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태국 방콕의 밤,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오프라야강으로 향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강 위, 물결을 가르며 지나가는 유람선과 그 뒤로 떠오른 왓 아룬의 황금빛 실루엣이 한 화면 안에 겹쳐진다. 이 도시는 바로 이 장면으로 기억된다. 강 한가운데서 바라본 왓 아룬은 정적인 건축물이 아니다. 조명에 의해 층층이 드러난 프랑 탑은 밤공기 속에서 또렷하게 부각되고, 그 빛은 물 위로 길게 번지며 두 개의 사원을 만든다. 실제의 사원과, 물결 위에서 흔들리는 또 하나의 사원이다. 결정적인 순간은 배가 프레임을 가로지를 때 완성된다. 네온빛으로 물든 유람선이 지나가며 화면에 색을 흩뿌리고, 그 뒤에서 묵직하게 서 있는 사원이 균형을 잡는다. 전통과 현대, 고요와 움직임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으로 결합되는 순간이다. 왓 아룬은 ‘새벽의 사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밤에 가장 강렬하다. 낮에는 장식으로 보이던 디테일이 조명 아래에서는 구조로 드러나고, 강이라는 배경은 이 건축을 하나의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야경이 아니다. 관광지의 풍경을 넘어, 방콕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지를 설명하는 하나의 이미지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4월의 중순, 경기도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이 화사한 벚꽃과 노란 수선화로 물들며 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다. 시흥시 갯골생태공원은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들어온 내만 갯골과 옛 소래염전의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친환경 생태 공간이다. 현재 공원 곳곳에는 만개한 벚나무들이 거대한 터널을 이루며 상춘객들에게 연분홍빛 ‘봄의 왈츠’를 선사하고 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 벚꽃길은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 아래로는 따뜻한 색감의 수선화가 조화를 이루며 완연한 봄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은 가족, 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봄날의 추억을 기록하는 모습이다. 갯골생태공원은 과거 소금을 생산하던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옛 염전 터와 소금창고 등 근대 산업의 흔적들이 생태 자원과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특히 염전 판 위로 비치는 벚꽃의 반영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볼거리로 꼽힌다.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목조 전망대인 ‘흔들전망대’는 갯골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높이 22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중국 산동성의 성도 제남(지난)의 심장부에는 천년의 역사를 품은 채 여행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거리가 있다. 바로 ‘샘물의 도시’ 제남의 정취를 가장 잘 대변하는 역사 문화 거리 부용가(芙蓉街)다. 수백 년 된 돌길 위로 붉은 홍등과 현대적 간판이 교차하는 부용가의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 역사의 문을 열다부용가의 입구에는 화려한 단청과 황금색 글씨가 돋보이는 거대한 패루가 서 있다. 이곳은 과거 문인들과 상인들이 드나들던 상업의 중심지로, 현재는 제남을 찾는 여행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미식의 관문이 됐다. 패루 너머로 펼쳐지는 좁고 긴 골목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의 시작점이다. ■ 오감을 자극하는 미식의 향연골목 안으로 들어서면 붉은 홍등 아래로 즐비하게 늘어선 상점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산동 전통 면 요리부터 탕후루, 취두부 등 전국 각지의 주전부리가 즐비하다. 처마 밑으로 늘어진 각양각색의 간판들은 쿰쿰하고 달콤한 냄새와 어우러져 거리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돌길울퉁불퉁한 화강암 돌길은 세월의 흔적을 묵묵히 증명한다. 오래된 벽돌 건물 사이로 세련된 현대적 로고와 화려한 전광판이 조화를 이루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물길은 도시의 기억을 가장 오래 붙잡는다. 중국 산둥성의 성도 제남 한복판, ‘물의 도시’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잔잔히 흐르는 골목이 있다. 이름도 독특한 곡수정가. 굽이친 물길을 따라 형성된 이 거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제남이라는 도시의 시간과 생활이 겹겹이 쌓인 장소다. 버드나무 가지가 길게 늘어진 골목, 기와지붕 아래로 붉은 등이 흔들리고, 물 위에는 나무 그림자가 흔들린다. 사진 속 풍경은 고요하지만, 이곳의 시간은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물은 계속 흐르고, 사람들은 그 곁을 따라 걷는다. 곡수정가는 그렇게 ‘흐르는 도시’ 제남의 얼굴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거리다. 첫 번째 장면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좁은 수로다. 양쪽으로 돌길이 이어지고, 물은 골목 한가운데를 가른다. 이 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제남을 유명하게 만든 수많은 샘, 즉 ‘천성(泉城)’의 근원에서 비롯된다. 제남에는 수백 개의 샘이 도시 곳곳에서 솟아나고, 그 물이 모여 이렇게 골목을 흐른다. 그래서 이곳의 물은 인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의 연장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골목의 생활감이 드러난다. 작은 상점들이 이어지고, 수공예품과 기념품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잔인하리만큼 아름다운 계절, 4월이 시흥의 도심을 거대한 꽃 대궐로 바꾸어 놓았다. 바람의 결마다 연분홍 설렘이 묻어나고, 햇살 좋은 봄바람에 실려 온 진한 꽃향기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시민들의 마음속에 해사한 미소를 꽃피우고 있다. 지금 시흥은 단순히 꽃이 피어난 도시가 아니다. 전역에 드리워진 새하얀 벚꽃 터널은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봄의 가장 깊숙한 한복판으로 안내하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왕호수 물결 위로 꽃잎이 가볍게 스치며 내려앉고, 이는 바쁜 일상 속에 쉼표 하나를 찍듯 고요하면서도 깊은 봄의 여운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 하얀 벚꽃길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연둣빛 새순들은 흐드러진 꽃들과 대비를 이루며,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봄날 특유의 찬란한 생동감을 더해준다. 은계호수공원 인근의 오난산은 동산 전체가 벚꽃의 향연으로 가득 찼으며,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굽이굽이 오르는 발걸음마다 따스한 봄의 온기가 차오른다. 소래산 자락의 정취를 머금은 이곳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눈부신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적인 '벚꽃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호수 위를 건너는 가장 느린 비행이 있다. 발은 땅을 떠나지만, 시선은 오히려 더 깊이 내려간다. 강원 춘천의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그 특별한 경험을 만든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풍경을 ‘위에서 읽게’ 만드는 장치다.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순간, 여행의 방식이 바뀐다.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지고, 멀리 있던 것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곳은 올라가는 동안 이미 여행이 시작된다.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색이다. 드넓은 의암호 위를 가르는 빨간 캐빈은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푸른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다. 이 대비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이 일상과 분리된 ‘여행의 시간’임을 분명히 한다. 호수를 건너며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케이블카 창 너머로 펼쳐지는 의암호는 위에서 볼 때 비로소 전체를 드러낸다. 물길과 산세가 만들어낸 곡선, 그 사이에 드문드문 떠 있는 섬 같은 지형들이 하나의 구조로 읽힌다. 이 장면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 설득력 있다. 시선이 계속 아래로 끌리기 때문이다. 삼악산 기슭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수직으로 변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강원도 춘천의 산자락, 해발 123m 높이로 우뚝 솟은 거대한 사력댐이 상징인 소양강댐. 1973년 완공 이후 반세기 동안 수도권의 생명수이자 홍수 조절의 중추 역할을 수행해 온 이곳이, 따사로운 봄바람을 머금고 관광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뉴스트래블> 취재진이 찾은 소양강댐은 거대한 규모의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춘천 특유의 평화로운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호수라고 하기엔 규모가 다르고, 전망대라고 하기엔 감정이 깊다. 춘천 북쪽, 지도를 펼쳐도 실감이 나지 않는 물의 공간이 있다. 사진으로 보면 그저 넓은 풍경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다녀온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남긴다. “생각보다 오래 서 있었다.” 왜 그런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진다. 처음부터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소양강댐은 ‘설명으로 끌리는 곳’이 아니라 ‘의문으로 끌리는 곳’이다. 댐 위에 올라서는 순간,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열린다. 문제는 크기보다 ‘멈춤’이다. 한 걸음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발이 멈춘다. 더 볼 게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풍경을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서울 은평구 불광천 일대에 벚꽃이 만개한 가운데, 맑은 봄 날씨를 맞은 시민들이 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5일 낮 기온이 오르며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자, 하천 산책로에는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불광천은 연분홍 벚꽃이 양옆으로 길게 이어지며 장관을 이뤘다. 벚나무 가지가 산책로 위로 드리워지며 ‘벚꽃 터널’을 형성했고, 시민들은 꽃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봄의 정취를 만끽했다. 일부 방문객들은 하천변에 머물며 사진을 찍거나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은평구 일대에서 열렸던 불광천 벚꽃축제는 전날까지 진행되며 막을 내렸지만, 벚꽃은 여전히 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인파는 줄지 않고 이어지며, 오히려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봄 풍경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광천 벚꽃은 이번 주 초까지 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도심 속 대표 봄 명소로 자리 잡은 불광천은 이날도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차며 ‘봄의 한가운데’를 실감케 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충북 제천의 북쪽 산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풍경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다. 도로의 소음이 사라지고 대신 물결과 바람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는 천 년 넘는 시간을 담고 있는 호수가 있다. 바로 의림지다. 의림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고대 수리시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축조 시기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삼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농경 사회에서 물은 곧 생존이었다. 사람들은 산자락 아래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두고, 그 물을 논으로 흘려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 호수가 지금의 의림지다. 호수 제방에 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보다 나무다. 수백 년 세월을 버틴 소나무들이 물가를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이 숲을 ‘제림’이라고 부른다. 허리를 비틀며 물가로 몸을 기울인 노송들은 마치 오래된 풍경화를 현실로 꺼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바람이 잦아드는 오후가 되면 그 풍경은 더욱 또렷해진다. 산 능선이 그대로 호수 위에 내려앉고, 소나무 가지가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호수는 거대한 거울이 되어 주변의 풍경을 조용히 품는다. 의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도심 한복판, 붉은 벽돌 건물 위로 초록색 캔이 줄지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과거의 산업 유산과 현재의 관광 열기가 가장 선명하게 교차하는 공간, 그 중심에 자리한 곳이 바로 칭다오 맥주박물관이다. 묵직한 시계탑과 유럽풍 외벽, 그리고 지붕 위 대형 맥주 캔 조형물은 이 도시가 무엇으로 기억되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이곳의 시작은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조계 시절 세워진 양조장은 중국 최초의 본격적인 맥주 공장 가운데 하나였다. 외벽에 새겨진 ‘1903’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연도가 아니다. 칭다오가 세계 맥주 지도에 이름을 올린 출발점이자, 도시 정체성의 기원이기도 하다. 독일식 라거 제조 기술은 전쟁과 정권 교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맥주박물관에는 흥미로운 일화도 전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장이 일본을 거쳐 중국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설비와 운영 주체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양조 기술자들은 기존 제조 방식을 고수하려 애썼다고 한다. 한 노(老) 기술자는 “정권은 바뀌어도 맛은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레시피는 국적을 달리해도, 거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