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 정인기 기자 = 한국 골프장은 코스 관리와 시설 면에서 세계 정상급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막상 라운드에 나서면, 외국인과 젊은 세대의 반응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왜 이렇게 비싸지?”, “왜 모든 게 규제처럼 정해져 있지?”라는 질문이 잇따른다.
실제 비용을 따져보면 차이는 극명하다. 서울 근교의 한 골프장에서 주말 라운드를 즐기려면 1인당 최소 40만 원이 필요하다. 그린피, 캐디피, 카트비, 식사비까지 더하면 웬만한 해외 여행 경비와 맞먹는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의 공공 코스는 5만~10만 원 수준, 태국 방콕 인근의 명문 코스도 캐디와 카트를 포함해 15만 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가격 격차가 세 배에 달하는 셈이다.
서비스도 과잉이다. 한국에서는 캐디가 장비와 경기 진행을 모두 관리한다. 친절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는 ‘강제적’이라는 불만이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클럽을 싣고 카트를 몰며, 일본조차 캐디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캐디 없는 라운드는 불가능하다. 이는 비용을 높일 뿐 아니라 자유로운 플레이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불필요한 제약이 된다.
문화적 경직성은 더 문제다. 한국 골프장은 여전히 4인 1팀을 고집하고, 스타트 타임은 촘촘히 짜여 있어 여유가 없다. 복장 규정 역시 지나치게 엄격해, 외국인들은 종종 청바지나 단정한 티셔츠조차 거부당한다. 반면 미국의 공공 코스에서는 두 명, 심지어 혼자서 라운드를 즐기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복장은 자유롭다. 골프가 스포츠이자 레저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여전히 사교와 접대 중심의 틀에 갇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위협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골프를 체험하기보다는 일본이나 동남아를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태국과 베트남은 '골프 관광'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고 있으며, 가격과 문화적 개방성에서 이미 한국을 앞서고 있다.
따라서 한국 골프장이 살 길은 명확하다. 우선 ‘모두가 프리미엄’이라는 구조를 버려야 한다. 일부 명문 코스를 제외하고는 합리적 가격을 책정해 대중에게 개방해야 한다. 캐디 의무제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선택제를 도입하면 비용은 줄고 자율성은 늘어난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개방이다. 소규모 라운드를 허용하고, 복장 규정을 완화하며,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글로벌 친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 골프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의 하드웨어를 갖췄다. 그러나 하드웨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격, 서비스,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바뀌지 않는 한, 한국 골프는 계속해서 '세계 최고지만 외면받는 사치품'이라는 딱지를 벗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