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전북 김제 모악산 자락에 자리한 금산사는 한국 불교문화의 역사와 건축, 신앙이 한 공간 안에 응축된 사찰이다. 초여름 햇살이 내리쬔 경내는 화려한 관광지의 풍경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전각과 석조 문화재, 그리고 넓은 마당을 채우는 고요함은 방문객의 걸음을 자연스럽게 늦춘다. 금산사는 단순히 둘러보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문화유산의 현장에 가깝다. 금산사의 여정은 일주문에서 시작된다. 단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문을 지나면 바깥세상과 사찰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높지 않은 산세와 푸른 숲이 둘러싼 풍경 속에서 금산사는 첫인상부터 편안함을 전한다. 수많은 사찰이 깊은 산속에 숨어 있는 것과 달리 금산사는 넓은 공간을 품고 있어 시야가 탁 트인다. 이 개방감은 금산사만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경내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압도하는 것은 공간의 규모다. 넓은 마당과 여러 전각들이 질서 있게 배치돼 있고, 중심에는 금산사를 상징하는 문화유산들이 자리하고 있다. 사찰이라기보다 하나의 불교 도시를 축소해 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금산사는 예로부터 미륵신앙의 중심지로 불리며 수많은 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비가 지난 새벽, 운해가 산 아래를 가득 메우자 봉우리들은 바다 위 섬처럼 떠올랐다. 절벽 끝 소나무들은 안개 속에서 버티고 있었고, 햇빛은 구름 사이를 뚫으며 암봉 위로 번졌다. 황산은 중국인들이 “세상 최고의 기경(奇景)”이라 부르는 산이다. 수억 년 세월이 만든 화강암 절벽과 연중 이어지는 운해, 그리고 바위틈에 뿌리 내린 황산송이 함께 어우러지며 현실보다 산수화에 가까운 풍경을 만든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황산을 평생 한 번은 올라야 할 산이라 했고, 명나라 여행가 서하객은 “황산을 보고 나면 더는 다른 산을 말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 실제 정상에 서면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산은 보이지 않고, 구름 위로 솟은 봉우리만 끝없이 이어진다. 특히 해 뜨기 직전부터 약 30분. 황산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다. 안개가 계곡을 타고 흐르고, 햇빛은 운해를 금빛으로 물들인다. 그 짧은 순간을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객들이 새벽 어둠 속 산길을 오른다. 황산은 높은 산이라기보다 깊은 산에 가깝다. 풍경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람은 작아지고, 침묵은 커진다. 그래서 황산은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하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충북 충주시 칠금동에 위치한 탄금대(명승 제42호)가 신록이 우거진 5월을 맞아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힐링 명소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우륵의 예술혼이 깃든 '탄금정'과 산책로 탄금대는 신라 진흥왕 당시 가야에서 귀화한 악성 우륵이 바위에 앉아 가야금을 연주하며 시름을 달랬다는 기록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현재 이곳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함께 현대적인 감각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숲 사이로 보이는 탄금정은 남한강의 물줄기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비장한 역사의 현장, '열두대'의 교훈 풍류의 공간인 동시에 탄금대는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배수진을 치고 왜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순국한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강을 향해 솟아오른 절벽 '열두대'는 신립 장군이 뜨거워진 활시위를 식히기 위해 절벽을 열두 번이나 오르내렸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오며, 오늘날까지 그 비장미를 간직하고 있다. 현대적 감각의 포토뉴스로 즐기는 탄금대 본지가 직접 현장을 확인한 결과, 탄금대는 남한강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태국 방콕의 밤,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오프라야강으로 향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강 위, 물결을 가르며 지나가는 유람선과 그 뒤로 떠오른 왓 아룬의 황금빛 실루엣이 한 화면 안에 겹쳐진다. 이 도시는 바로 이 장면으로 기억된다. 강 한가운데서 바라본 왓 아룬은 정적인 건축물이 아니다. 조명에 의해 층층이 드러난 프랑 탑은 밤공기 속에서 또렷하게 부각되고, 그 빛은 물 위로 길게 번지며 두 개의 사원을 만든다. 실제의 사원과, 물결 위에서 흔들리는 또 하나의 사원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배가 프레임을 가로지를 때 완성된다. 네온빛으로 물든 유람선이 지나가며 화면에 색을 흩뿌리고, 그 뒤에서 묵직하게 서 있는 사원이 균형을 잡는다. 전통과 현대, 고요와 움직임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으로 결합되는 순간이다. 왓 아룬은 ‘새벽의 사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밤에 가장 강렬하다. 낮에는 장식으로 보이던 디테일이 조명 아래에서는 구조로 드러나고, 강이라는 배경은 이 건축을 하나의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야경이 아니다. 관광지의 풍경을 넘어, 방콕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미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4월의 중순, 경기도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이 화사한 벚꽃과 노란 수선화로 물들며 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은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들어온 내만 갯골과 옛 소래염전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친환경 생태 공간이다. 현재 공원 곳곳에는 만개한 벚나무들이 거대한 터널을 이루며 상춘객들에게 연분홍빛 ‘봄의 왈츠’를 선사하고 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 벚꽃길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아래로는 따뜻한 색감의 수선화가 조화를 이루며 완연한 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봄날의 추억을 기록하는 모습이다. 갯골생태공원은 과거 소금을 생산하던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옛 염전 터와 소금창고 등 근대 산업의 흔적들이 생태 자원과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특히 염전 판 위로 비치는 벚꽃의 반영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볼거리로 꼽힌다.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목조 전망대인 ‘흔들전망대’는 갯골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높이 22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중국 산동성의 성도 제남(지난)의 심장부에는 천년의 역사를 품은 채 여행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거리가 있다. 바로 ‘샘물의 도시’ 제남의 정취를 가장 잘 대변하는 역사 문화 거리 부용가(芙蓉街)다. 수백 년 된 돌길 위로 붉은 홍등과 현대적 간판이 교차하는 부용가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 역사의 문을 열다부용가의 입구에는 화려한 단청과 황금색 글씨가 돋보이는 거대한 패루가 서 있다. 이곳은 과거 문인들과 상인들이 드나들던 상업의 중심지로, 현재는 제남을 찾는 여행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미식의 관문이 됐다. 패루 너머로 펼쳐지는 좁고 긴 골목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의 시작점이다. ■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의 향연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홍등 아래로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동 전통 면 요리부터 탕후루, 취두부 등 전국 각지의 주전부리가 즐비하다. 처마 밑으로 늘어진 각양각색의 간판들은 쿰쿰하고 달콤한 냄새와 어우러져 거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돌길울퉁불퉁한 화강암 돌길은 세월의 흔적을 묵묵히 증명한다. 오래된 벽돌 건물 사이로 세련된 현대적 로고와 화려한 전광판이 조화를 이루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물길은 도시의 기억을 가장 오래 붙잡는다. 중국 산둥성의 성도 제남 한복판, ‘물의 도시’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잔잔히 흐르는 골목이 있다. 이름도 독특한 곡수정가. 굽이친 물길을 따라 형성된 이 거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제남이라는 도시의 시간과 생활이 겹겹이 쌓인 장소다. 버드나무 가지가 길게 늘어진 골목, 기와지붕 아래로 붉은 등이 흔들리고, 물 위에는 나무 그림자가 흔들린다. 사진 속 풍경은 고요하지만, 이곳의 시간은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물은 계속 흐르고, 사람들은 그 곁을 따라 걷는다. 곡수정가는 그렇게 ‘흐르는 도시’ 제남의 얼굴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거리다. 첫 번째 장면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좁은 수로다. 양쪽으로 돌길이 이어지고, 물은 골목 한가운데를 가른다. 이 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제남을 유명하게 만든 수많은 샘, 즉 ‘천성(泉城)’의 근원에서 비롯된다. 제남에는 수백 개의 샘이 도시 곳곳에서 솟아나고, 그 물이 모여 이렇게 골목을 흐른다. 그래서 이곳의 물은 인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의 연장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골목의 생활감이 드러난다. 작은 상점들이 이어지고, 수공예품과 기념품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잔인하리만큼 아름다운 계절, 4월이 시흥의 도심을 거대한 꽃 대궐로 바꾸어 놓았다. 바람의 결마다 연분홍 설렘이 묻어나고, 햇살 좋은 봄바람에 실려 온 진한 꽃향기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시민들의 마음속에 해사한 미소를 꽃피우고 있다. 지금 시흥은 단순히 꽃이 피어난 도시가 아니다. 전역에 드리워진 새하얀 벚꽃 터널은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봄의 가장 깊숙한 한복판으로 안내하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왕호수 물결 위로 꽃잎이 가볍게 스치며 내려앉고, 이는 바쁜 일상 속에 쉼표 하나를 찍듯 고요하면서도 깊은 봄의 여운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 하얀 벚꽃길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연둣빛 새순들은 흐드러진 꽃들과 대비를 이루며,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봄날 특유의 찬란한 생동감을 더해준다. 은계호수공원 인근의 오난산은 동산 전체가 벚꽃의 향연으로 가득 찼으며,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굽이굽이 오르는 발걸음마다 따스한 봄의 온기가 차오른다. 소래산 자락의 정취를 머금은 이곳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눈부신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적인 '벚꽃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호수 위를 건너는 가장 느린 비행이 있다. 발은 땅을 떠나지만, 시선은 오히려 더 깊이 내려간다. 강원 춘천의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그 특별한 경험을 만든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풍경을 ‘위에서 읽게’ 만드는 장치다.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순간, 여행의 방식이 바뀐다.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지고, 멀리 있던 것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곳은 올라가는 동안 이미 여행이 시작된다.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색이다. 드넓은 의암호 위를 가르는 빨간 캐빈은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푸른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다. 이 대비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이 일상과 분리된 ‘여행의 시간’임을 분명히 한다. 호수를 건너며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케이블카 창 너머로 펼쳐지는 의암호는 위에서 볼 때 비로소 전체를 드러낸다. 물길과 산세가 만들어낸 곡선, 그 사이에 드문드문 떠 있는 섬 같은 지형들이 하나의 구조로 읽힌다. 이 장면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 설득력 있다. 시선이 계속 아래로 끌리기 때문이다. 삼악산 기슭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수직으로 변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강원도 춘천의 산자락, 해발 123m 높이로 우뚝 솟은 거대한 사력댐이 상징인 소양강댐. 1973년 완공 이후 반세기 동안 수도권의 생명수이자 홍수 조절의 중추 역할을 수행해 온 이곳이, 따사로운 봄바람을 머금고 관광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뉴스트래블> 취재진이 찾은 소양강댐은 거대한 규모의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춘천 특유의 평화로운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호수라고 하기엔 규모가 다르고, 전망대라고 하기엔 감정이 깊다. 춘천 북쪽, 지도를 펼쳐도 실감이 나지 않는 물의 공간이 있다. 사진으로 보면 그저 넓은 풍경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다녀온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남긴다. “생각보다 오래 서 있었다.” 왜 그런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진다. 처음부터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소양강댐은 ‘설명으로 끌리는 곳’이 아니라 ‘의문으로 끌리는 곳’이다. 댐 위에 올라서는 순간,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열린다. 문제는 크기보다 ‘멈춤’이다. 한 걸음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발이 멈춘다. 더 볼 게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풍경을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