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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 한복판에 펼쳐진 벨기에…100종 맥주로 만나는 ‘맥주의 나라’

한·벨기에 수교 125주년 맞아 35개 이상 양조장 참여
트라피스트부터 람빅까지…장봉도 김 결합한 맥주도 선봬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건대 커먼그라운드. 행사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맥주잔과 각기 다른 이름을 내건 양조장 부스였다. 짙은 갈색부터 황금빛까지 맥주의 색깔이 다양했고, 부스마다 자신들이 만든 맥주의 특징을 설명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벨기에의 맥주를 한자리에서 경험하는 ‘벨지안 비어 위켄드 코리아 2026’이 이날 문을 열었다.

 

이번 행사는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며, 35개 이상의 벨기에 양조장이 참여해 100종이 넘는 맥주를 선보인다. 올해는 특히 한국과 벨기에가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125주년을 맞는 해여서 개막식부터 양국의 문화교류와 음식문화가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400개 양조장, 1,500종 맥주…숫자보다 큰 벨기에의 양조문화

 

개막식 축사에서 벨기에 측은 벨기에 양조 전통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벨기에에는 400개 이상의 양조장이 있으며 1,500종이 넘는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행사장에 모인 맥주 역시 이러한 다양성을 보여줬다. 트라피스트와 트리펠, 듀벨, 람빅 등 서로 다른 스타일의 맥주가 한 행사장에 모이면서 같은 ‘벨기에 맥주’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양조 방식과 맛, 향이 상당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게 했다.

 

축사에서는 벨기에 맥주를 모두 맛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번 행사가 그 여정을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라는 점도 강조됐다. 맥주 한 잔을 통해 양조장과 지역, 전통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는 벨기에를 음식과 관광의 관점에서 경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국의 소주·막걸리와도 닮았다”

 

이날 개막식에서 벨기에의 양조문화만 강조된 것은 아니다. 축사에서는 한국 역시 소주와 막걸리를 비롯해 발효를 기반으로 한 음료문화가 오랜 시간 이어져 왔다는 점이 언급됐다.

 

특히 소주와 막걸리가 지닌 문화적 의미와 한국의 발효기술을 벨기에의 양조 전통과 연결하면서, 양국이 전통과 장인정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람을 음식과 술을 통해 한자리에 모으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행사장의 성격도 여기에 맞춰졌다. 벨기에 맥주를 단순히 수입해 판매하는 자리가 아니라 맥주를 중심으로 음식과 문화, 사람의 교류를 경험하는 축제로 구성하면서 ‘맥주를 통한 국가문화의 소개’라는 색깔을 분명히 했다.

 

 

장봉도 김과 벨기에 맥주가 만났다

 

개막식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한태준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총장이 소개한 특별한 맥주였다.

 

한 총장은 인천 송도에 자리한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가 인천 장봉도에서 생산된 김과 벨기에의 양조기술을 결합해 맥주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벨기에의 양조기술에 한국의 지역 식재료를 접목한 것이다.

 

한 총장은 “한국 장봉도 김 그리고 벨기에의 맥주 기법”을 함께 사용해 맥주를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과 벨기에 사이의 오랜 우정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도 해당 맥주를 직접 맛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 맥주는 이번 행사가 단순한 해외 맥주 소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벨기에에서 만들어진 맥주를 한국에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천의 지역 식재료와 벨기에의 양조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수교 125주년, 의전보다 가까운 방식의 문화교류

 

올해 행사의 또 다른 배경은 한·벨기에 수교 125주년이다. 개막식에서도 125년이라는 시간이 반복해서 언급됐다.

 

축사에서는 이번 행사를 양국의 우정과 문화교류, 유대감을 확인하는 자리로 설명했다. 국가 간 관계를 기념하는 행사가 맥주와 음식이라는 일상적인 문화 콘텐츠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에서 행사의 접근 방식도 눈에 띄었다.

 

실제로 행사장에서는 국적이나 언어보다 맥주와 음식이 먼저 사람을 연결했다. 참가자들은 여러 부스를 오가며 맥주를 맛보고 서로 다른 종류를 비교했고, 양조장과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벨기에의 음식문화를 접했다.

 

 

맥주를 따라가면 벨기에 여행이 보인다

 

관광의 관점에서 보면 맥주는 한 나라를 이해하는 하나의 여행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벨기에의 경우 400개 이상의 양조장과 1,500종이 넘는 맥주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역별 양조문화와 식문화를 여행의 소재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특히 트라피스트와 람빅처럼 특정한 양조 전통을 가진 맥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생산지역과 양조장, 역사와 기술을 함께 설명하는 콘텐츠가 된다. 맥주를 맛보는 행위가 결국 그 맥주가 만들어진 지역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번 서울 행사 역시 그 접점을 보여줬다. 벨기에의 여러 양조장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관람객은 한 국가의 맥주가 얼마나 다양한지 비교할 수 있었고, 장봉도 김을 활용한 맥주처럼 한국의 지역자원과 결합한 새로운 시도도 함께 접할 수 있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벨기에 한 잔’

 

개막식 마지막까지 강조된 것은 맥주를 통해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었다. 벨기에 맥주와 음식, 한국의 지역 식재료가 한 공간에 모이면서 행사는 양국의 125년 관계를 맛과 향으로 풀어내는 자리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행사는 벨기에라는 국가를 거대한 관광지 목록으로 소개하기보다 ‘맥주’라는 하나의 문화에서 출발해 그 나라의 지역과 전통, 장인정신을 들여다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00종이 넘는 맥주를 마시는 경험은 곧 100개의 서로 다른 양조문화와 이야기를 만나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2026 벨지안 비어 위켄드는 그래서 단순한 맥주 축제와는 다른 풍경을 만들었다. 한 잔의 맥주에 벨기에의 양조 전통을 담고, 장봉도의 김을 더해 한국의 지역성을 입히면서, 수교 125주년을 기념하는 문화교류의 현장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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