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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기획] 여행사 대신 스타트업으로… MZ세대는 왜 관광을 떠났나

'낭만의 산업'은 왜 청년에게 ‘기피 업종’이 됐나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관광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WTTC(세계여행관광협회)의 최신 보고서 「The Future of Work in Travel & Tourism」에 따르면, 2035년까지 관광 분야에서만 4310만 명의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젊은 세대의 이탈이다. 일자리는 남았지만, 지원자는 없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코로나 이후 여행 수요는 회복됐지만, 여행사·호텔·항공사 등 관광 관련 기업의 신규 채용률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청년층은 관광업 대신 IT 스타트업, 마케팅 에이전시, 콘텐츠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행은 좋아하지만, 여행업은 하고 싶지 않다.” 이 세대의 냉정한 인식이 산업의 현실을 드러낸다.

 

 

MZ세대의 눈에 ‘관광업’은 낡았다

WTTC 보고서는 관광산업의 최대 위기를 ‘인력 유입 부족’으로 지목했다. MZ세대는 단순한 직장 안정성보다 성장 가능성과 일의 의미를 더 중시한다. 하지만 관광업은 여전히 낮은 임금, 불규칙한 근무, 느린 승진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현장 중심의 노동 환경은 유연근무와 리모트워크를 중시하는 세대의 기대와 맞지 않는다.

 

한 20대 구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관광업은 멋있어 보이지만, 현실은 감정노동과 야근, 낮은 연봉이에요. 차라리 여행 관련 콘텐츠를 만드는 쪽이 더 매력적이죠.” MZ세대에게 관광산업은 소비의 대상이지, 노동의 공간이 아니다. ‘경험을 파는 산업’이지만, 정작 내부 구성원은 새로운 경험을 얻기 어렵다.

 

커리어의 벽, 성장의 부재

WTTC 조사에서 관광업 근로자의 60% 이상이 “직업 내 성장 경로가 불투명하다”고 답했다. 특히 관리직·리더직으로의 승진 기회가 부족하고, 숙련도가 높아져도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 구조가 젊은 세대를 떠나게 만드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 관광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대형 여행사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3년을 넘지 못하고, 퇴사 후에는 IT·마케팅 분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관광 경력’이 다른 산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 즉 전이 가능한 스킬의 부족이 문제다.

 

WTTC의 제안 - 관광의 매력을 다시 설계하라

WTTC는 관광산업이 다시 젊어지기 위해서는 ‘일자리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인력을 더 모집하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의하고,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첫 번째로 WTTC는 산업 이미지 개선을 강조했다. 관광은 더 이상 단순한 서비스직이 아니라, 디지털·콘텐츠·문화가 융합된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산업’으로 재포지셔닝돼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관광업이 ‘꿈이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려면, 그 안에서 창의적인 성장의 기회를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는 경력 개발 강화다. WTTC는 리더십 교육과 내부 승진 경로를 명확히 설계하고, 직무 간 전환이 가능한 유연한 커리어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즉, 한 번 입사하면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직장이 아니라, 경험이 쌓일수록 새로운 역할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전환하라는 메시지다.

 

세 번째는 복지와 포용성 확대다. 공정한 보상 체계와 더불어, 다양성과 젠더 평등이 보장된 근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WTTC는 “관광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기업 경쟁력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제시된 과제는 유연근무제 도입이다. 관광산업은 계절과 수요에 따라 인력 수요가 급격히 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근무 형태 역시 그만큼 유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WTTC는 원격 협업 시스템, 파트타임 통합 근무, 탄력적 스케줄 운영을 통해 MZ세대의 근무 선호도에 맞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 네 가지 제안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관광산업은 어떻게 해야 젊은 세대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까. WTTC는 그 해답이 ‘일자리의 수’가 아니라 ‘일자리의 질’에 있다고 강조한다. 관광산업이 매력적인 산업으로 거듭나려면, 새로운 세대가 그 안에서 성장하고, 존중받으며, 스스로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업 대신 여행 감성을 판다

이제 청년들은 여행사를 선택하는 대신, 자신의 SNS와 플랫폼에서 여행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과거 관광산업이 독점하던 ‘여행 경험의 유통’을 이제는 개인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관광산업이 다시 젊어지려면,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세대의 감수성을 이해해야 한다. ‘여행을 사랑하지만, 여행업은 외면하는 세대’ - 그 간극을 좁히는 일은 이제 산업 전체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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