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태평양 절벽 위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거친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히고, 안개가 바다와 숲 사이를 천천히 흐른다. 도로는 해안을 따라 이어지고, 어느 순간 숲과 폭포가 나타난다. 다시 차를 달리면 만년설을 이고 선 화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푸른 호수가 여행자를 기다린다. 미국 북서부에 자리한 오리건은 이런 풍경들이 한 주 안에서 이어지는 곳이다. 태평양 해안과 원시림, 화산 산맥, 깊은 호수, 그리고 고원 지형까지 서로 다른 자연이 짧은 거리 안에서 연결된다. 그래서 이곳의 여행은 특정 도시보다 풍경을 따라 이동하는 로드트립으로 기억된다. 오리건에서는 목적지보다 그 사이의 길이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태평양 절벽이 이어지는 거대한 해안선 오리건 여행의 첫 장면은 바다다. 태평양을 따라 약 580킬로미터 이어지는 오리건 해안선은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으로 유명하다. 해안 절벽 아래로는 거친 파도가 부서지고, 바다 위에는 기묘한 바위섬들이 솟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구간은 Samuel H. Boardman State Scenic Corridor다. 해안 절벽과 숲 사이로 트레일이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밤이 조금 늦은 시간, 일본의 골목을 걷다 보면 어디선가 김이 피어오른다. 작은 가게의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국물 냄새가 공기를 채운다. 카운터 뒤에서는 국수가 삶아지고, 커다란 냄비에서는 육수가 계속 끓고 있다. 여행자는 의자에 앉아 한 그릇을 기다린다. 그릇이 놓이는 순간, 일본 여행의 가장 따뜻한 장면이 시작된다. 이 음식의 이름은 라멘이다. 오늘날 일본에서 라멘은 가장 일상적인 음식이면서 동시에 가장 열정적인 미식 문화다. 기차역 근처 작은 식당에서도, 번화가의 유명 맛집에서도, 주택가 골목에서도 라멘 가게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격은 비교적 부담 없지만 한 그릇 안에는 오랜 시간 끓여낸 육수와 장인의 기술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본 여행에서 라멘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도시의 성격을 맛보는 경험이 된다. 라멘의 뿌리는 중국에서 건너온 밀 국수 요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일본에 전해진 이후 이 음식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했다. 일본 각 지역의 재료와 조리 방식이 더해지면서 라멘은 지금의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국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일본 전역에는 수많은 라멘 가게가 존재하며, 각 가게는 자신만의 국물과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름 오후, 바닥에서 물줄기 26개가 솟는다. 아이들이 분수 사이를 뛰어다니고 관광객들이 돔을 올려다본다. 1902년 완공된 베른 연방궁 앞 광장 풍경이다. 분수 뒤에 서 있는 녹색 돔 건물에서는 스위스의 국민투표 안건과 연방 법안이 논의된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이 광장은 동시에 국가 정치의 현관이다. 베른 구시가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아케이드가 이어지는 중세 도시 한가운데 연방궁이 자리한다. 인구 약 890만 명의 스위스는 이곳에서 국가 정책을 조율한다. 알프스 산악국가의 정치 중심이 관광 도시 풍경 속에 놓여 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연방궁 앞 테라스에 서면 아레 강이 반원형으로 도시를 감싼다. 베른은 1191년 체링겐 공작 베르톨트 5세가 세운 도시다. 스위스는 공식 수도라는 표현 대신 ‘연방 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권력 집중을 피하려는 정치 문화 때문이다. 건물 안에는 양원 의회가 들어 있다. 인구 비례로 선출되는 국민의회 200석과 칸톤 대표로 구성된 전주의회 46석이다. 인구 1만 명 수준의 산악 칸톤도 동일한 대표권을 갖는다. 연방궁은 분권 국가의 정치 구조가 실제로 작동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인도를 여행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음식으로 그 나라를 이해하는 것이다. 인도는 단순히 향신료가 강한 음식의 나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거대한 미식 세계를 가지고 있다. 북쪽의 히말라야 산맥에서 남쪽의 열대 해안까지 이어지는 넓은 국토는 다양한 기후와 농산물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음식 문화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인도의 음식은 하나의 전통 요리 체계라기보다 수백 개의 식탁이 모여 이루어진 거대한 문화 지형에 가깝다. 북인도에서는 밀과 유제품을 중심으로 한 진한 커리와 빵 요리가 발달했고, 남인도에서는 쌀과 코코넛, 향신료가 중심이 된다. 중앙 인도와 부족 지역에서는 숲에서 얻은 재료와 자연 식재료가 식탁을 구성한다. 인도의 시장이나 거리로 들어가면 이 거대한 음식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커다란 철판 위에서 음식이 지글거리며 익어가고, 향신료 냄새가 공기 속에 퍼진다. 작은 노점에서부터 오래된 식당까지, 음식은 도시의 풍경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인도의 미식 여행은 레스토랑의 메뉴판보다 거리의 풍경 속에서 더 생생하게 시작된다. 향신료와 곡물이 만든 인도의 아침 식탁 인도 음식의 핵심은 향신료와 곡물의 조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아프리카 대륙의 남서쪽 끝에 자리한 케이프타운은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다.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길, 수평선 위로 거대한 산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평평한 정상과 가파른 절벽을 가진 산이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은 듯 서 있다. 그 순간 여행자는 깨닫게 된다. 이곳에서는 도시가 자연 속에 들어앉아 있다는 사실을. 케이프타운의 풍경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도시 뒤에는 웅장한 산맥이 있고,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이 있다. 햇빛은 강하지만 바람은 서늘하고, 파도는 거칠지만 도시는 평온하다. 서로 다른 자연의 성격이 한곳에서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을 여행한다는 것은 하나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일이 아니라 거대한 풍경 속을 이동하는 경험에 가깝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해안 도로를 따라 대륙의 끝까지 달리는 동안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이 도시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식탁, 테이블 마운틴 케이프타운을 상징하는 존재는 단연 테이블 마운틴이다. 해발 약 1,085m 높이의 이 산은 이름 그대로 정상부가 넓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안데스 산맥 깊은 곳, 구름이 능선을 넘나드는 해발 약 2400미터의 능선 위에 돌로 된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절벽과 절벽 사이에 매달리듯 놓인 이 도시는 수백 년 동안 외부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날 마추픽추라 불리는 이곳은 잉카 문명이 남긴 가장 상징적인 유산이다. 이 도시는 왜 이런 곳에 세워졌을까. 접근하기 어려운 산악 지형, 가파른 경사, 안개와 비가 잦은 환경. 평범한 도시를 건설하기에는 불리한 조건이다. 그러나 바로 그 조건이 잉카 제국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높이는 단순한 지형이 아니라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마추픽추는 15세기 잉카 황제 파차쿠티 시대에 건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국의 확장기와 맞물린 시기였다. 잉카는 문자 대신 도로와 건축, 행정 조직을 통해 광대한 영토를 통합했다.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산악 도로망은 제국을 하나로 묶는 동맥이었다. 그 중심에 황제의 권위가 있었다. 이 도시의 구조는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돌과 돌 사이에는 모르타르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지만, 블록들은 정확히 맞물린다. 지진이 잦은 안데스 지역에서 이 방식은 오히려 더 안정적이었다. 물길을 조절하는 배수 시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몽골이 여름철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2026년 동계 관광 상품 개발 및 다변화 전략을 본격화한다. 한국관광공사 울란바토르지사는 몽골 정부가 관광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계절성(Seasonality)을 완화하기 위해 2026년 1분기 주요 행사로 ‘1,000마리 낙타 축제’와 홉스골 ‘얼음 축제’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전했다. 몽골 정부는 동계 관광 활성화를 위해 민간 부문과의 협력도 대폭 강화한다. 특히 유통 서비스 업계와 손잡고 가격 할인 프로모션인 '윈터 세일(Winter Sale)' 캠페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는 겨울철 몽골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숙박, 쇼핑, 관광 서비스 등에서 실질적인 비용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비성수기 관광의 매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시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동계 관광 특화 전략은 몽골 관광 산업의 구조적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자연경관 관람을 넘어 몽골 특유의 동계 문화와 레저를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발굴하여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늘리고 지출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몽골 정부는 2026년을 동계 관광이 자립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원년으로 삼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일본 여행을 떠올리면 많은 이들이 벚꽃 만개한 4월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계절이 가장 섬세하게 움직이는 시기는 오히려 3월이다. 겨울의 찬 공기가 완전히 걷히지 않은 거리 위로 봄빛이 얹히고, 북쪽 산지에는 눈이 남아 있는 반면 남쪽 도시에는 이른 꽃이 핀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두 계절이 동시에 존재하는 시간, 그것이 3월의 일본이다. 일본정부관광국이 소개하는 3월 여행의 핵심은 ‘전환’이다. 학년과 회계연도가 바뀌고, 졸업식이 이어지며, 거리의 표정이 달라진다. 여행자는 단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일본 사회가 계절을 맞이하는 방식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전통이 봄을 여는 날 3월 3일, 일본 전역에서는 히나마쓰리가 열린다. 궁중 복식을 입은 인형을 층층이 장식하고 여자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날이다. 가정집 거실과 상점 진열대, 지역 전시관까지 화려한 인형이 놓이며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계절 장식처럼 변한다. 이 절기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라, 봄을 맞는 일본식 의례에 가깝다. 도쿄 서쪽의 진다이지에서는 다루마 시장이 열려 붉은 소망 인형이 길게 늘어선다. 사람들은 한쪽 눈을 먼저 그려 넣으며 소원을 빈다. 또 다른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크로아티아 여행을 한 도시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남쪽의 성벽 도시에서 시작해 황제의 궁전을 지나 북쪽의 미식 반도에 닿는 여정은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을 잇는다. 제국의 시간, 땅의 시간, 식탁의 시간이 한 나라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아드리아해를 따라 북상하는 10일은 관광지 체크리스트를 지우는 일정이 아니다. 풍경이 바뀔 때마다 시대가 달라지고, 접시 위의 맛이 달라진다. 이 루트는 크로아티아를 점이 아니라 선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남쪽에서 시작하는 서사 여정은 두브로브니크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극적이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라 불리는 이 도시는 중세 성벽이 완벽한 원형으로 남아 있다. 성벽 위를 걸으며 내려다보는 코발트빛 바다는 크로아티아 여행의 상징적인 첫 장면이 된다.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붉은 지붕과 석회암 골목이 조화를 이룬다. 이곳에서의 하루 이틀은 여행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바다와 돌, 그리고 햇빛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남쪽 크로아티아의 얼굴이다. 황제의 궁전을 지나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스플리트가 기다린다. 이 도시의 중심에는 4세기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미식이 산업이 되면 접시는 점점 화려해진다. 그러나 크로아티아 이스트라 남단의 작은 어촌 반욜레에는 다른 선택을 한 집이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생선을 살만 쓰지 않고, 간과 내장까지 요리로 완성하는 식당. 4대째 어부 집안이 운영하는 코노바 바텔리나다. 이곳의 식탁은 트렌드가 아니라 생업에서 출발했다. 새벽 바다에 나가 그날 잡은 해산물로 메뉴를 정하고, 남김없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다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태도다. 이스트라 미식의 철학은 이 작은 항구 마을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어부의 집에서 시작된 레스토랑 코노바 바텔리나는 2000년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 뿌리는 훨씬 깊다. 스코코 가문은 4대째 이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왔다. 아버지는 어부였고, 아들은 그 생선을 요리하는 셰프가 됐다. 식당은 바다와 식탁을 직접 연결하는 통로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그날의 메뉴’다. 고정된 코스가 아니라, 아침 조업 결과에 따라 요리가 달라진다. 제철과 어획량이 곧 레시피다. 이는 화려한 기교 대신 재료의 신선함과 이해를 전제로 한다. 남김없는 미식 코노바 바텔리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