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섬에 도착하면 먼저 공기가 달라진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부터 공기에는 향이 섞여 있다. 꽃과 향, 그리고 따뜻한 바람이 함께 지나간다. 바다는 멀지 않지만 바로 보이지 않는다. 대신 작은 제단 위에 올려진 꽃과 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여행자는 이곳이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발리다.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가운데서도 발리는 유독 특별한 장소로 남아 있다. 바다와 리조트로만 기억되기에는 이 섬의 풍경은 훨씬 깊다. 논이 이어지고, 사원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제사가 이어진다. 그래서 발리는 ‘보는 여행지’라기보다 머무르는 방식 자체가 여행이 되는 섬이다. 바다와 절벽, 그리고 노을의 시간 발리의 바다는 단순한 휴양지의 풍경과는 조금 다르다. 섬의 남쪽으로 내려가면 절벽 위에 사원이 서 있는 장면이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울루와뚜 사원이다. 절벽 끝에 세워진 이 사원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다. 파도는 아래에서 계속 부딪히고, 그 위로 바람이 올라온다. 해 질 무렵이 되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붉은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고, 사원과 절벽은 실루엣처럼 남는다. 이 시간에 펼쳐
[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①] 대만에 이런 곳이 있었나[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②] 도시가 아니라 풍경이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③] 하늘이 열리는 순간[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④] 바다로 내려가는 길[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⑤] 도시 밖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⑥] 더 멀리, 다른 시간이 흐른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⑦] 타이둥을 먹는다는 것[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⑧] 당신은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타이둥의 아침은 조금 다르게 시작된다. 보통의 여행에서는 해가 뜨면 어디로 갈지부터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방향보다 먼저 시선이 움직인다.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고, 하늘을 확인하게 된다. 그 단순한 동작 하나로, 이 여행이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지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하늘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풍경의 절반이 아니라, 때로는 전부가 된다. 구름의 움직임과 빛의 방향에 따라 같은 장소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뀐다. 그래서 타이둥에서는 ‘어디에 있느냐’보다 ‘언제 그곳에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여행의 기준이 공간에서 시간
[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①] 대만에 이런 곳이 있었나[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②] 도시가 아니라 풍경이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③] 하늘이 열리는 순간[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④] 바다로 내려가는 길[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⑤] 도시 밖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⑥] 더 멀리, 다른 시간이 흐른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⑦] 타이둥을 먹는다는 것[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⑧] 당신은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타이둥을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라면 금세 눈치챈다. 이곳은 도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구조가 아니다. 보통의 여행지에서는 건물과 거리, 상업시설이 동선을 이끈다. 그러나 타이둥에서는 시선이 먼저 자연으로 향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어디를 가고 있는지’보다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도시가 배경으로 밀려나고, 풍경이 중심으로 올라오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방향보다 속도가 더 중요해진다. 목적지를 정하고 빠르게 이동하는 대신, 걸음을 늦추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된다. 같은 길이라도 얼마나 천천히 지나
[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①] 대만에 이런 곳이 있었나[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②] 도시가 아니라 풍경이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③] 하늘이 열리는 순간[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④] 바다로 내려가는 길[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⑤] 도시 밖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⑥] 더 멀리, 다른 시간이 흐른다[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⑦] 타이둥을 먹는다는 것[NT 기획|타이둥, 느림의 여행법⑧] 당신은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대만 여행을 계획할 때 대부분의 시선은 서쪽으로 향한다. 타이베이와 타이중, 빽빽한 도시와 야시장,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식의 동선. 그러나 섬의 동쪽, 산맥을 넘어가야 닿는 타이둥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정말 그렇게까지 바쁘게 여행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부터 속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멈춰 서 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순간, 여행의 기준이 바뀌기 시작한다. 타이둥은 친절하게 설명하는 도시가 아니다. 무엇을 먼저 보고, 어디를 꼭 가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하나의 조건을 내건다. 당신이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사막은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도시를 떠나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고,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야 비로소 모래의 세계가 나타난다. 그래서 사하라로 가는 여행은 목적지보다 길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 된다. 마라케시에서 출발해 메르주가로 향하는 길은 그런 여행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붉은 성벽과 시장의 소음이 가득한 도시를 떠나면 풍경은 서서히 변한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사막의 오아시스를 지나고, 오래된 카스바 마을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모래가 하늘과 맞닿는 사하라가 나타난다. 붉은 도시를 떠나 사막으로 마라케시는 흔히 ‘붉은 도시’라고 불린다. 붉은 흙으로 지은 건물과 성벽, 시장의 향신료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도시를 채운다. 그러나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길을 잡으면 풍경은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다. 차는 아틀라스 산맥을 향해 올라간다. 산맥을 넘는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티지 은 티슈카 고개다. 해발 2200m 가까이 올라가는 이 길은 모로코에서 가장 높은 산길 가운데 하나다.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붉은 흙빛 산과 깊은 계곡, 그리고 작은 베르베르 마을들이 이어진다. 산맥을 넘는 순간 풍경이 달라진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물길이 도시의 길이 되는 순간이 있다.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더 많고, 도로보다 운하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도시.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이 풍경은 유럽에서도 좀처럼 보기 어렵다. 바로 암스테르담이다. 네덜란드의 수도인 이 도시는 수백 년 전 바다와 강 사이의 늪지대에서 시작됐다. 땅을 메우고 물길을 정리해 도시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수로와 다리가 도시의 기본 구조가 됐다. 오늘날 암스테르담에는 약 100km가 넘는 운하와 1500개 이상의 다리가 놓여 있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수로망 위에 세워진 셈이다. 그래서 이곳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히 명소를 방문하는 일이 아니라, 물길이 만든 도시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들어가는 경험에 가깝다. 물이 만든 도시의 풍경 암스테르담의 중심에는 반원형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운하가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 때 조성된 이 운하 지구는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도시를 확장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만든 이 수로망은 당시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던 암스테르담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운하는 헤렌흐라흐트, 카이저르흐라흐트, 프린센흐라흐트다. 이 세 운하는 마치 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짜오프라야 강 동쪽에 황금 지붕들이 빽빽하게 솟아 있다. 햇빛이 닿을 때마다 건물 전체가 금속처럼 번쩍인다. 탑과 지붕, 벽면 장식이 복잡하게 겹쳐진 이 공간은 단순한 궁전이 아니다. 태국이라는 국가가 형성된 권력의 중심이다. 1782년 라마 1세가 수도를 방콕으로 옮기며 이 궁전을 세웠다. 왕조 이름은 ‘차크리 왕조’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태국 왕실의 출발점이다. 도시가 성장하기 전부터 왕궁이 먼저 자리 잡았다. 방콕의 공간 구조는 여기서 시작됐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왕궁은 약 21만㎡ 면적의 거대한 궁정 단지다. 궁전·사원·행정 건물이 함께 배치돼 있다. 단순한 왕의 거처가 아니라 국가 권력의 집합체다. 왕권, 종교, 행정이 같은 공간에서 움직였다. 이 단지 안에는 태국에서 가장 신성한 사원 가운데 하나인 왓 프라깨우가 있다. ‘에메랄드 불상’으로 알려진 옥불이 모셔진 사원이다. 불상 높이는 약 66cm에 불과하지만, 태국 왕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왕이 직접 계절마다 의복을 갈아입히는 의식이 지금도 이어진다. 태국에서 왕은 단순한 정치 지도자가 아니다. 헌법상 군주제 국가지만 왕실의 상징적 권위는 여전히 강하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해가 기울면 물빛이 먼저 변한다. 잔잔한 운하 위로 오래된 석조 창고들이 하나둘 불빛을 켠다. 그리고 가스등이 켜지는 순간, 도시는 갑자기 다른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 일본의 어느 항구 도시보다 조용하고, 어느 관광지보다 오래된 공기가 남아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오타루다. 홋카이도 서부에 자리한 이 도시는 한때 북일본 최대의 무역항이었다. 메이지와 다이쇼 시대, 홋카이도에서 잡힌 청어와 각종 물자가 이 항구를 통해 일본 전역으로 실려 나갔다. 당시 세워진 은행과 상사, 창고 건물들이 지금도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 풍경처럼 보인다. 이 건물들은 오늘날 카페와 레스토랑, 상점으로 바뀌며 오타루 특유의 낭만적인 거리 풍경을 만들고 있다. 물류의 길에서 낭만의 운하로 오타루를 상징하는 풍경은 단연 오타루 운하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약 1.1km 이어지는 이 운하는 1923년에 완성된 항만 시설이었다. 큰 화물선이 바다에 정박하면 작은 배가 화물을 운하로 옮겨 창고로 운반하는 방식으로 사용됐다. 그러나 항만 시설이 현대화되면서 운하는 점차 역할을 잃었다. 1960년대에는 도로를 만들기 위해 운하를 매립하려는 계획도 있었지만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도시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올려다본다. 성당의 첨탑, 왕궁의 돔, 언덕 위의 성채. 인간은 오래전부터 가장 높은 곳에 상징을 세워왔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공동체가 믿는 가치와 시대의 방향을 보여주는 표식이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산 정상에 서 있는 거대한 조각상도 그 계보 위에 있다. 바로 구세주 그리스도상이다. 이 조각상은 해발 약 700미터의 코르코바두 산 정상에 서 있다. 양팔을 넓게 펼친 모습은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는 듯하다. 높이 약 30미터의 석상과 그 아래 받침대를 합치면 38미터에 이른다. 1931년 완공된 이 작품은 이제 브라질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됐다. 해안과 산, 그리고 도시가 겹쳐지는 풍경 속에서 그리스도상은 리우의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다. 조각상이 세워진 시기는 브라질 사회가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하던 시기였다. 공화국 체제가 자리 잡아가던 20세기 초, 가톨릭 교회와 시민 사회는 도시를 대표할 상징을 구상했다. 그 결과 선택된 것은 신앙의 상징이었다. 조각상은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국가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신의 형상이 도시의 상징이 된 것이다. 건축과 조각은 기술의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다. 바위 벽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몇 걸음 더 들어가면 갑자기 시야가 열린다. 높은 석회암 절벽이 둘러싼 호수, 그리고 그 물 위에 뒤집혀 떠 있는 또 하나의 산과 숲. 처음 이 풍경을 마주하는 순간, 많은 여행자들은 잠시 말을 잃는다. 말레이시아 북부 이포 인근에 자리한 타식 체르민은 말레이어로 ‘거울 호수’라는 뜻을 가진다. 이름 그대로 바람이 잔잔한 날이면 물 위에 주변의 석회암 절벽과 숲이 그대로 반사된다. 실제 풍경과 물속 풍경이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또렷하다. 이 호수는 말레이시아 관광지 가운데서도 비교적 늦게 알려진 곳으로, 최근 자연 풍경을 찾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조용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터널을 지나 만나는 비밀의 호수 타식 체르민의 가장 큰 특징은 ‘숨겨진 위치’다. 일반적인 호수처럼 도로 옆에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방문객은 먼저 오래된 채석장 입구를 지나고, 이어 바위를 뚫어 만든 좁은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터널은 불과 수십 미터 길이지만, 그 안은 어둡고 습하다. 빛이 거의 없는 통로를 빠져나오는 순간 풍경은 갑자기 바뀐다. 터널 끝에서 나타나는 것은 거대한 자연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