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태백시 창죽동 깊은 숲 속, 해발 1420미터의 고지대에 물이 솟는다.이 물줄기는 굴착된 인공 통로가 아닌, 수천 년간 산이 품어온 맥락에서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이곳을 검룡소라 부른다. 맑은 물은 작은 연못을 이룬 뒤 계곡을 타고 흘러, 훗날 한강의 근원이 된다. 그러나 이 청정한 풍경은 오래전부터 ‘죽음의 땅’ 위에 서 있다. 태백은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심이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함태·통동·장성·철암 등지에서 검은 금, 석탄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광부 수는 수만 명. 지하 500미터로 내려간 그들의 땀과 피가 서울의 전등을 밝혔다. 하지만 1989년, 정부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내놓으며 모든 것이 뒤집혔다. 비용 절감, 효율 개선, 그리고 ‘청정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목 아래 태백의 광산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갱도는 물에 잠기고, 인부 숙소와 적재장은 버려졌다. 검은 먼지가 사라진 자리엔 침묵이 남았다. 산이 사람을 밀어내자, 물이 돌아왔다폐광의 상처는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복수를 시작했다. 채굴이 멈추자, 수로를 따라갔던 지하수가 다시 원래의 길을 찾았다. 그 첫 신호가 바로 검룡소였다. 지질학자들은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의 중심부를 관통하는 김홍도길은 조선 후기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의 예술적 뿌리를 찾아가는 역사 문화 길이다. 그는 30대 후반까지 안산에 거주하며 강세황으로부터 그림을 배웠고, 이곳에서 서민들의 삶을 깊이 관찰하며 한국 미술사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 길은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김홍도의 유명한 풍속화 '씨름', '서당' 등의 배경이 혹시 안산의 마을 풍경이 아니었을까 하는 흥미로운 K-미스터리를 품고 있다. 단원이 남긴 그림과 기록 속에 250년 전 안산의 숨겨진 풍경은 무엇이었을까? 천재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예술 혼이 시작된 고향의 비화를 추적한다. ◇ 프롤로그: '단원'이라는 이름에 깃든 고향 안산의 비화 김홍도의 호(號)인 단원(檀園)은 안산의 옛 지명인 단원(檀園)에서 따온 것이다. 그의 스승이자 당대 최고 문인화가였던 강세황이 안산 첨성리(현재의 사사동 일대)에 거주하며 김홍도를 가르쳤다. 김홍도는 소년 시절부터 강세황의 문하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꽃피웠고, 스승에게 받은 각별한 애정과 가르침에 보답하고자 안산의 옛 지명을 자신의 호로 삼았다. 이처럼 김홍도길은 천재 화가와 그의 스승의 '사제
[뉴스트래블=손현미 기자] 한국관광공사의 ‘요즘여행’을 통해 추천된 11월의 테마는 ‘소도시 여행’이다. 인구는 적지만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생활의 결을 간직한 도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즐기는 여행법을 제시한다. 한국관광공사는 감각 있는 국내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는 ‘요즘여행’ 시리즈의 네 번째 주제로 ‘소도시 여행’을 공개했다. ‘요즘여행’은 단순한 여행지 소개를 넘어, 여행자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중심에 둔 콘텐츠로, 격월 단위로 발간되고 있다. 이번 테마는 규모보다 개성, 속도보다 깊이를 중시하는 여행 방식을 강조한다. 지역의 자원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예술, 체험, 디지털기술 등과 결합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으며, 오래된 골목과 시장, 전통문화의 결을 잇는 공간들이 여행자들에 의해 새롭게 발견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러한 소도시 여행을 통해 지역의 일상을 현재의 감성으로 되살리는 지속가능한 여행 형태를 소개했다. 공사가 ‘요즘여행’을 통해 추천한 소도시 여행지는 다섯 곳이다. 경남 남해에서는 현지인의 일상과 정서를 체험할 수 있는 소규모 로컬 여행 콘텐츠 ‘남해 외갓집’을, 강원 동해 묵호항 일대에서는 골목길과 시장을 걸으며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시 원곡동 일대에 조성된 다문화거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은 단순히 외국 음식점이 모인 거리가 아니라, 1980년대 이후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시작된 '코리안 드림'의 현장이자, 100여 개국에서 온 이주민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애환이 뒤섞여 만들어진 '도시 속 거대한 미스터리' 공간이다. 한글 간판보다 외국어가 더 많은 이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낯선 나라에 불시착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외국인 거주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이 지역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방인의 음식과 언어 속에 감춰진 K-사회 융합의 미완의 비화를 추적한다. ◇ 프롤로그: '코리안 드림'이 만든 미스터리한 축소 지구촌 안산 다문화거리의 탄생은 1970~80년대 반월·시화 산업단지 조성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 건설된 산업단지는 곧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고,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허가했다. 저렴한 주거비를 찾아 산업단지와 가까운 안산의 구도심 원곡동으로 이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곡동은 빠르게 중국, 베트남, 러시아, 네팔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거주하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시 시화호 상류에 자리한 안산갈대습지공원은 축구장 145개 규모, 약 103만㎡에 달하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인공습지다. 이곳의 역사는 단순한 공원 조성을 넘어, 1990년대 '죽음의 호수'로 불리며 국가적 재앙이었던 시화호의 처참한 비극과, 이를 되살리기 위한 인간의 필사적인 노력이 빚어낸 K-환경 복원 미스터리의 핵심이다. 시화호로 유입되던 오염된 하천수(반월천, 동화천, 삼화천)를 오직 갈대와 수생 식물의 힘으로만 정화해낸 이 거대한 자연 청소부의 비밀은 무엇일까? 삵, 수달 등 멸종위기종이 다시 찾아와 생명을 잉태하는 기적의 습지, 그 탄생과 시련, 그리고 희망의 비화를 들여다본다. 프롤로그: '죽음의 호수'를 삼킨 거대한 갈대밭의 미스터리 안산갈대습지공원은 1994년 시화방조제 건설 이후, 지천에서 유입된 공장 폐수와 생활 하수로 인해 평균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가 농업용수 기준을 훨씬 초과했던 '시화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악취가 진동했던 이 폐허 같은 공간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시화호 상류에 인공 습지를 조성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1997년에 착공해
[뉴스트래블=편집국] 서해의 끝자락, 인천항에서 220km를 달려 도착한 섬. 백령도는 대한민국의 서북단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 두무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북쪽 끝, 눈앞에는 북한 장산곶이 지척이다. 관광객은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군인들은 늘 조용히 하라고 말한다. 두무진은 절벽이자 경계이며, 관광지이자 금단의 공간이다. 두무진은 백령도의 대표적 관광 명소다.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독특하다. 화강암과 퇴적암이 수천만 년 동안 바람과 파도에 깎여 수십 미터 높이의 절벽과 바위섬을 만들었다. 바다 위로 솟은 선대암, 코끼리바위, 형제바위가 그 예다. 하지만 관광버스에서 내린 이들이 느끼는 평화는 군 초소의 철제 망루와 CCTV, 경고 표지판에서 금세 깨진다.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km, 두무진은 ‘가장 가까운 최전방 관광지’다. 백령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 서해의 전략 요충지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에도, 이곳은 한 치의 땅도 양보할 수 없는 요새였다. 지질학적으로는 5억 년 전 캄브리아기의 퇴적층이 그대로 남아 있어 학술적으로도 보존 가치가 높다. 이 때문에 2012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그 ‘보존’은 곧 ‘통제’의 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서울관광재단은 11월 가을 시즌을 맞아 서울의 대표 패션 거리인 성수, 이태원, 홍대를 중심으로 패션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 코스를 발표했다. 이번 코스는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과 패션에 관심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의 감각적인 패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성수동은 과거 수제화 공장과 자동차 정비소가 밀집했던 산업지대에서 창의적인 팝업스토어와 전시공간이 어우러진 패션 거리로 탈바꿈했다. 대림창고, 자그마치, 디올 성수 등은 산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연무장길과 뚝섬역 인근에는 로컬 브랜드 매장과 포토스팟이 밀집해 있다. 특히 붉은 벽돌 건축물 보존사업을 통해 성수 특유의 미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무신사 스토어, 뉴발란스 성수, 젠틀몬스터 등 국내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다수 입점해 있다. 이태원은 다양한 문화와 패션이 교차하는 거리로, 녹사평역~이태원역 일대에는 글로벌 브랜드와 빈티지숍, 앤틱가구 상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비이커, PDF 서울 등 감각적인 편집숍과 복합문화공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수선소 ‘고치미’ 앞 거울 골목은 인기 포토존으로 알려져 있다. 오는 11월 6일부터 9일까지는 ‘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안산 대부도 남쪽, 탄도항 인근에 자리한 동주염전은 1953년 문을 연 이래 70년 가까이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천일염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살아있는 K-산업 미스터리다. 이곳은 단순히 소금을 생산하는 공간을 넘어, 하늘, 바다, 사람이 빚어내는 소금꽃의 결정체이자, 한국 근현대 제염 산업의 흥망성쇠를 증언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염전 바닥에 깨진 옹기 조각을 깔아 만드는 독특한 '깸파리 염전' 방식은 동주염전 소금에 깊고 단맛을 더하는 핵심 미스터리다. 옛 염부들의 땀과 애환, 그리고 소금을 실어 나르던 '가시렁차'에 얽힌 산업화 시대의 비화를 추적한다. ◇ 프롤로그: '소금꽃' 속에 담긴 70년 장인 정신의 비밀 동주염전은 안산 지역 천일염의 역사적 상징으로 손색이 없다. 조선시대부터 안산 일대는 품질 좋은 천일염 생산지로 명성을 떨쳤는데, 많은 염전이 개발의 물결에 사라진 지금도 동주염전은 꿋꿋하게 전통 방식을 지키고 있다. 동주염전의 소금이 특히 명품으로 인정받는 비밀은 바로 '깸파리 염전'에 있다. '깸파리'란 깨진 옹기나 사기 조각을 뜻하는 말로, 염전 바닥을 화학 장판지 대신 옹기 토판으로 채운 것을 말한다. 이
[뉴스트래블=편집국] 한때 어린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던 유원지의 철문은 녹슬어 잠겼다. 입구를 막은 잡초와 부서진 회전목마, 바람에 흔들리는 표지판만이 이곳의 과거를 증언한다.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 산자락에 위치한 ‘원주 드림랜드’는 1990년대 중반 지역의 대표적인 가족형 놀이공원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관광객 감소와 시설 노후화로 문을 닫았다. 그 이후 20여 년간 이곳은 사실상 ‘잊힌 공간’으로 남아 있다. 드림랜드는 1995년 개장 당시 원주 시민뿐 아니라 인근 제천, 충주, 횡성 주민들의 나들이 명소였다. ‘꿈의 유원지’라는 이름처럼 어린이 기차, 회전목마, 범퍼카, 미니 롤러코스터가 좁은 산비탈을 따라 자리했고, 주말이면 도시락을 든 가족들로 붐볐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운영난에 직면했다. 2003년께부터 주요 놀이기구가 멈췄고, 2007년에는 전기 공급이 끊기며 공식 폐업 상태가 되었다. 이후 10여 년간 드림랜드는 방치되었다. 놀이기구 대부분이 철거되거나 부식됐지만, 일부 건물과 조형물이 남아 ‘도시의 유령공간’처럼 남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SNS와 유튜브에서는 '원주의 폐허 유원지'라는 제목으로 사진과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기차가 춘천역에 닿는 순간, 창밖의 풍경이 달라진다.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고, 호수와 산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공기엔 물 냄새가 섞여 있고, 그 속에 묘한 평온이 깃든다. 이 고요한 리듬은 스위스의 취리히를 떠올리게 한다. 두 도시는 ‘호수’로 자신을 정의한다. 춘천의 의암호와 공지천, 취리히의 취리히호는 모두 도시의 중심에서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물결 위로 빛이 부서지고, 그 위를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느리다.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 그곳에서 두 도시의 감성이 닮아간다. 물의 도시, 일상이 풍경이 되는 곳 춘천의 아침은 호수에서 시작된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의암호 위로 카약이 떠 있고, 강변 산책로엔 조깅하는 이들이 보인다. 그 여유로운 풍경 속에서 도시의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주변의 카페에서는 커피 향이 물결에 섞이고, 소양강 스카이워크에선 호수와 하늘이 맞닿는다. 취리히 역시 물의 도시다. 리마트강이 도심을 가로지르고, 호수 위에는 유람선이 천천히 미끄러진다. 출근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점심시간에 호숫가 벤치에 앉은 직장인들 - 그 일상의 여유는 춘천의 오후와 닮았다. 물이 도시의 중심에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