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필리핀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시작부터 분주하다. 숙소 근처 카페에서 천천히 하루를 여는 태국 관광객과 달리, 이들은 아침부터 이동이 빠르다. 대형 쇼핑몰이나 테마파크, 번화가 상권이 일정의 첫 코스에 오른다. ‘구경’보다는 ‘놀기’에 가까운 여행이다. 공항에서 도심으로 들어오는 버스 안부터 단체 사진을 찍고, 거리 음식 앞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친구끼리, 가족끼리 움직이는 무리가 많다. 여행 전체가 하나의 이벤트처럼 흘러간다. 한국은 이들에게 휴식지라기보다 즐길 거리가 가득한 놀이터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필리핀은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비중이 높고, 쇼핑·도시관광·테마파크 방문이 활발한 시장으로 나타난다. 통계가 보여주는 특징은 거리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젊은 나라의 여행자들, 친구와 가족이 함께 온다 필리핀 관광객의 가장 큰 특징은 연령대다. 또래 친구들끼리 온 여행객, 부모와 자녀가 함께 온 가족 단위 방문객이 눈에 띈다. 커플이나 1인 여행보다 ‘여럿이 함께’ 움직이는 장면이 많다. 자연스럽게 여행 분위기도 밝고 소란스럽다. 이들에게 해외여행은 특별한 기념일에 가깝다. 졸업, 방학, 가족 모임 같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황금빛 쉐다곤 파고다와 이라와디 강의 느린 흐름은 한때 미얀마를 ‘미소의 나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의 미얀마는 더 이상 느긋한 여행지로 분류되기 어렵다.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이어진 정치적 혼란과 무력 충돌은 국가 전반의 안전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미얀마 여행은 이제 낭만이 아닌, 명확한 위험 인식 위에서만 논의될 수 있는 선택이 됐다. 미얀마는 한국보다 2시간 30분 느린 시간을 사용하며, 통화는 미얀마 짯(MMK)이다. 외환 통제와 금융 불안으로 인해 카드 결제는 거의 불가능하고, 현금 사용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미얀마는 외교부 기준 여행경보 최고 단계에 가까운 위험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치안과 안전 상황미얀마의 치안 상황은 전반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군부와 반군 세력 간 무력 충돌이 전국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으며, 대도시와 지방을 가리지 않고 폭발물 사건, 총격, 검문 강화가 빈번하다. 외국인을 직접 겨냥한 범죄는 많지 않지만, 무차별적 충돌에 휘말릴 가능성은 상존한다. 양곤과 만달레이 등 주요 도시에서도 야간 통행은 위험 요소로 간주되며, 통행금지 조치가 수시로 변경된다.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2026년 홍콩인들의 여행 지도가 상상력과 판타지로 채워질 전망이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부킹닷컴이 발표한 ‘2026년 여행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로맨스와 판타지가 결합된 이른바 ‘로맨타시(Romantasy)’ 여행이 홍콩 여행객들이 꼽은 가장 매력적인 트렌드 1위에 올랐다. 한국관광공사 홍콩지사의 ‘12월 홍콩관광시장 리포트’에 수록된 이번 조사 결과는 여행의 목적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몰입형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콩 여행자의 85%는 동화 속 배경 같은 장소나 좋아하는 판타지 영화의 촬영지를 방문하는 것에 강력한 흥미를 보였다. 특히 홍콩인들은 현실 세계를 벗어나 마법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눈 덮인 산이나 고성, 신비로운 숲으로의 여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I를 활용해 ‘동화책 같은 숙소’를 찾거나,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역할극(Role-play) 형태의 휴양에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영적 조언자의 가이드나 점성술에 따라 여행지를 결정하겠다는 ‘행운 추구형’ 성향도 두드러졌다. 홍콩 응답자의 72%가 이러한 방식에 긍정적으로 답했는데, 이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인도가 ‘축제의 땅’이라는 명성을 다시금 입증했다. 한국관광공사 뉴델리지사가 12월 발표한 '인도 축제관광 육성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5일간 열린 마하 쿰브 멜라(Maha Kumbh Mela)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교 축제로 기록됐다. 행사 기간 동안 약 6억 6천만 명이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 주 프라야그라지에 모였으며, 인도 정부는 이번 축제가 약 400억 달러(57조 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인도 GDP의 1% 이상을 기여한 수치다. 보고서는 행사 현장에서 AI 기반 보안 카메라와 드론이 군중 관리에 투입됐고, 축구장 7,500개 규모의 임시 도시가 조성돼 수십만 개의 텐트와 화장실이 설치됐다고 전했다. 또한 ‘그린 마하 쿰브(Green Maha Kumbh)’라는 이름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대규모 조림 사업 등 친환경 캠페인이 진행되며 기후 변화 대응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문제점도 드러났다. 보고서는 압사 사고, 열악한 위생 시설, 사회경제적 불평등, 임시직 노동자의 저임금 문제 등을 지적했다. 일부 언론은 축제 기간 취재 제한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언론 자유
[뉴스트래블=편집국] 태백시 창죽동 깊은 숲 속, 해발 1420미터의 고지대에 물이 솟는다.이 물줄기는 굴착된 인공 통로가 아닌, 수천 년간 산이 품어온 맥락에서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이곳을 검룡소라 부른다. 맑은 물은 작은 연못을 이룬 뒤 계곡을 타고 흘러, 훗날 한강의 근원이 된다. 그러나 이 청정한 풍경은 오래전부터 ‘죽음의 땅’ 위에 서 있다. 태백은 대한민국 석탄 산업의 중심이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함태·통동·장성·철암 등지에서 검은 금, 석탄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광부 수는 수만 명. 지하 500미터로 내려간 그들의 땀과 피가 서울의 전등을 밝혔다. 하지만 1989년, 정부가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내놓으며 모든 것이 뒤집혔다. 비용 절감, 효율 개선, 그리고 ‘청정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목 아래 태백의 광산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갱도는 물에 잠기고, 인부 숙소와 적재장은 버려졌다. 검은 먼지가 사라진 자리엔 침묵이 남았다. 산이 사람을 밀어내자, 물이 돌아왔다폐광의 상처는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복수를 시작했다. 채굴이 멈추자, 수로를 따라갔던 지하수가 다시 원래의 길을 찾았다. 그 첫 신호가 바로 검룡소였다. 지질학자들은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서울 성수동의 한 감자탕집 앞에는 요즘 주말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그중엔 대만과 홍콩에서 온 단체 여행객도, 일본에서 온 혼행족도 있다. 한때 ‘현지인 맛집’이었던 이곳이 외국인 필수 코스가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이 찾는 것은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 카드결제 데이터를 보면, 2025년 7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성장률을 보인 메뉴는 국수·만두(55.2%↑), 감자탕(44.0%↑)이었다. 이들은 특별한 한식당보다는 ‘일상 속 식사’로 분류되지만,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가장 한국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인에게 평범한 점심 한 끼가 외국인에게는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이유다. 특히 대만과 홍콩에서 감자탕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대만 관광객의 감자탕 소비는 전년 대비 159%, 홍콩은 119%나 늘었다. 대만은 단체 관광 비중이 40% 이상으로 높아, 여러 명이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대형 메뉴의 선호가 두드러진다. 뚝배기에 담긴 국물요리와 함께 나누는 식사는 ‘함께 먹는 문화’라는 한국의 정서를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해준다. 현지 음식에서는 쉽게
[뉴스트래블=편집국] 강 너머, 지도 위 작은 점으로만 표시된 땅이 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았고, 시간 속에서 잊힌 공간들. 자료와 기록, 사진과 증언을 종합하면, 이곳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역사와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우리가 찾아갈 곳은 익숙한 관광지가 아니다. 폐허가 된 마을, 버려진 유원지, 손길이 닿지 않은 숲과 섬. 한국편에서는 12곳의 국내 금단의 여행지를, 이어지는 해외편에서는 12곳의 해외 금단 지역을 다룰 예정이다. 각 장소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시간과 인간 활동, 기억과 망각이 겹쳐진 ‘금단의 공간’이다. 공식 기록과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하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장소에서 독자는 스릴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잊힌 장소에 끌리는가? 폐허 속 골목, 금지된 땅, 흔적만 남은 마을에서 인간은 무엇을 발견하고,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이 시리즈는 그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자료 기반 탐사 기사다. 다음 편부터 우리는 정선 폐광촌, 원주 폐유원지, 서울 유령 건물과 제주 곶자왈 등 국내 금단의 장소를 하나씩 조명한다. 이어 해외편에서는 체르노빌, 군함섬, 인형섬 등 전 세계 금단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글로벌 럭셔리 관광 시장의 큰손인 아시아 부유층(HNWI)이 여행의 '낭만' 대신 '안정성'과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지도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이들은 장거리 해외여행을 줄이는 대신, 자국 내 최고급 경험에 대한 투자와 인접 아시아·중동 지역 집중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럭셔리 여행은 이제 '떠남'이 아닌 '가장 확실한 안정을 사는 행위'가 됐다는 분석이다. ILTM Asia Pacific이 2025년 발표한 설문조사(글로벌 부유층 및 고액 순자산가 450명 대상)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그룹의 심층 조사를 분석한 결과(아시아 7개국 부유층 1750명 대상), 아시아 부호들의 실용주의적 여행 선택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고빈도(高頻度) 여행의 귀환 : 해외 대신 '안방'이 표준이 되다 아시아 럭셔리 관광 시장의 핵심인 중국과 일본 부유층은 팬데믹 이후 자국 내 관광 선호도를 압도적으로 높였다. 이들에게 국내여행은 이제 연중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중국 부유층의 경우, 약 78%가 연간 3회 이상 국내여행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고급 숙박 시설과 서비스가 자국 내에서 충분히 확보되면서, 번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는 ‘관광두레’ 사업이 중장기 육성 전략을 내세우며 지원 확대 방안을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개된 '관광두레 중장기 육성 지원 전략 수립' 보고서는 중장기 전략과 연차별 실행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지역 주민과 운영 주체들이 겪는 현실은 보고서의 청사진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두레 사업은 주민이 주도하는 관광 콘텐츠 개발을 통해 지속가능한 지역관광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지원 구조 개선, 정책 연계 강화, 주민사업체 역량 제고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는 “지원이 늘었지만 행정 절차가 복잡하고 성과 체감이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관광두레 참여 지역에서는 전문 인력 부족, 행정 절차의 경직성, 주민 간 갈등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예산 집행 과정에서 복잡한 정산 절차와 획일적 기준으로 인해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미흡하다는 의견이 있다. 한 주민사업체 관계자는 “지원금은 내려오지만 운영 노하우와 컨설팅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한 보고서가 강조한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정부가 내년 6월까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코로나 이후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고 관광시장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의도다. 업계는 환영한다. 텅 빈 객실,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면세점과 대형 쇼핑몰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가뭄 끝 단비 같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체관광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었다. 값싼 패키지로 밀려드는 인파는 교통 혼잡과 쓰레기를 남기고, 지역 소상공인이 아닌 대형 업체에만 돈을 몰아준다. 무엇보다 '사드 보복'의 뼈아픈 기억이 보여주듯, 특정 국가 단체관광 의존은 치명적 위험을 품고 있다. “관광은 북적이지만, 한국은 지쳐간다.” 단기적 효과에 매달리다가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매출 부양책에 머문다면, 이번 무비자 조치는 오늘은 축배, 내일은 숙취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할 일만은 아니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단체관광객의 유입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지방 도시와 숙박업소에는 이번 단체관광객이 매출 회복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회를 한국 관광의 체질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이제 필요한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