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도시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올려다본다. 성당의 첨탑, 왕궁의 돔, 언덕 위의 성채. 인간은 오래전부터 가장 높은 곳에 상징을 세워왔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동체가 믿는 가치와 시대의 방향을 보여주는 표식이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산 정상에 서 있는 거대한 조각상도 그 계보 위에 있다. 바로 구세주 그리스도상이다. 이 조각상은 해발 약 700미터의 코르코바두 산 정상에 서 있다. 양팔을 넓게 펼친 모습은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는 듯하다. 높이 약 30미터의 석상과 그 아래 받침대를 합치면 38미터에 이른다. 1931년 완공된 이 작품은 이제 브라질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 해안과 산, 그리고 도시가 겹쳐지는 풍경 속에서 그리스도상은 리우의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조각상이 세워진 시기는 브라질 사회가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공화국 체제가 자리 잡아가던 20세기 초, 가톨릭 교회와 시민 사회는 도시를 대표할 상징을 구상했다. 그 결과 선택된 것은 신앙의 상징이었다. 조각상은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국가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신의 형상이 도시의 상징이 된 것이다. 건축과 조각은 기술의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태평양 절벽 위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거친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히고, 안개가 바다와 숲 사이를 천천히 흐른다. 도로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어느 순간 숲과 폭포가 나타난다. 다시 차를 달리면 만년설을 이고 선 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푸른 호수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미국 북서부에 자리한 오리건은 이런 풍경들이 한 주 안에서 이어지는 곳이다. 태평양 해안과 원시림, 화산 산맥, 깊은 호수, 그리고 고원 지형까지 서로 다른 자연이 짧은 거리 안에서 연결된다. 그래서 이곳의 여행은 특정 도시보다 풍경을 따라 이동하는 로드트립으로 기억된다. 오리건에서는 목적지보다 그 사이의 길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태평양 절벽이 이어지는 거대한 해안선 오리건 여행의 첫 장면은 바다다. 태평양을 따라 약 580킬로미터 이어지는 오리건 해안선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해안 절벽 아래로는 거친 파도가 부서지고, 바다 위에는 기묘한 바위섬들이 솟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간은 Samuel H. Boardman State Scenic Corridor다. 해안 절벽과 숲 사이로 트레일이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안데스 산맥 깊은 곳, 구름이 능선을 넘나드는 해발 약 2400미터의 능선 위에 돌로 된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매달리듯 놓인 이 도시는 수백 년 동안 외부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 마추픽추라 불리는 이곳은 잉카 문명이 남긴 가장 상징적인 유산이다. 이 도시는 왜 이런 곳에 세워졌을까. 접근하기 어려운 산악 지형, 가파른 경사, 안개와 비가 잦은 환경. 평범한 도시를 건설하기에는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바로 그 조건이 잉카 제국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높이는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마추픽추는 15세기 잉카 황제 파차쿠티 시대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국의 확장기와 맞물린 시기였다. 잉카는 문자 대신 도로와 건축, 행정 조직을 통해 광대한 영토를 통합했다.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산악 도로망은 제국을 하나로 묶는 동맥이었다. 그 중심에 황제의 권위가 있었다. 이 도시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돌과 돌 사이에는 모르타르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블록들은 정확히 맞물린다. 지진이 잦은 안데스 지역에서 이 방식은 오히려 더 안정적이었다. 물길을 조절하는 배수 시
[뉴스트래블=권태민 기자] 중국 정부의 공휴일 연장으로 2026년 음력 설 연휴가 역대 최장인 9일(2.15~2.23)간 이어지며 호주 내 중화권 방문객 유입이 기록적인 수치를 경신했다. 한국관광공사 시드니지사에 따르면, 시드니 공항은 1~2월 피크 시즌 동안 중화권에서만 약 60만 명의 승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며, 상하이-시드니 등 주요 노선 패키지 상품은 이미 1월 중순에 조기 완판되는 등 폭발적인 수요를 기록했다. 이번 연휴 기간 중국인 관광객들은 과거의 단순 단체 관광에서 벗어나 야라 밸리 열기구 체험이나 블루 마운틴 프리미엄 투어 등 고부가가치 체험형 상품에 집중하는 질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힘입어 연휴 기간 호주 내 전체 소비액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약 54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멜버른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최대 비즈니스 행사 'AIME 2026'이 5,000여 명의 참가자를 동원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성료되어 향후 12개월간 약 2억 달러 이상의 매출 효과가 기대된다. 시드니에서도 '마디 그라스(Mardi Gras)' 축제가 시작되어 대규모 퍼레이드를 앞두고 도심 호텔 수요와 리테일 소비를 동시에 견인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정확한 시간은 곧 권력이었다. 비가 언제 내릴지, 태양이 언제 돌아올지, 신이 언제 응답할지 아는 자가 공동체를 이끌었다. 중앙아메리카의 밀림 한가운데, 계단식 피라미드는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그곳이 바로 치첸이트사다. 이 도시는 단순한 종교 유적이 아니다. 그것은 별과 태양의 움직임을 계산해 사회를 조직한 문명의 중심지였다. 치첸이트사는 마야 문명의 후기 중심 도시로, 오늘날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위치한다. 이곳의 상징인 ‘엘 카스티요’ 피라미드는 365개의 계단을 지닌다. 태양력의 날짜 수와 일치한다. 춘분과 추분이 되면 계단 난간에 뱀이 기어 내려오는 듯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이는 깃털 달린 뱀 신 쿠쿨칸의 현현으로 해석된다. 천문 현상은 곧 신의 메시지였다. 마야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달력 체계를 만들었다. 태양력과 종교력, 그리고 장기 연대를 계산하는 시스템을 동시에 운용했다. 그들은 금속 도구 없이도 정밀한 관측을 수행했고, 금성의 주기까지 기록했다. 별을 읽는 능력은 곧 제사의 권위로 이어졌다. 사제와 지배층은 하늘을 해석하는 중개자였다. 그러나 천문 지식은 단지 종교적 상징이 아니었다. 농업과 직결된 생존 기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페루 남부 안데스 산맥의 품에 안긴 쿠스코는 종종 세계적인 명소 마추픽추로 향하는 관문으로만 이해되곤 한다. 하지만 이 도시는 단지 기계처럼 운행되는 출발점이 아니다. 잉카 제국의 옛 수도로서 축적된 역사적 흔적과 스페인 식민지기의 건축 양식이 공존하면서, 쿠스코 자체가 하나의 다층적 서사로 읽히는 장소다. 도시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잉카와 식민지 시대, 현대가 교차하는 순간을 만날 수 있다. 광장과 거리, 제국의 중심축 쿠스코 여행은 대부분 도시 중심부의 플라자 데 아르마스에서 시작한다. 잉카 시대에는 ‘우아카이파타(Huacaypata)’라 불렸던 이 광장은 오늘날 도시 생활의 중심이며, 식민지 시대 이후에는 스페인 풍의 건축물들이 둘러싼 공간으로 변모했다. 주변에는 산블라스, 나사레나스 등 역사 깊은 광장과 골목이 얽혀 있다. 광장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잉카 시대의 보존된 석조 벽과 식민지 시대의 바로크 양식 건축이 나란히 서 있는 이 도시의 물리적 구조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관광객은 돌바닥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쿠스코의 시간을 체감하게 된다. 영혼을 담은 돌들의 흔적 도시 곳곳에서 만나는 잉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오타와강 절벽 위에 고딕 양식의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첨탑과 시계탑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고, 잔디 광장은 완만하게 강으로 내려간다. 수도라고 하기엔 조용하지만, 구조는 단단하다. 캐나다라는 국가는 이 언덕 위에서 형태를 갖췄다. 캐나다는 단일 민족 국가가 아니다.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역사, 원주민의 존재, 그리고 대규모 이민이 겹쳐 있다. 분열의 가능성을 안고 출발했다. 의회 의사당은 그 복잡한 구성을 제도 안에 묶어 둔 상징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의회 의사당은 캐나다 연방 정치의 중심이다. 상원과 하원이 같은 단지 안에 있다. 연방주의 구조가 공간으로 구현됐다. 권력은 분산돼 있지만 한 지붕 아래 모인다. 건물은 19세기 후반 완공됐다. 당시 캐나다는 영국 자치령이었다. 제국의 영향을 받은 고딕 리바이벌 양식이 채택됐다. 식민의 흔적이 국가 상징으로 전환됐다. 이곳은 정치적 갈등의 무대이기도 하다. 퀘벡 분리 독립 논쟁, 다문화 정책, 원주민 권리 문제가 모두 이 안에서 논의됐다. 총성보다 토론이 먼저다. 캐나다식 타협이 반복됐다. 그래서 이 언덕은 단순한 행정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제도 안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샌프란시스코에서 맞이하는 2026년 음력 설(춘절)은 단순한 명절을 넘어 문화의 향연이자 도시 전체를 밝히는 축제가 된다. 올해는 말의 해(Year of the Horse)를 맞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행사들이 2월 중순부터 3월 초까지 이어진다. 대표적인 축제 중 하나는 북미 최대 규모의 야간 중국 신년 퍼레이드(Chinese New Year Parade)로, 화려한 조명과 대형 용, 사자춤, 악대와 무용단이 도시 중심가를 가득 채운다. 이 퍼레이드는 3월 7일 오후 5시 15분부터 마켓 스트리트와 세컨드스트리트에서 시작해 차이나타운 방향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진행된다.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기간의 축제는 관광객과 현지 주민 모두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퍼레이드 전 주말인 2월 14~15일에는 그랜트 스트리트 일대에서 플라워 마켓 페어(Flower Market Fair)가 열려 다채로운 꽃과 과일, 전통 설 음식과 선물거리들을 판매하며 설맞이 준비 분위기를 돋운다. 28일에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San Francisco Symphony)가 설맞이 음악회를 다비즈 심포니 홀에서 선보이며, 아시아 작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콜롬비아 북부 카리브해 연안에 자리한 카르타헤나는 강렬한 색채의 도시다. 노란 벽과 파란 창, 꽃이 쏟아지는 발코니가 골목마다 이어진다. 바람은 바다 냄새를 실어 나르고 광장에서는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평온한 풍경 뒤에는 오랜 침략과 전쟁, 마약 범죄의 기억이 겹쳐 있다. 카르타헤나 구시가지는 콜롬비아의 과거와 현재가 맞물리는 장소다. 식민지 시대에는 제국의 항구였고, 현대에는 관광 수도가 됐다. 폭력의 시대를 통과한 뒤 국가 이미지를 다시 세운 무대이기도 하다. 콜롬비아는 이 성벽 안에서 스스로를 새로 정의하고 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카르타헤나는 콜롬비아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관문이다. 스페인 제국은 남미에서 약탈한 금과 은을 이 항구로 모았다. 모든 부가 이곳을 통해 유럽으로 빠져나갔다. 제국 경제의 출구였다. 그만큼 공격도 잦았다. 해적과 적국 함대가 끊임없이 침입했다. 도시는 늘 전쟁 상태에 놓였다. 생존을 위해 성벽을 두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카르타헤나는 거대한 요새 도시로 변했다. 두꺼운 성벽과 포대, 요새가 도시를 감싼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군사 시설처럼 설계됐다. 두려움이 도시 구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웰링턴 도심 언덕 아래에는 독특한 원형 건물이 자리한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의사당과 달리 낮고 둥근 형태가 먼저 눈길을 끈다. 뉴질랜드 국회의사당 ‘비하이브’는 위압감보다 친근함을 택한 건축이다. 이 나라가 권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외관에서 드러난다. 뉴질랜드는 크지 않은 국가다. 인구도, 영토도, 군사력도 세계 질서를 좌우할 규모는 아니다. 대신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방식으로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비하이브는 그 선택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비하이브는 뉴질랜드 행정부의 중심이다. 총리실과 내각, 각 부처 핵심 기능이 이 건물에 모여 있다. 국가의 주요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권력의 실제 작동 현장이다. 건물은 의도적으로 낮고 둥글게 설계됐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권위를 거부하는 형태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치 문화가 공간에 반영됐다. 주변에는 담장이나 높은 장벽이 거의 없다. 시민은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권력과 일상의 거리가 가깝다. 국가는 스스로를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비하이브는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행정 청사가 아니다. 정치 철학을 드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