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사막은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도시를 떠나 산을 넘고, 계곡을 지나고, 오래된 마을들을 지나야 비로소 모래의 세계가 나타난다. 그래서 사하라로 가는 여행은 목적지보다 길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 된다. 마라케시에서 출발해 메르주가로 향하는 길은 그런 여행의 대표적인 장면이다. 붉은 성벽과 시장의 소음이 가득한 도시를 떠나면 풍경은 서서히 변한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고, 사막의 오아시스를 지나고, 오래된 카스바 마을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모래가 하늘과 맞닿는 사하라가 나타난다. 붉은 도시를 떠나 사막으로 마라케시는 흔히 ‘붉은 도시’라고 불린다. 붉은 흙으로 지은 건물과 성벽, 시장의 향신료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도시를 채운다. 그러나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길을 잡으면 풍경은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다. 차는 아틀라스 산맥을 향해 올라간다. 산맥을 넘는 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티지 은 티슈카 고개다. 해발 2200m 가까이 올라가는 이 길은 모로코에서 가장 높은 산길 가운데 하나다. 굽이치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붉은 흙빛 산과 깊은 계곡, 그리고 작은 베르베르 마을들이 이어진다. 산맥을 넘는 순간 풍경이 달라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아프리카 대륙의 남서쪽 끝에 자리한 케이프타운은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다.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길, 수평선 위로 거대한 산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평평한 정상과 가파른 절벽을 가진 산이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은 듯 서 있다. 그 순간 여행자는 깨닫게 된다. 이곳에서는 도시가 자연 속에 들어앉아 있다는 사실을. 케이프타운의 풍경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도시 뒤에는 웅장한 산맥이 있고,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이 있다. 햇빛은 강하지만 바람은 서늘하고, 파도는 거칠지만 도시는 평온하다. 서로 다른 자연의 성격이 한곳에서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을 여행한다는 것은 하나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일이 아니라 거대한 풍경 속을 이동하는 경험에 가깝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해안 도로를 따라 대륙의 끝까지 달리는 동안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이 도시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식탁, 테이블 마운틴 케이프타운을 상징하는 존재는 단연 테이블 마운틴이다. 해발 약 1,085m 높이의 이 산은 이름 그대로 정상부가 넓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이스라엘관광청은 2026년 1월부터 예루살렘 다윗성의 순례길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밝혔다. 총 길이 600미터, 폭 8미터(남쪽 끝은 30미터)에 달하는 이 길은 까다로운 지하 조건으로 인해 이스라엘에서 가장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 발굴 작업으로 평가돼 왔다. 제2성전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순례길은 실로암 연못에서 성전산 정상까지 이어지며, 고대 순례자들의 핵심 통로이자 시장 역할을 했던 곳이다. 발굴 과정에서 고대 화폐, 상인들의 저울추, 돌 측정대 등 활발한 상업 활동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발견됐다. 또한 도로 아래 대규모 수로에서는 유대인 반란군의 은신처와 함께 냄비, 기름 등잔, 청동 동전, 로마 병사의 검 등 당시 격동의 시대를 증명하는 유물들이 출토됐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길의 건설자가 헤롯 대왕이 아닌,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한 것으로 알려진 로마 총독 폰티우스 필라투스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윗성 순례길은 현재 다윗의 도시 국립공원의 일부로, 방문객들은 실로암 연못 인근에서 시작해 지하 통로를 따라 걸으며 2천 년 전 성전산으로 향하던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체험할 수 있다. 일부 구간은 젖어 있을 수 있어 편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키갈리 언덕 위의 공기는 유난히 고요하다. 도시 중심에서 차로 10분 남짓 떨어졌을 뿐인데 소음이 급격히 잦아든다. 낮은 담장과 정돈된 정원이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이곳이 100만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기리는 집단 묘지라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실감난다. 르완다는 이 장소를 숨기지 않았다. 수도 한복판,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기억을 올려놓았다. 제노사이드 메모리얼은 추모 시설이면서 동시에 국가의 선언문이다. 르완다가 어떤 과거를 통과했고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압축해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키갈리 제노사이드 메모리얼에는 약 25만 명 이상의 희생자가 공동 매장돼 있다. 잔디 아래 이어진 콘크리트 묘역이 실제 무덤이다. 이름이 확인된 이들도 있고 끝내 신원을 찾지 못한 이들도 함께 잠들어 있다. 이 숫자 자체가 이미 국가의 역사다. 이곳은 단순한 추모 공원이 아니다. 학살의 전 과정을 기록한 전시관이 함께 운영된다. 사진과 영상, 유품이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준다. 방문객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로 비극을 마주하게 된다. 르완다 정부는 이 공간을 교육 현장으로 활용한다. 학생들은 정규 수업의 일
[뉴스트래블=김남기 기자] UAE 아웃바운드 여행 예약의 80% 이상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두바이지사가 발간한 '중동 및 튀르키예 1월 관광시장 동향'은 대부분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비자와 예약을 처리하며, SNS에서 본 ‘힙한 장소’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아랍트래블마켓(ATM)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 거주자의 해외여행 지출은 매년 6% 성장해 2030년까지 6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시업체 참가가 급증하며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라스알카이마 관광청은 블록체인 기반 여행 토큰을 도입해 디지털화 흐름을 선도한다. GCC 지역은 개인화·웰니스·다세대 가족 여행을 결합한 ‘재생형 관광’으로 패러다임을 전환 중이다. 포시즌스는 사우디 내 6개 신규 시설 건립을 발표하며 경험 중심 관광을 강화한다. 한편 터키는 인플레이션으로 국내여행 대신 저렴한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2025년 3분기 해외여행객 수는 338만 명으로 증가했고 관광지출은 32.3% 늘었다.
[뉴스트래블=김남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2026년부터 관광 전략을 초호화 중심에서 중저가 숙박시설 확대 중심으로 전환했다. 한국관광공사 두바이지사가 발표한 「중동 및 튀르키예 1월 관광시장 동향」에 따르면, 이는 연간 3,000만 명 관광객과 1,850만 명 성지순례객을 겨냥한 실속형 정책이다. 아부다비는 세계 최초 ‘AI 관광 정부’를 선포하며 공항과 호텔에 생체 인식 기반 심리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여권 심사와 호텔 체크인이 10초 이내에 완료되는 혁신적 인프라가 구축됐다. 두바이는 올해 안에 에어택시 상용화를 시작하고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본격 운영한다. 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10분 내 연결하는 에어택시는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주차 시스템을 디지털화해 차량 번호판 인식만으로 자동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중동 주요 도시들이 관광 인프라 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글로벌 관광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요하네스버그 도심의 언덕 위에는 교도소였던 공간이 남아 있다. 컨스티튜션 힐은 과거 억압의 장치였던 장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곳을 허물지 않았다. 대신 국가의 중심 제도를 이 자리에 올려놓았다. 이 공간에는 폭력과 차별, 저항의 시간이 동시에 쌓여 있다. 인종차별 체제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벽을 기억한다. 국가는 이 장소를 피하지 않았다. 갈등의 결과를 국가 구조로 전환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컨스티튜션 힐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핵심 시설이었다. 정치범과 일반 시민이 함께 수감됐다. 법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였다. 이 공간은 국가 폭력이 작동하던 현장이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민주화 이후 선택을 했다. 과거의 상징을 제거하지 않았다. 대신 헌법재판소를 같은 자리에 세웠다. 권력의 성격을 공간으로 전복했다. 이 전환은 선언에 가까웠다. 법이 억압에서 보호로 바뀌었다는 메시지였다. 국가는 기억을 덮지 않았다. 기억 위에 제도를 쌓았다. 그래서 이 장소는 대표성이 강하다. 승리의 기념물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국가 정체성은 갈등의 처리 방식에서 드러난다. 컨스티튜션 힐은 그 방식의 상징이다. 이 장소가 만들어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모로코를 이해하려는 시선은 사막이나 해안이 아니라 도시의 안쪽에서 멈춘다. 페스의 메디나는 외부로 열리지 않은 공간이다. 이곳은 길보다 시간이 먼저 형성된 도시다. 모로코 국가는 이 구조를 통해 자신을 설명한다. 페스 메디나는 관광지 이전에 생활 공간이다. 수백 년의 도시 질서가 현재의 일상과 맞물려 있다. 과거는 전시되지 않고 사용된다. 이 점에서 메디나는 국가의 성격을 직접 드러낸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페스 메디나는 모로코 이슬람 문명의 중심이었다. 종교와 학문, 상업이 한 공간에서 작동했다. 국가는 이 도시를 통해 문명적 연속성을 주장한다. 단절이 아닌 축적이 핵심 논리다. 이곳은 외세 이전의 질서를 보여준다. 프랑스 보호령 시기에도 메디나는 철거되지 않았다. 새로운 도시는 외곽에 건설됐다. 핵심은 보존하는 방식이 선택됐다. 메디나는 중앙 권력의 공간이 아니었다. 공동체의 규칙이 도시를 운영했다. 골목과 시장, 종교 공간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국가는 이 구조를 문화적 뿌리로 해석한다. 그래서 페스는 상징이 된다. 왕궁이나 기념물이 아니라 생활 도시가 대표가 됐다. 모로코는 권력보다 문명을 전면에 둔다. 메디나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이란 남부 평원에 남아 있는 페르세폴리스는 폐허에 가깝다. 기둥은 부서졌고, 궁전은 바닥만 남았다. 그러나 이 장소를 바라보는 이란의 시선은 과거형에 머물지 않는다. 페르세폴리스는 사라진 제국의 유적이 아니라, 현재 국가 정체성을 설명하는 기준점이다. 이란은 수차례 체제가 바뀌었고, 종교와 정치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그럼에도 이 국가는 제국의 기억을 지우지 않았다. 페르세폴리스는 고대와 현대가 단절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란은 과거를 극복한 나라가 아니라, 과거를 안고 현재를 구성한 나라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페르세폴리스는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였다. 단일 도시라기보다 제국의 상징 공간이었다. 왕은 이곳에 상주하지 않았지만, 제국의 질서는 여기서 선언됐다. 국가는 행정이 아니라 상징으로 먼저 구성됐다. 이곳은 정복의 결과를 과시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여러 민족이 조공을 바치는 모습이 부조로 남아 있다. 그러나 폭력보다는 질서가 강조됐다. 제국은 다양성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설명했다. 이란이 이 장소를 국가의 대표 장면으로 유지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국가는 단일 민족 국가로 출발하지 않았다. 여러 문명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카이로 도심에서 차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사막 위에 기자 피라미드는 놓여 있다. 이집트를 처음 찾는 여행자 대부분은 이 장면을 국가의 얼굴처럼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피라미드들은 국가가 만들어낸 유산이 아니다. 국가는 훨씬 뒤에 등장했고, 문명은 이미 이곳에 서 있었다. 기자 피라미드는 이집트를 설명하는 출발점이지만, 동시에 국가라는 개념을 넘어서는 존재다. 왕조가 흥망을 거듭해도, 종교와 체제가 바뀌어도 이 구조물은 남았다. 이집트는 이 피라미드를 통해 과거를 소유하기보다, 과거 위에 서 있는 국가가 됐다. 그래서 이 공간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기자 피라미드는 이집트 국가의 시작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국가 이전의 질서를 드러낸다. 파라오는 신이었고, 통치는 인간의 시간이 아닌 영원의 시간에 맞춰 설계됐다. 권력은 생존이 아니라 지속을 목표로 했다. 이 공간은 정치 권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었는지를 증명한다. 수십만 명의 노동과 자원이 한 목적을 위해 조직됐다. 국가는 아직 없었지만, 통치 시스템은 완성돼 있었다. 피라미드는 권력이 문명으로 작동한 결과다. 오늘날 이집트는 이 유산을 국가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