면이 햇빛을 강하게 반사하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자외선 차단,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사진 속의 초현실적인 풍경과 실제 여행에서 마주하는 고산 환경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차량이 소금 평원에 들어서면 여행의 감각도 달라진다. 일반적인 도로처럼 차선이나 표지판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흰 표면 위에서 차량이 목적지를 향해 이동한다. 운전자가 주변 지형과 날씨를 확인하며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개별 차량보다 현지 사정을 아는 투어를 이용하는 여행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유니는 명소 하나를 찾아가는 관광보다 넓은 자연환경 속에서 움직이는 여행에 가깝다.

 

인카우아시 섬에서는 다시 여행의 속도가 느려진다. 차에서 내려 바위 지형을 걸으면 거대한 선인장들이 시야에 들어오고, 뒤로 돌아보는 순간 자신이 지나온 소금 평원이 수평선까지 펼쳐진다. 지상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던 평원이 높은 곳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지형으로 보인다. 우유니의 핵심은 소금 위를 달리는 것과 그 소금을 내려다보는 경험을 함께 갖는 데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빛이 남는다. 한낮의 우유니가 흰색과 파란색의 강한 대비라면 해질 무렵에는 소금 평원이 노란색과 주황색, 붉은색으로 바뀐다. 우기에 물이 고인 날에는 이 빛이 수면에 다시 반사되면서 하늘과 대지가 한 번 더 겹친다. 우유니의 풍경은 거대한 크기 때문에 인상적인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이 물과 빛에 따라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오래 기억된다.

 

 

이 공간이 남긴 국가의 얼굴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세계 최대 소금사막’이라고만 부르면 이곳의 절반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이곳은 사라진 호수가 남긴 거대한 지질 기록이고, 건기에는 소금의 기하학을 보여주며, 우기에는 하늘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 위를 여행자의 차량이 지나가고, 인카우아시의 선인장이 하얀 평원 위에 솟아 있다. 한 장소 안에서 지질학과 계절, 관광이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다.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시간이 흐른다. 소금층과 염수에는 리튬이 존재하고, 우유니 주변에는 광물자원과 농업, 라마 목축, 지역 관광이 함께 자리한다. UNESCO가 소개한 지역 연구에서도 리튬 개발이 지역사회와 환경, 관광과 연결된 문제로 다뤄졌다. 우유니의 흰색 풍경 뒤에는 볼리비아가 가진 자원의 가치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여행자는 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우유니에 가는 것이 아니다. 다만 소금 평원 위에 서면 하나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볼리비아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오래전 호수가 사라져 남은 소금, 그 위에 생긴 관광, 그리고 그 아래에 남아 있는 광물자원이 하나의 공간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우유니는 아름다운 사진의 배경이면서 동시에 볼리비아의 자연과 산업을 함께 보여주는 거대한 대지다.

 

결국 우유니의 가장 강렬한 장면은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곳’이라는 익숙한 표현보다 더 단순하다. 물이 사라졌을 때는 소금이 땅이 되고, 물이 돌아오면 그 땅이 하늘을 비춘다. 여행자는 그 사이를 차량으로 건너며 수천 년 전 사라진 호수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것이 볼리비아를 설명하는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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