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3 (화)

  • 맑음동두천 15.8℃
  • 맑음강릉 17.8℃
  • 맑음서울 17.3℃
  • 구름많음대전 18.4℃
  • 맑음대구 19.6℃
  • 맑음울산 19.5℃
  • 맑음광주 18.9℃
  • 맑음부산 19.9℃
  • 흐림고창 17.2℃
  • 구름많음제주 21.5℃
  • 맑음강화 16.8℃
  • 맑음보은 15.7℃
  • 구름많음금산 17.8℃
  • 맑음강진군 19.4℃
  • 맑음경주시 19.3℃
  • 맑음거제 18.6℃
기상청 제공

튤립만 먹으러 네덜란드에 가나…지역마다 다른 ‘네덜란드의 맛’

스탐포트·청어·포퍼처스에서 지역 특산물까지
농장·시장·해안·도시를 따라 만나는 네덜란드 음식문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네덜란드 여행에서 음식은 유명한 관광명소 사이에 끼워 넣는 한 끼가 아니다. 감자와 채소를 으깬 스탐포트(stamppot), 튀긴 간식인 비터발렌(bitterballen), 절인 청어, 작은 팬케이크인 포퍼처스(poffertjes)처럼 익숙한 전통음식부터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스파라거스와 염생식물 삼파이어(samphire), 체리까지 지역의 풍경과 농업, 역사에 음식이 연결돼 있다. 네덜란드관광청은 이런 지역성과 계절성을 현대적인 조리법과 결합하는 흐름을 네덜란드 음식문화의 특징으로 소개한다.

 

여행자가 네덜란드 음식을 제대로 만나는 방법도 다양하다. 식당에서 전통요리를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농산물 직거래 농장과 파머스마켓, 해안의 어촌마을, 과수원을 찾아가면 음식이 만들어지는 지역의 모습을 함께 볼 수 있다. 림뷔르흐에서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제일란트에서는 바다의 영향을 받은 삼파이어, 베투베와 크롬메 레인스트레이크에서는 체리처럼 지역마다 다른 식재료가 여행의 목적지가 된다.

 

 

지역을 맛보는 네덜란드 여행

 

네덜란드 남동부 림뷔르흐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로 유명하다. 이 지역의 모래 토양에서 자라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화이트 골드’라고 불릴 만큼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소개된다. 전통적으로 버터소스와 파슬리, 삶은 달걀, 햄을 곁들이지만 최근에는 레몬과 버섯을 넣은 리소토나 발사믹을 활용한 요리 등으로도 재해석되고 있다. 아스파라거스 시즌은 4월부터 6월 말까지 이어져 계절에 맞춰 림뷔르흐의 구릉지대를 자전거로 둘러보고 농장이나 지역 식당에서 맛보는 여행도 가능하다.

 

제일란트에서는 바다와 갯벌이 음식의 맛을 결정한다. 염습지에서 자라는 삼파이어는 바닷물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러운 짠맛을 지닌 식재료로, 전통적으로 구운 생선이나 감자 샐러드와 함께 먹는다. 최근에는 삼파이어를 이용한 칩이나 캐비아를 곁들인 요리처럼 새로운 조리법도 등장했다. 삼파이어는 5월부터 8월까지 볼 수 있으며 소규모 재배나 채취가 이뤄지는 만큼 염습지의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북해 연안으로 가면 음식문화가 다시 달라진다. 스텔렌담, 카트베이크, 스헤베닝언 같은 어촌과 해안지역에서는 네덜란드식 절인 청어를 빵에 넣은 브루트예 하링(broodje haring)을 맛볼 수 있다. 전통적인 청어뿐 아니라 청어를 활용한 현대적인 요리도 등장하면서 오래된 해산물 음식이 새로운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파머스마켓에서는 치즈를 비롯해 제철 농산물을 직접 보고 맛보며 지역의 식재료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네덜란드 음식여행의 특징이다.

 

 

농장과 시장까지 이어지는 음식여행

 

네덜란드의 음식여행은 도시의 레스토랑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베투베와 크롬메 레인스트레이크 지역에서는 여름철 체리를 직접 수확하거나 농부를 만나볼 수 있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와 도보 여행을 한 뒤 농장에서 체리 케이크와 수제 체리잼을 맛보는 방식으로 여행이 이어진다. 음식의 생산지를 직접 찾아가는 경험이 관광 동선 안에 들어오는 셈이다.

 

이 지역의 농업은 전통적인 과수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드론과 센서를 활용해 과수원의 상태를 확인하는 정밀농업과 물 사용량을 줄이는 관개기술 등 첨단 농업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농가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농업 체험과 워크숍도 운영한다. 음식 하나를 맛보기 위해 찾아간 여행지가 네덜란드의 농업기술과 지속가능성까지 보여주는 관광지가 되는 이유다.

 

전통음식 역시 고정된 형태로 남아 있지 않다. 네덜란드 음식에는 오랜 교역과 식민지 역사를 거치며 형성된 국제적인 영향도 강하게 남아 있다. 수리남식 로티와 인도네시아 나시고렝이 네덜란드 음식문화에 자리 잡았고, 인도네시아 여러 요리를 한 상에 내는 리스타펠(rijsttafel)도 네덜란드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문화 가운데 하나다.

 

 

네덜란드 음식의 다음 장면

 

최근 네덜란드 음식문화에서 두드러지는 또 하나의 흐름은 전통과 다른 나라의 맛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현지 채소와 허브를 넣은 룸피아(loempia), 네덜란드 치즈를 활용한 타코, 아시아 향신료를 더한 스탐포트처럼 기존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전통음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식재료를 다른 문화권의 맛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속가능성도 네덜란드 음식여행에서 빼놓기 어렵다. 현지 농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하는 식당이 늘고 있으며, 일부 레스토랑은 자체 텃밭을 운영하거나 주방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순환시키는 방식을 활용한다. 식물성 음식도 전통요리에 접목되고 있어 스탐포트에 식물성 소시지를 곁들이는 등 익숙한 음식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다.

 

결국 네덜란드의 음식은 특정 메뉴 몇 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암스테르담의 식당에서 세계 각국의 맛을 만나는 것과 림뷔르흐의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찾아가는 것, 제일란트 해안에서 삼파이어와 생선을 맛보는 것, 베투베 과수원에서 체리를 직접 따는 것은 서로 다른 여행이지만 모두 네덜란드의 음식문화를 보여준다. 다음 네덜란드 여행에서는 유명 관광지를 이동하는 사이 한 끼를 해결하는 대신, 어느 지역에서 무엇이 자라고 어떻게 식탁에 오르는지를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풍경이 달라진다.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