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편집국] 5·18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에 현대적인 문화예술시설이 들어섰다. 광주 동구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과거와 현재, 지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지상에 거대한 건물을 세우는 대신 지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축, 빛과 녹지를 끌어들인 열린 광장, 전시와 공연이 이어지는 문화시설이 어우러진다. 전시 관람뿐 아니라 건축과 역사, 도심 산책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광주 여행에서 들러볼 만한 목적지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2015년 11월 개관했다. 아시아 문화예술의 교류와 창작을 촉진하고 광주를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됐다. 특히 옛 전남도청 일대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장소의 의미가 남다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항쟁의 중심지였던 역사적 공간과 현대 문화시설이 공존하면서, 이곳은 예술을 감상하는 장소를 넘어 광주의 역사와 현재를 함께 살펴보는 여행지가 됐다. 지상은 열고, 지하는 연결하다 문화전당의 특징은 건축에서 먼저 드러난다. 건축가 우규승이 설계한 공간은 주변 도시 경관을 가리는 대형 건축물 대신 지하 공간을 활용하고, 지상에는 광장과 정원을 배치했다. 자연광이
[뉴스트래블=편집둑] 숲길을 오르다 나무 사이로 거대한 바위기둥이 모습을 드러내면 무등산의 풍경은 달라진다. 산등성이에 돌기둥이 병풍처럼 늘어선 서석대와 수직으로 솟은 입석대는 광주를 대표하는 산의 상징이다. 흙길과 숲, 능선을 차례로 지나 마주하는 이 암석 지형은 무등산이 단순한 산행지가 아니라 지구의 오랜 변화를 간직한 자연유산임을 보여준다. 도심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고도 깊은 산의 풍경과 독특한 지질 경관을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무등산국립공원의 매력이다. 무등산은 2013년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공원 면적은 약 75.4㎢이며 광주광역시와 전남 화순군·담양군에 걸쳐 있다. 해발 1,187m의 천왕봉을 중심으로 서석대·입석대·광석대 등 주상절리 경관이 이어지고, 숲과 계곡, 너덜지대가 산의 다양한 표정을 만든다. 무등산권은 2018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아 지질유산의 가치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서석대와 입석대, 산행의 목적지가 되다 무등산을 처음 찾는다면 광주 도심에서 접근하기 좋은 증심사지구를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증심사와 당산나무를 거쳐 중머리재로 향하는 길은 숲속 산행을 경험하기에 좋으며, 체력과 시간을 더
[뉴스트래블=편집국] 천안 독립기념관의 겨레의집 앞에 서면 넓은 광장 너머로 기념관의 규모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곳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대표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관람을 끝내서는 안 된다.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광복에 이르는 역사를 전시관에서 따라가고, 야외 기념시설과 숲길까지 걸어야 독립기념관이 품은 공간의 폭을 경험할 수 있다. 충남 천안시 목천읍에 자리한 독립기념관은 역사 학습과 야외 산책을 한 일정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여행지다. 1987년 8월 15일 개관한 독립기념관은 우리 민족의 국난 극복사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전시하고 연구하는 공간이다. 관람의 중심은 모두 6개 상설전시관이다. 제1전시관 ‘겨레의뿌리’에서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본 뒤 제2전시관 ‘겨레의시련’, 제3전시관 ‘겨레의함성’으로 이동하면 근대의 국권 침탈과 3·1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의 흐름을 이어서 볼 수 있다. 이후 전시관에서는 독립운동과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 광복 이후의 역사를 차례로 만난다. 전시관에서 광장까지,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다 독립기념관 관람은 전시물을 많이 보는 것보다 시대별 변화에 주목할 때 이해가 깊어진다. 국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바하마 엑수마 케이즈(Exuma Cays)에서는 목적지보다 그곳으로 향하는 바다가 먼저 기억에 남는다. 배가 얕은 수로를 지나면 흰 모래가 수면 아래로 드러나고, 물빛은 옅은 민트색에서 짙은 청록색과 남색으로 바뀐다. 멀리 보이는 작은 섬 하나에 도착하면 다시 배에 올라 다음 해변과 산호초를 향한다. 도로를 따라 관광지를 연결하는 대신 바다를 건너며 섬과 섬 사이를 경험하는 여행이다. 바하마 관광청이 소개하는 엑수마 제도는 365개의 섬과 케이즈(cays)가 이어진 군도다. 남쪽의 그레이트 엑수마와 리틀 엑수마, 북쪽으로 펼쳐진 엑수마 케이즈는 각각 다른 여행 환경을 만든다. 그레이트 엑수마의 조지타운은 숙박과 교통의 거점이고, 스탠리 케이 주변은 보트 투어와 스노클링의 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 사이에는 바다에서 헤엄치는 돼지로 유명해진 빅 메이저 케이와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엑수마 케이즈 육해상 국립공원이 자리한다. 이곳의 진짜 매력은 유명한 섬 하나가 아니라 섬을 연결하는 바다 전체에 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엑수마 케이즈의 바다는 하나의 색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깊은 해협에서는 짙은 남색이 펼쳐지고, 모래톱
[뉴스트래블=편집국]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변의 시선은 바다 쪽으로 모인다. 길게 펼쳐진 백사장 끝에 할미·할아비바위가 서 있고, 서쪽 하늘의 빛이 옅은 노랑에서 주황색과 붉은색으로 바뀐다. 해변을 걷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바위와 수평선이 만드는 풍경을 바라본다. 꽃지해변은 바다를 보는 장소이면서, 해가 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곳이다. 꽃지해변의 백사장은 약 3.2㎞에 이른다. 해변 앞바다에 자리한 할미·할아비바위는 이곳의 풍경을 다른 해변과 구분하는 상징이다. 넓은 모래사장과 바위, 수평선이 한 화면에 들어오면서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까지 여행의 일부가 된다.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에 자리한 꽃지해변은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계절에 관계없이 해안 산책과 낙조를 즐기려는 여행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두 바위가 만든 꽃지의 풍경 꽃지해변을 대표하는 할미·할아비바위에는 바다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와, 돌아와 아내 곁을 지키게 된 남편의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시대 장군 승언과 아내 미도의 이야기로,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된 아내와 그 곁에 남은 남편의 모습이 두 바위에 담겼다는 내용이다. 전설의 사실 여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배가 거대한 암벽 앞에서 멈추면 시야가 갑자기 수직으로 열린다. 숲 위로 솟은 아우얀테푸이(Auyán-tepui)의 가장자리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다. 물줄기는 979m 아래의 땅을 향하지만 중간에서 바람과 물보라에 흩어지며 다시 구름처럼 퍼진다. 베네수엘라 남동부 카나이마 국립공원의 앙헬 폭포, 현지명 케레파쿠파이 베나(Kerepakupai Vená)는 ‘폭포가 높은 곳에 있다’는 표현보다 ‘대지의 끝에서 물이 허공으로 사라진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리는 장소다. 앙헬 폭포를 품은 카나이마 국립공원은 300만ha에 이르는 거대한 자연유산이다. 전체 면적의 약 65%가 테푸이로 불리는 탁상산 지형이며, 수직 절벽과 폭포, 사바나와 열대림이 한 공간에 겹친다. UNESCO는 1994년 카나이마 국립공원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고, 앙헬 폭포를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기록하고 있다. 이곳에서 폭포의 높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십억 년에 걸쳐 남겨진 지질과 물의 움직임이 만나는 결과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앙헬 폭포의 첫인상은 높이가 아니라 거리다. 폭포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정상부는 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미국 여행객 사이에서 휴가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둘러보고 음식과 쇼핑, 체험을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행 중 일부러 연결을 끊고 쉬는 ‘Quiet Travel’이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피로와 업무로부터의 단절 욕구가 있다. Priceline이 2026년 미국인 3,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최근 여행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59%는 과거보다 휴가 중 업무와 더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고 답했다. 여행에서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끊을 것인가’ Quiet Travel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가와는 다르다. 여행 일정 자체를 비우는 대신 걷기와 독서, 명상, 낚시, 별보기, 공예처럼 자극이 적은 활동을 선택하고, 한 장소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면서 휴식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미국 관광시장에서 이 같은 변화는 이미 구체적인 상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BookRetreats의 2026년 조사에서는 리트릿 여행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의 64%가 향후 12개월 안에 관련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주요 동기로 휴식 62%, 정신적 건강 37%, 스트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지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시간이 줄어들자 실제 관광시간이 최대 1시간40분 가까이 늘어났다. 일본이 오버투어리즘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짐 없는 관광(手ぶら観光)’이 단순한 수하물 배송을 넘어 외래객의 이동동선과 관광시간을 바꾸는 관광수용태세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관광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위한 짐 없는 관광 추진 조사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수하물 배송서비스를 이용한 외래객은 호텔이나 코인로커를 오가는 불필요한 이동이 줄면서 관광 가능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토에서는 관광 가능시간이 1시간51분에서 3시간30분으로 약 1시간40분 증가했고, 가나자와에서도 2시간52분에서 4시간22분으로 약 1시간30분 늘었다. ‘짐 없는 관광’, 이동 편의에서 관광시간 확대로 일본에서 짐 없는 관광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방일 외래객 증가와 주요 관광지 및 대중교통의 혼잡이 있다. 일본관광청은 2025년 외래객의 수하물 서비스 이용실태와 관광행동 변화를 조사한 데 이어 2026년에는 민관 스터디를 열고 서비스 보급·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초점도 단순히 여행객의 편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에콰도르 본토에서 약 1,000km 떨어진 태평양 위에 갈라파고스 제도가 놓여 있다. 공항을 빠져나와 섬의 길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이상한 장면과 마주한다. 바위 위에는 바다사자가 누워 있고, 길가에는 이구아나가 움직이며, 사람이 가까이 지나가도 동물들이 쉽게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찾아 헤매는 여행보다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공간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여행이 먼저 시작된다. 갈라파고스의 특별함은 동물의 종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19개의 섬과 주변 해양보호구역은 서로 다른 환경을 만들었고, 오랜 고립은 같은 조상에서 출발한 생물들이 섬마다 다른 모습과 생활방식을 갖게 했다. 찰스 다윈은 1835년 갈라파고스를 방문했고, 이곳의 핀치와 거북, 모방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생태를 관찰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오늘날 여행자는 책 속의 진화론을 배우는 대신 거대한 거북의 등껍질과 바다이구아나,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를 눈앞에서 보며 그 과정을 거꾸로 따라간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관광지가 아니라 에콰도르라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추석 연휴에 이틀을 북한산에서 보냈다. 24일에는 대호아파트에서 출발해 족두리봉과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봉까지 갔다가 다시 대호아파트로 내려왔다. 대략 5시간이 걸렸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구기동에서 산을 올랐다. 문수봉 쪽으로 올라간 뒤 의상능선을 반대 방향으로 타고 북한산성 입구까지 내려왔다. 이번에는 5시간30분이었다. 합치면 10시간30분이다. 누군가는 묻지 않을까. 그 긴 시간을 왜 산에서 보냈느냐고. 명절이면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고, 쉬어야 할 시간도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쪼개 산에 들어갔다. 특별히 정상을 정복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기록을 세우려던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산행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걸었을까. 나도 그것을 알고 싶었다. 어쩌면 산에 오른 것은 답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견디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첫날, 승가봉에서 멈춘 것은 산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른다 대호아파트에서 산으로 들어서면 서울은 생각보다 빠르게 뒤로 물러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로와 건물, 자동차와 사람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