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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맡겼더니 관광시간이 1시간40분 늘었다”…일본 ‘짐 없는 관광’ 확산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지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시간이 줄어들자 실제 관광시간이 최대 1시간40분 가까이 늘어났다. 일본이 오버투어리즘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짐 없는 관광(手ぶら観光)’이 단순한 수하물 배송을 넘어 외래객의 이동동선과 관광시간을 바꾸는 관광수용태세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관광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위한 짐 없는 관광 추진 조사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수하물 배송서비스를 이용한 외래객은 호텔이나 코인로커를 오가는 불필요한 이동이 줄면서 관광 가능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토에서는 관광 가능시간이 1시간51분에서 3시간30분으로 약 1시간40분 증가했고, 가나자와에서도 2시간52분에서 4시간22분으로 약 1시간30분 늘었다.

 

 

‘짐 없는 관광’, 이동 편의에서 관광시간 확대로

 

일본에서 짐 없는 관광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방일 외래객 증가와 주요 관광지 및 대중교통의 혼잡이 있다. 일본관광청은 2025년 외래객의 수하물 서비스 이용실태와 관광행동 변화를 조사한 데 이어 2026년에는 민관 스터디를 열고 서비스 보급·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초점도 단순히 여행객의 편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형 수하물을 동반한 관광객이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거나 관광지에서 이동할 때 발생하는 부담과 혼잡을 줄이고, 관광객이 실제 관광에 사용하는 시간을 늘리는 수단으로 ‘짐 없는 관광’을 접근하고 있다.

 

실제 이용자 19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수하물 배송서비스 이용 효과로 ‘이동 중 피로 감소’가 81.9%로 가장 높았고, ‘대중교통 이동이 원활해졌다’는 응답이 69.4%,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었다’는 응답이 51.3%, ‘방문 장소가 늘었다’는 응답이 40.9%로 나타났다. 수하물 하나를 여행동선에서 분리하는 것이 관광객의 체감 이동환경뿐 아니라 관광범위까지 바꾼 셈이다.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와 실제 이용 사이의 큰 간격

 

다만 일본에서도 짐 없는 관광이 관광객의 높은 수요만큼 빠르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관광청이 방일 외래객 1,5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향후 이용하고 싶은 서비스로 ‘공항↔숙박시설 수하물 배송’이 64.6%로 가장 높았고, ‘숙박시설↔숙박시설 배송’도 43.6%를 기록했다.

 

반면 관련 서비스를 인지하고 있던 외래객 1,163명의 실제 이용경험을 보면 69.8%가 어떤 서비스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공항↔숙박시설 배송은 이용 의향이 64.6%에 달했지만 실제 이용률은 5.1%에 그쳤다. 숙박시설↔숙박시설 배송도 이용 의향 43.6%에 비해 실제 이용률은 10.9%였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도 주목된다. 서비스 인지도 부족이 25.7%로 가장 높았고, 높은 요금 15.4%, 일본어 중심 안내 15.3%, 정보·예약사이트 분산 11.7% 등이 뒤를 이었다. 수하물 배송망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관광객 이용을 끌어내기 어렵고, 여행자가 서비스를 발견하고 예약하는 과정까지 관광서비스의 일부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도시에서 지방으로, 짐도 여행객을 따라 움직인다

 

짐 없는 관광의 정책적 의미는 외래객의 여행동선이 넓어질수록 더욱 커진다. 일본관광청은 외래객 소비동향과 이동데이터 등을 분석해 9개의 주요 방일여행 동선을 도출했으며, 수도권과 간사이를 주요 거점으로 삼은 외래객의 여행이 히로시마와 가나자와 등 주변 지방지역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확인했다. 분석 대상 18개 주요 도도부현은 전체 외래객 방문의 89.7%를 차지했다.

 

여행객이 도쿄나 오사카 같은 대도시 안에서만 이동할 때는 역이나 공항의 수하물 보관만으로도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공항에서 도시로 이동한 뒤 신칸센이나 철도를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다시 숙박시설을 찾는 광역 주유형 여행에서는 수하물 자체가 이동의 제약요인이 된다.

 

일본의 대응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역에서 짐을 보관하는 방식에서 여행동선을 따라 짐을 다음 목적지로 보내는 방식으로 확대되고 있다. JR동일본 스마트로지스틱스는 ‘JRE 짐 없는 여행’을 통해 다기능 스마트로커와 신칸센 물류서비스를 결합하고, 웹 사전예약과 캐시리스 결제, 다국어 대응, 무인 보관·발송 등을 적용해 지역 간 당일배송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도 서비스보다 ‘연결’이 관건

 

한국에도 외래객을 위한 수하물 배송·보관 인프라는 이미 구축돼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Easy Drop은 도심에서 항공 체크인과 수하물 위탁을 처리한 뒤 해외 최종 목적지 공항에서 수하물을 수령하는 방식이며, T-Luggage는 서울 주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수하물 보관·배송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공항·역·숙박시설 및 일부 관광지역을 연결하는 민간 배송서비스도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각각의 서비스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외래객의 전체 여행동선 안에서 연결돼 있느냐에 있다. 현재 국내 서비스는 공항·도시철도·민간사업자별로 분산돼 있어 공항→수도권→철도→지방→숙박시설로 이어지는 여행과정 전체를 하나의 수하물 이동체계로 연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번 조사자료의 분석이다.

 

일본 사례가 한국 관광에 던지는 시사점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수하물 서비스를 별도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운영 중인 Easy Drop과 T-Luggage, 민간 배송망을 공항·철도·숙박·지역관광과 연결해 외래객이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관광청 조사에서도 외래객의 74.7%가 여행 ‘계획단계’에서 관련 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적절하다고 응답해 여행 전 정보 제공과 예약 연계의 중요성이 확인됐다.

 

결국 ‘짐 없는 관광’의 경쟁력은 캐리어를 얼마나 빨리 옮기느냐에 있지 않다. 공항에서 짐을 내려놓은 외래객이 서울을 관광하고, 빈손으로 KTX나 철도를 타고 지방으로 이동한 뒤 숙박시설에서 짐을 다시 받는 여행동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수하물 이동에 쓰이던 1시간, 2시간을 관광시간으로 바꾸는 것이 일본이 추진하는 ‘짐 없는 관광’의 본질이다. 한국 역시 체류일수를 늘리는 접근과 함께 여행 과정에서 버려지는 이동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지역 관광·식음·쇼핑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수하물 서비스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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