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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등지면 사막이 열린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뉴스트래블=편집국] 신두리사구센터를 지나 모래언덕 입구로 들어서면 해변에서 보던 풍경이 갑자기 달라진다. 뒤로 바다를 두고 앞을 바라보면 낮은 모래언덕이 길게 이어지고, 모래 위에는 바람이 지나간 흔적과 식물이 만든 굴곡이 나타난다. 서해의 해변을 걷던 여행자가 몇 걸음 만에 전혀 다른 지형 속으로 들어선 듯한 장면이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약 3.4㎞, 너비 500m~1.3㎞에 이르는 국내 대표 해안사구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해안 풍경을 보여준다.

 

2001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가 해변에 쌓이고 강한 바람을 타고 육지 쪽으로 이동하면서 형성됐다. 그래서 이곳을 여행할 때는 모래언덕 하나를 보는 것보다 해변과 사구가 어떻게 이어지고, 그 위에서 어떤 식물이 자라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모래 표면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한쪽에서는 바람이 만든 모래결을 보고, 다른 쪽에서는 모래를 붙잡고 자라는 식물을 만나는 식으로 풍경이 이어진다.

 

 

모래언덕을 따라 걷는 여행

 

신두리 해안사구는 걷는 거리에 따라 여행의 깊이가 달라진다. 가장 짧은 A코스는 신두리사구센터에서 출발해 모래언덕 입구, 초종용 군락지, 순비기언덕을 거쳐 돌아오는 1.2㎞ 구간으로 약 3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짧지만 사구의 기본적인 모습을 살펴보기에는 충분하다. 모래언덕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이 만든 굴곡과 식물이 자리 잡은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초종용은 쑥의 뿌리에 기생하는 식물로 5월 무렵 푸른빛을 띠는 꽃을 피우며, 순비기는 해안의 모래땅에서 자라면서 모래가 쉽게 이동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작은 게가 만든 모래경단도 사구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흔적이다. 눈에 잘 띄지 않던 생물과 식물을 하나씩 발견하다 보면 신두리가 단순한 모래언덕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시간이 있다면 2㎞ B코스나 4㎞ C코스로 걸음을 늘려볼 만하다. B코스는 고라니언덕과 염랑게·달랑게 구간을 더하고, C코스는 곰솔 생태숲과 작은별똥재, 억새골, 해당화언덕 등을 지나며 사구 안쪽으로 이어진다. 짧은 코스에서 만나는 모래언덕의 첫인상과 달리 긴 코스에서는 식생과 지형이 바뀌는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모래언덕 사이로 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구간은 해변과 사구가 전혀 다른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구를 걷다 보면 같은 모래언덕도 위치에 따라 표정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다에 가까운 곳에서는 넓게 펼쳐진 모래와 바람의 흔적이 눈에 들어오지만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풀과 관목이 늘어나며 풍경이 안정된다. 모래가 계속 움직이는 공간과 식물이 모래를 붙잡는 공간이 맞물려 있는 것이다. 이 변화가 짧은 해변 산책과 신두리 해안사구 탐방을 구분하는 지점이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 남은 생태공간

 

신두리 해안사구의 가치는 경관에만 있지 않다. 해안사구는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모래를 붙잡고 해안 환경을 유지하는 공간이며, 바람과 파도에 따라 모래가 이동하면서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신두리에서는 넓은 모래해변과 사구가 맞닿아 있어 이러한 형성과정을 현장에서 살펴볼 수 있다. 모래 위에 남은 바람의 흔적과 식물의 분포가 곧 이 지형이 만들어낸 시간의 기록이다.

 

사구 뒤편으로는 두웅습지가 자리한다. 약 6만5,000㎡ 규모의 두웅습지는 2007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으며 희귀 동식물이 살아가는 습지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와 두웅습지를 함께 살펴보면 태안 서해안이 단순히 바다와 해변으로만 이루어진 여행지가 아니라 모래언덕과 습지, 숲이 이어지는 생태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신두리 해안사구 여행에서는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관리의 모습도 함께 볼 수 있다. 사구 탐방로 주변의 풀베기와 외래식물 관리가 이뤄지는 것은 모래언덕의 경관을 유지하는 동시에 사구 고유의 식생을 보호하기 위한 과정이다. 여행자는 정해진 탐방 구간을 따라 걷고 식물을 훼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 공간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동참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만나는 여행일수록 걷는 방법도 여행의 일부가 된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짧게는 30분 산책으로, 길게는 4㎞ 생태탐방으로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바다를 보러 왔다가 바다를 등지는 순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이다. 태안의 해변 여행에 한곳을 더한다면, 모래 위를 천천히 걸으며 바람과 식물이 만들어낸 해안의 시간을 만나는 여행지가 신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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