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미국 여행객 사이에서 휴가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유명 관광지를 최대한 많이 둘러보고 음식과 쇼핑, 체험을 채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행 중 일부러 연결을 끊고 쉬는 ‘Quiet Travel’이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피로와 업무로부터의 단절 욕구가 있다. Priceline이 2026년 미국인 3,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최근 여행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59%는 과거보다 휴가 중 업무와 더 강하게 선을 긋고 있다고 답했다. 여행에서 ‘무엇을 더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끊을 것인가’ Quiet Travel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가와는 다르다. 여행 일정 자체를 비우는 대신 걷기와 독서, 명상, 낚시, 별보기, 공예처럼 자극이 적은 활동을 선택하고, 한 장소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면서 휴식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미국 관광시장에서 이 같은 변화는 이미 구체적인 상품으로 나타나고 있다. BookRetreats의 2026년 조사에서는 리트릿 여행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의 64%가 향후 12개월 안에 관련 여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주요 동기로 휴식 62%, 정신적 건강 37%, 스트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지에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시간이 줄어들자 실제 관광시간이 최대 1시간40분 가까이 늘어났다. 일본이 오버투어리즘 대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짐 없는 관광(手ぶら観光)’이 단순한 수하물 배송을 넘어 외래객의 이동동선과 관광시간을 바꾸는 관광수용태세 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관광청이 지난 3월 발표한 ‘오버투어리즘 대책을 위한 짐 없는 관광 추진 조사사업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수하물 배송서비스를 이용한 외래객은 호텔이나 코인로커를 오가는 불필요한 이동이 줄면서 관광 가능시간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교토에서는 관광 가능시간이 1시간51분에서 3시간30분으로 약 1시간40분 증가했고, 가나자와에서도 2시간52분에서 4시간22분으로 약 1시간30분 늘었다. ‘짐 없는 관광’, 이동 편의에서 관광시간 확대로 일본에서 짐 없는 관광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방일 외래객 증가와 주요 관광지 및 대중교통의 혼잡이 있다. 일본관광청은 2025년 외래객의 수하물 서비스 이용실태와 관광행동 변화를 조사한 데 이어 2026년에는 민관 스터디를 열고 서비스 보급·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초점도 단순히 여행객의 편의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에콰도르 본토에서 약 1,000km 떨어진 태평양 위에 갈라파고스 제도가 놓여 있다. 공항을 빠져나와 섬의 길을 걷다 보면 가장 먼저 이상한 장면과 마주한다. 바위 위에는 바다사자가 누워 있고, 길가에는 이구아나가 움직이며, 사람이 가까이 지나가도 동물들이 쉽게 자리를 피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야생동물을 찾아 헤매는 여행보다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공간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가는 여행이 먼저 시작된다. 갈라파고스의 특별함은 동물의 종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19개의 섬과 주변 해양보호구역은 서로 다른 환경을 만들었고, 오랜 고립은 같은 조상에서 출발한 생물들이 섬마다 다른 모습과 생활방식을 갖게 했다. 찰스 다윈은 1835년 갈라파고스를 방문했고, 이곳의 핀치와 거북, 모방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한 생태를 관찰하면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오늘날 여행자는 책 속의 진화론을 배우는 대신 거대한 거북의 등껍질과 바다이구아나,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를 눈앞에서 보며 그 과정을 거꾸로 따라간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갈라파고스는 에콰도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관광지가 아니라 에콰도르라는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추석 연휴에 이틀을 북한산에서 보냈다. 24일에는 대호아파트에서 출발해 족두리봉과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봉까지 갔다가 다시 대호아파트로 내려왔다. 대략 5시간이 걸렸다. 이틀 뒤인 26일에는 구기동에서 산을 올랐다. 문수봉 쪽으로 올라간 뒤 의상능선을 반대 방향으로 타고 북한산성 입구까지 내려왔다. 이번에는 5시간30분이었다. 합치면 10시간30분이다. 누군가는 묻지 않을까. 그 긴 시간을 왜 산에서 보냈느냐고. 명절이면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해야 할 일도 있고, 쉬어야 할 시간도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을 쪼개 산에 들어갔다. 특별히 정상을 정복해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기록을 세우려던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산행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걸었을까. 나도 그것을 알고 싶었다. 어쩌면 산에 오른 것은 답을 알고 있어서가 아니라, 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견디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첫날, 승가봉에서 멈춘 것은 산이 아니라 나였을지도 모른다 대호아파트에서 산으로 들어서면 서울은 생각보다 빠르게 뒤로 물러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로와 건물, 자동차와 사람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어
[뉴스트래블=편집국] 신두리사구센터를 지나 모래언덕 입구로 들어서면 해변에서 보던 풍경이 갑자기 달라진다. 뒤로 바다를 두고 앞을 바라보면 낮은 모래언덕이 길게 이어지고, 모래 위에는 바람이 지나간 흔적과 식물이 만든 굴곡이 나타난다. 서해의 해변을 걷던 여행자가 몇 걸음 만에 전혀 다른 지형 속으로 들어선 듯한 장면이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약 3.4㎞, 너비 500m~1.3㎞에 이르는 국내 대표 해안사구로,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해안 풍경을 보여준다. 2001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된 신두리 해안사구는 바다에서 밀려온 모래가 해변에 쌓이고 강한 바람을 타고 육지 쪽으로 이동하면서 형성됐다. 그래서 이곳을 여행할 때는 모래언덕 하나를 보는 것보다 해변과 사구가 어떻게 이어지고, 그 위에서 어떤 식물이 자라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모래 표면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한쪽에서는 바람이 만든 모래결을 보고, 다른 쪽에서는 모래를 붙잡고 자라는 식물을 만나는 식으로 풍경이 이어진다. 모래언덕을 따라 걷는 여행 신두리 해안사구는 걷는 거리에 따라 여행의 깊이가 달라진다. 가장 짧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볼리비아 남서부 포토시주의 우유니를 떠나 차량을 타고 소금 평원으로 들어서면 어느 순간 길이 사라진다. 앞에도 흰색, 뒤에도 흰색인 지평선 위에서 차량의 바퀴만이 방향을 알려주는 유일한 흔적처럼 남는다. 해발 약 3,663m에 자리한 우유니 소금사막은 면적 약 10,582㎢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금 평원이다. 이곳에서 여행자가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흰색 사막이 아니라 수천 년 전 거대한 호수가 증발하고 남긴 소금의 대지다. 우유니의 풍경은 계절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건기에는 물이 빠진 소금 표면에 육각형의 균열 무늬가 끝없이 반복되고, 우기에는 얕은 물이 평원을 덮으면서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다. 사진으로 유명한 ‘하늘의 거울’은 우유니의 한 얼굴일 뿐이고, 다른 얼굴에는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소금 결정과 인카우아시 섬의 거대한 선인장이 있다. 그래서 우유니 여행은 특정한 사진 한 장을 찾아가는 일이 아니라, 물이 없는 우유니와 물이 생긴 우유니 가운데 어떤 계절의 얼굴을 만날 것인지 정하는 여행에 가깝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우유니 소금사막은 약 10,582㎢에 달한다. 규모만으로도 세계적인 지형이지만 지
[뉴스트래블=편집국] 아산 외암마을에 들어서면 높은 건물도, 한눈에 시선을 끄는 대형 시설도 없다. 대신 낮은 돌담이 이어지고 그 안쪽으로 기와집과 초가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설화산에서 내려온 물길이 집과 정원을 지나고, 담장 너머로 오래된 나무와 처마가 보인다. 외암마을의 여행은 유명한 고택 한 채를 찾아가는 것보다 이 길을 따라 마을 전체를 천천히 살펴보는 데서 시작된다. 외암마을은 조선 중기 이후 예안이씨가 정착하면서 형성된 집성촌으로, 400년 넘게 이어진 전통마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건재고택과 참판댁을 비롯한 고택과 초가, 돌담길이 함께 남아 있으며 2000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을이 과거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아니라 지금도 주민의 생활이 이어지는 마을이라는 점이다. 관광객이 걷는 골목과 주민이 생활하는 공간이 겹쳐지면서 외암마을만의 시간감이 만들어진다. 돌담을 따라 들어가야 보이는 마을 외암마을의 첫 여행 포인트는 돌담길이다. 자연석을 쌓아 만든 담장이 집과 집 사이를 이어주면서 좁고 굽은 골목을 만든다. 담장 때문에 집 전체가 한꺼번에 드러나지 않아 골목을 돌 때마다 새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신혼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결혼식이 끝난 뒤 며칠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은 부부가 있는가 하면, 낯선 도시와 자연을 찾아다니며 여행 자체를 즐기고 싶은 부부도 있다. 이동시간을 줄이고 편안한 휴양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고, 긴 비행과 경유를 감수하면서까지 평소 가기 어려운 목적지를 찾는 경우도 있다. 같은 ‘허니문’이라도 여행에서 원하는 시간이 달라지면 목적지도 달라진다. 발리·몰디브·하와이·괌·모리셔스는 이런 차이를 잘 보여주는 다섯 목적지다. 모두 바다와 리조트를 갖춘 휴양지지만 여행 방식은 같지 않다. 발리는 관광과 휴양, 미식과 액티비티를 한 일정에 섞을 수 있고, 몰디브는 리조트와 섬 자체가 여행의 중심이 된다. 하와이는 해변과 도시, 쇼핑과 자연관광을 함께 즐길 수 있으며, 괌은 비교적 짧은 이동으로 휴양에 집중할 수 있다. 모리셔스는 긴 여정을 감수하는 대신 인도양의 자연과 섬 여행을 함께 경험하는 이색 장거리형이다. 발리, 대중적 복합형 발리는 ‘쉬면서 여행하는’ 신혼여행을 만들기 좋은 곳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섬 남부의 해변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한 뒤 우붓으로 이동해 열대숲과 계단식 논, 사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