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물길은 도시의 기억을 가장 오래 붙잡는다. 중국 산둥성의 성도 제남 한복판, ‘물의 도시’라는 이름을 증명하듯 잔잔히 흐르는 골목이 있다. 이름도 독특한 곡수정가. 굽이친 물길을 따라 형성된 이 거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제남이라는 도시의 시간과 생활이 겹겹이 쌓인 장소다. 버드나무 가지가 길게 늘어진 골목, 기와지붕 아래로 붉은 등이 흔들리고, 물 위에는 나무 그림자가 흔들린다. 사진 속 풍경은 고요하지만, 이곳의 시간은 결코 멈춰 있지 않다. 물은 계속 흐르고, 사람들은 그 곁을 따라 걷는다. 곡수정가는 그렇게 ‘흐르는 도시’ 제남의 얼굴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거리다. 첫 번째 장면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좁은 수로다. 양쪽으로 돌길이 이어지고, 물은 골목 한가운데를 가른다. 이 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제남을 유명하게 만든 수많은 샘, 즉 ‘천성(泉城)’의 근원에서 비롯된다. 제남에는 수백 개의 샘이 도시 곳곳에서 솟아나고, 그 물이 모여 이렇게 골목을 흐른다. 그래서 이곳의 물은 인공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의 연장이다. 두 번째 장면에서는 골목의 생활감이 드러난다. 작은 상점들이 이어지고, 수공예품과 기념품이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잔인하리만큼 아름다운 계절, 4월이 시흥의 도심을 거대한 꽃 대궐로 바꾸어 놓았다. 바람의 결마다 연분홍 설렘이 묻어나고, 햇살 좋은 봄바람에 실려 온 진한 꽃향기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시민들의 마음속에 해사한 미소를 꽃피우고 있다. 지금 시흥은 단순히 꽃이 피어난 도시가 아니다. 전역에 드리워진 새하얀 벚꽃 터널은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봄의 가장 깊숙한 한복판으로 안내하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왕호수 물결 위로 꽃잎이 가볍게 스치며 내려앉고, 이는 바쁜 일상 속에 쉼표 하나를 찍듯 고요하면서도 깊은 봄의 여운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 하얀 벚꽃길 사이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연둣빛 새순들은 흐드러진 꽃들과 대비를 이루며, 다시 시작되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봄날 특유의 찬란한 생동감을 더해준다. 은계호수공원 인근의 오난산은 동산 전체가 벚꽃의 향연으로 가득 찼으며,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굽이굽이 오르는 발걸음마다 따스한 봄의 온기가 차오른다. 소래산 자락의 정취를 머금은 이곳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눈부신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며, 마치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환상적인 '벚꽃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호수 위를 건너는 가장 느린 비행이 있다. 발은 땅을 떠나지만, 시선은 오히려 더 깊이 내려간다. 강원 춘천의 삼악산 호수케이블카는 그 특별한 경험을 만든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풍경을 ‘위에서 읽게’ 만드는 장치다. 케이블카가 출발하는 순간, 여행의 방식이 바뀐다. 익숙한 풍경이 낯설어지고, 멀리 있던 것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이곳은 올라가는 동안 이미 여행이 시작된다. 케이블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색이다. 드넓은 의암호 위를 가르는 빨간 캐빈은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푸른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다. 이 대비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지금 이 순간이 일상과 분리된 ‘여행의 시간’임을 분명히 한다. 호수를 건너며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케이블카 창 너머로 펼쳐지는 의암호는 위에서 볼 때 비로소 전체를 드러낸다. 물길과 산세가 만들어낸 곡선, 그 사이에 드문드문 떠 있는 섬 같은 지형들이 하나의 구조로 읽힌다. 이 장면은 사진보다 실제가 더 설득력 있다. 시선이 계속 아래로 끌리기 때문이다. 삼악산 기슭에 가까워질수록 풍경은 수직으로 변한
[뉴스트래블=박주성 기자] 강원도 춘천의 산자락, 해발 123m 높이로 우뚝 솟은 거대한 사력댐이 상징인 소양강댐. 1973년 완공 이후 반세기 동안 수도권의 생명수이자 홍수 조절의 중추 역할을 수행해 온 이곳이, 따사로운 봄바람을 머금고 관광객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뉴스트래블> 취재진이 찾은 소양강댐은 거대한 규모의 위용을 자랑하면서도, 동시에 춘천 특유의 평화로운 정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호수라고 하기엔 규모가 다르고, 전망대라고 하기엔 감정이 깊다. 춘천 북쪽, 지도를 펼쳐도 실감이 나지 않는 물의 공간이 있다. 사진으로 보면 그저 넓은 풍경일 뿐인데, 이상하게도 다녀온 사람들은 비슷한 말을 남긴다. “생각보다 오래 서 있었다.” 왜 그런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진다. 처음부터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소양강댐은 ‘설명으로 끌리는 곳’이 아니라 ‘의문으로 끌리는 곳’이다. 댐 위에 올라서는 순간,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열린다. 문제는 크기보다 ‘멈춤’이다. 한 걸음 걷다가, 어느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발이 멈춘다. 더 볼 게 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충분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풍경을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뉴스트래블=박주연 기자] 서울 은평구 불광천 일대에 벚꽃이 만개한 가운데, 맑은 봄 날씨를 맞은 시민들이 꽃놀이를 즐기고 있다. 5일 낮 기온이 오르며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이어지자, 하천 산책로에는 가족과 연인, 친구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이날 불광천은 연분홍 벚꽃이 양옆으로 길게 이어지며 장관을 이뤘다. 벚나무 가지가 산책로 위로 드리워지며 ‘벚꽃 터널’을 형성했고, 시민들은 꽃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봄의 정취를 만끽했다. 일부 방문객들은 하천변에 머물며 사진을 찍거나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은평구 일대에서 열렸던 불광천 벚꽃축제는 전날까지 진행되며 막을 내렸지만, 벚꽃은 여전히 절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인파는 줄지 않고 이어지며, 오히려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봄 풍경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몰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당분간 포근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광천 벚꽃은 이번 주 초까지 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도심 속 대표 봄 명소로 자리 잡은 불광천은 이날도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차며 ‘봄의 한가운데’를 실감케 했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충북 제천의 북쪽 산자락을 따라가다 보면 풍경의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다. 도로의 소음이 사라지고 대신 물결과 바람 소리가 들린다. 그곳에는 천 년 넘는 시간을 담고 있는 호수가 있다. 바로 의림지다. 의림지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고대 수리시설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정확한 축조 시기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지만 삼한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설이 널리 받아들여진다. 농경 사회에서 물은 곧 생존이었다. 사람들은 산자락 아래 제방을 쌓아 물을 가두고, 그 물을 논으로 흘려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 호수가 지금의 의림지다. 호수 제방에 서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물보다 나무다. 수백 년 세월을 버틴 소나무들이 물가를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이 숲을 ‘제림’이라고 부른다. 허리를 비틀며 물가로 몸을 기울인 노송들은 마치 오래된 풍경화를 현실로 꺼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바람이 잦아드는 오후가 되면 그 풍경은 더욱 또렷해진다. 산 능선이 그대로 호수 위에 내려앉고, 소나무 가지가 물 위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호수는 거대한 거울이 되어 주변의 풍경을 조용히 품는다. 의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도심 한복판, 붉은 벽돌 건물 위로 초록색 캔이 줄지어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 과거의 산업 유산과 현재의 관광 열기가 가장 선명하게 교차하는 공간, 그 중심에 자리한 곳이 바로 칭다오 맥주박물관이다. 묵직한 시계탑과 유럽풍 외벽, 그리고 지붕 위 대형 맥주 캔 조형물은 이 도시가 무엇으로 기억되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이곳의 시작은 19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조계 시절 세워진 양조장은 중국 최초의 본격적인 맥주 공장 가운데 하나였다. 외벽에 새겨진 ‘1903’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연도가 아니다. 칭다오가 세계 맥주 지도에 이름을 올린 출발점이자, 도시 정체성의 기원이기도 하다. 독일식 라거 제조 기술은 전쟁과 정권 교체,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맥주박물관에는 흥미로운 일화도 전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장이 일본을 거쳐 중국 정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설비와 운영 주체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양조 기술자들은 기존 제조 방식을 고수하려 애썼다고 한다. 한 노(老) 기술자는 “정권은 바뀌어도 맛은 흔들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레시피는 국적을 달리해도, 거품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해안은 과거와 현재가 가장 역동적으로 맞닿는 공간이다. 그 중심에 자리한 곳이 바로 칭다오 올림픽요트경기장이다. 잔잔한 수면 위에 빼곡히 들어선 요트 마스트들은 마치 숲처럼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다. 그 뒤로는 유리 외벽의 고층 빌딩들이 겹겹이 서 있으며, 바다와 도시가 한 프레임 안에서 공존한다. 이곳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요트 종목이 열렸던 경기장이다. 베이징이 아닌 칭다오에서 해상 경기가 열린 이유는 분명했다. 황해를 끼고 있는 칭다오는 중국 내에서도 바람 조건이 좋고 해양 스포츠 기반이 탄탄한 도시로 평가받아 왔다. 당시 대회를 앞두고 해역의 수질 개선과 해조류 제거 작업이 대대적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은 도시 환경 개선의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경기장에는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올림픽을 준비하던 시기, 칭다오 앞바다에는 대량의 해조류가 떠밀려와 경기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시민과 군인, 자원봉사자들이 총동원돼 해조류를 수거하는 장면은 당시 중국 언론의 주요 뉴스가 됐다. 위기를 함께 넘긴 경험은 이 도시가 ‘요트 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의 경기장은 더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붉은 지붕의 별장들 뒤로 겨울 바다가 잔잔히 펼쳐진다. 넓은 백사장과 암반 지대, 그리고 유럽풍 건물들이 한 화면에 담긴다. 사진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대표적 해안 경관지인 팔대관 일대 풍경이다. 맑은 하늘 아래 해변은 한가롭고, 바다는 은빛으로 빛난다. 팔대관 해변에 서면 도시의 시간이 겹겹이 쌓여 보인다. 한쪽으로는 모래사장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바다로 이어지고, 다른 쪽으로는 숲과 언덕 사이 유럽식 별장들이 줄지어 서 있다. 썰물 때 드러난 바위 지대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다를 관찰한다. 아이들은 조개를 줍고, 어른들은 사진을 찍는다. 차가운 계절이지만 풍경은 따뜻한 색을 띤다. 팔대관은 이름 그대로 ‘여덟 개의 관문’이라는 뜻을 지닌다. 이 지역의 도로 이름이 산해관, 가욕관 등 중국의 유명 관문에서 유래했다. 청 말기와 독일 조계 시기를 거치며 외국인 거주지와 휴양지로 개발됐고, 독일식과 러시아식, 영국식 건축이 혼재된 독특한 경관이 형성됐다. 그래서 이 일대는 칭다오의 근대사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언덕 위에 자리한 화스러우는 팔대관의 상징적 건물이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이 석조 건물에는 장제스가 머물
[뉴스트래블=박성은 기자] 붉은 지붕의 물결 너머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언덕 위에 서자 도시와 해안이 한눈에 펼쳐진다. 사진은 중국 산둥성 칭다오의 대표 전망대인 소어산에서 내려다본 풍경이다. 춘절 연휴를 맞은 도시가 맑은 햇살 아래 고요하게 숨을 고르고 있다. 소어산 정상에 오르면 칭다오의 시간이 층층이 겹쳐 보인다. 한쪽으로는 모래사장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바다로 스며들고, 다른 쪽으로는 붉은 기와 지붕의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멀리 고층 빌딩군이 솟아 있어 전통과 현대가 한 화면에 공존한다. 바닷바람은 차지만, 풍경은 따뜻하다. 소어산은 해발 60여 미터 남짓의 아담한 언덕이지만 상징성은 크다. 이름은 산의 능선이 작은 물고기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물고기가 뛰노는 모습이 잘 보여 어부들이 길흉을 점쳤다는 민간 전승도 있다. 실제 여부를 떠나, 산 이름에 얽힌 이런 이야기는 도시의 해양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이곳은 칭다오의 근대사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장소다. 독일 조계 시기 조성된 붉은 지붕 건물들이 언덕 아래로 이어지며 독특한 도시 경관을 만든다. 그래서 칭다오는 ‘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