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8 (일)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NT 기획] 중국, 하늘길 재편 선언…보잉 500대 구매가 촉발할 관광산업의 지각변동

한국 관광, 기회로 만들 전략이 필요하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2025년, 중국 항공시장이 전 세계 이목을 다시 끌었다. 보잉사로부터 항공기 500대를 구매하기로 한 이 결정은, 액수만 놓고 봐도 400억 달러를 넘는 초대형 계약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는 단순히 수송 능력을 늘리기 위한 ‘기체 구매’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중국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항공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관광·물류·외교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번 계약은 중국과 미국 사이의 미묘한 외교 신호로도 해석되며, 항공산업을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전장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그보다 더 직접적인 파장은, 관광산업의 지형 변화다.

 

 

◇ 하늘길이 넓어지면, 관광 흐름이 바뀐다

항공기 도입이 곧바로 관광산업과 연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광은 ‘접근성’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비행기 한 대가 추가되면, 하루 수백 명, 연간 수만 명이 더 움직일 수 있다. 비행 노선이 개설되면, 전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역도 하루 만에 여행 가능한 곳이 된다.

 

중국은 지금 ‘하늘길 인프라’를 확장하면서, 전국 단위의 관광 생태계를 다시 짜고 있는 중이다.

 

과거 중국의 관광은 북경,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 중심의 노선과 수요 구조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항공기 공급이 늘면 지방 중소도시에도 국제선이 들어서게 된다. 이는 곧 지방 경제와 지역 관광의 부흥을 촉진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중국 내에서도 이런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번 계약을 두고, “항공 노선의 다극화는 단순한 이동 수단 확장을 넘어서, 관광 수요의 분산, 지역 균형 발전, 내수 소비 진작을 노린 정책적 투자”라고 분석했다.

 

◇ 중국의 전략…내수관광 키우고, 국제관광 ‘게이트웨이’ 되겠다

중국의 관광전략은 한마디로 ‘양면 작전’이다. 하나는 자국민의 국내여행 활성화, 다른 하나는 해외 관광객의 유입 확대다. 항공기가 늘어나면 항공요금이 낮아지고, 이동 시간과 불편도 줄어든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국인들이 자국 내 여행을 더 많이 선택하도록 유도하게 된다.

 

실제로, 중국 문화관광부는 2025년까지 전국 2·3선 도시 중심의 관광 개발 로드맵을 마련하고, 항공사와 협력해 지역별 직항 노선 신설을 추진 중이다.

 

한편, 외국인 입장에서도 중국을 여행하기 쉬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기존에는 북경, 상하이 같은 대도시만이 주요 국제공항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서안, 청두, 쿤밍 같은 도시도 국제선을 통해 ‘관광 게이트웨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변화는 ‘중국을 경유해 다른 나라로 가던 흐름’ 대신, ‘중국 자체를 목적지로 하는 흐름’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것은 한국, 일본, 동남아 국가들에 직접적인 관광 수요 재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한국은 기회일까, 위기일까?

한국 입장에서 이번 변화는 양면성을 지닌다.
긍정적으로 보면, 항공편 증가와 함께 한국행 직항 노선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대련, 청두, 시안, 우한 등 주요 도시에서 한국 지방 공항으로의 직항 노선 개설이 논의되고 있다. 이 경우, 수도권에 집중됐던 중국인 관광객이 지방으로 분산되고, 지방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나리오도 만만치 않다. 우선, 중국 항공사들이 자국 관광 상품과 해외 노선을 동시에 확대할 경우, 한국은 관광 허브 경쟁에서 밀릴 위험이 크다. 특히, 최근 중국인 관광객의 해외여행 목적이 다양해지고, 동남아시아 및 유럽으로 수요가 분산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차별화된 매력 없이는 ‘선택지’가 아닌 ‘옵션’으로 밀릴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자국 내 관광을 통해 해외여행 수요를 일정 부분 흡수하게 된다면, 한국 관광·면세점·의료관광 산업은 수요 공백에 직면할 수 있다.

 

◇ '하늘길 경쟁'의 시대…한국, 전략적 판단 서둘러야

이번 보잉 500대 구매는 결국 '관광 인프라 경쟁'의 신호탄이다. 중국이 하늘길을 먼저 확장하며 기회를 선점하고 있다면, 한국은 어떻게 경쟁할지 혹은 어떻게 공존할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관광청, 지자체, 항공사 간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주요 도시와의 직항 확대, 특화된 테마 관광 콘텐츠 강화, 중국 중산층 대상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단순한 목적지’가 아닌 ‘체험의 목적지’로 진화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 쇼핑과 한류 소비가 아닌, 문화적 스토리와 체험 중심의 관광으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의 관광 전략 확장은 한국 관광의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

 

◇ 하늘은 넓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곳으로 향하진 않는다

항공은 관광의 전제 조건이다. 중국이 이번 항공기 구매로 하늘길을 넓히고 있다는 건, 곧 관광 산업의 주도권을 다시 설계하려는 시도이자, 글로벌 수요를 빨아들이기 위한 인프라 투자의 결정판이다.

 

문제는, 하늘이 넓어진다고 해서 모두가 그 하늘길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이 이 흐름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지금부터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이 하늘을 넓히는 지금, 한국은 어떤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
 

포토·영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