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한때 대한민국 환경 재앙의 상징이었던 안산 시화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청정 에너지 발전소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1990년대 '죽음의 호수'라 불리며 실패한 국책사업의 대명사였던 이곳은, 실패의 구조물(방조제)을 역이용해 세계 1위 조력발전소라는 기적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극적인 역전극은 단순한 시설물 복원을 넘어, 안산의 미래를 밝히는 지속가능한 비전으로 진화하고 있다. 한국 환경 정책의 뼈아픈 교훈이자,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시화호의 처절한 운명에 얽힌 K-미스터리를 집중 조명한다.
◇ 프롤로그: 시화호, 이름의 씁쓸한 아이러니
시화호의 역사는 1994년, 경기도 시흥과 화성의 첫 글자를 따 시화호(始華湖)가 세상에 나온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해를 가로막은 12.7km의 거대한 방조제는 농지 확보라는 거대 목표를 안고 '새로운 시작'과 '화려한 번영'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이 기대는 채 몇 년이 지나기도 전에 처참한 절망으로 변했다. 담수화(민물화)를 위해 바닷물을 막자, 지천의 폐수와 하수가 갇혀 호수는 악취와 붉은 물로 뒤덮였고, 대규모 어류 폐사로 이어졌다. 이름의 뜻과는 정반대로 흘러간 운명은 당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름은 '시작과 화려함'인데, 현실은 '악취와 파국'이었다. 시화호, 이름값 못했던 K-인공 호수의 굴욕史는 한때 환경 정책의 쓰라린 교훈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 비화(秘話): 실패의 구조물이 낳은 세계 1위의 기적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정부는 결국 1998년 담수화를 포기하고, 호수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해수 유통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런데 이 해수 유통 방안이 바로 반전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본래 시화호의 위치는 조력발전소 건설에 최적의 입지는 아니었다. 조수간만의 차는 크지만,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입구가 좁아야 공사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완공된 12.7km의 시화방조제(실패의 상징)가 버젓이 있었고, 이 방조제를 활용해 터빈을 설치하자 건설 비용이 획기적으로 절감됐으며, 최적의 발전 환경까지 갖춰졌다.
'죽은 호수를 살려야 한다'는 환경적 절박함과 '버려진 구조물을 활용하자'는 기술적 지혜가 결합했다. 환경 재앙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 결과, 2011년 세계 최대 규모(254MW)의 시화호조력발전소가 탄생했다. 시화호의 실패(방조제)가 역설적으로 세계 1위(조력발전소)라는 타이틀을 낳은 것이다.
이곳은 'K-역설'의 극치를 보여준다. 실패를 딛고 탄생한 이 거대한 건축물은 환경은 '복원'이 아닌 '보존'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후대에 전달하는 역사의 현장이다.

미래 비전: '달 전망대'와 안산의 지속가능한 미래
시화호조력발전소의 상부에 우뚝 솟은 75m 높이의 달 전망대(T-Light)는 안산의 미래를 밝히는 상징이다. 전망대 이름 'T-Light'는 Tide(조력)와 Light(빛, 희망)의 합성어로, 절망적인 어둠을 지나 희망의 빛을 찾아낸 안산의 '부활 선언'을 담고 있다.
이곳에서 굽어보는 시화호의 전경은 깨끗한 바닷물, 그리고 그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새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시화호의 성공적인 환경 복원은 단순히 수질 개선에 그치지 않는다. 안산은 이 거대한 청정에너지와 복원된 생태계를 발판 삼아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안산시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비전이 더욱 구체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산시는 시화호라는 독보적인 해양·환경·에너지 자산을 활용해 친환경 관광 인프라를 확대하고, 미래 해양 산업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시화호 일대를 대한민국 미래 신성장 동력의 핵심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강력한 시정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발전소는 단순한 시설을 넘어 안산의 미래 비전을 담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시화호의 물은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처럼 끊임없이 순환한다. 안산시도 이처럼 멈추지 않는 순환과 발전을 통해 환경과 산업, 그리고 시민의 삶이 공존하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시화호조력발전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놓치면 안 될 에피소드 & 촌철살인 여행 팁
시화호조력발전소 방문의 백미는 단연 에피소드 가득한 현장 그 자체다. 발전소의 거대한 수문이 열리며 바닷물을 뿜어내는 광경은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의 힘과 인간 기술의 만남을 상징한다. 특히 밤이 되면 발전소와 방조제에 조명이 켜지면서, 낮의 웅장함과는 다른 로맨틱한 야경을 선사하는데, 이 야경을 'T-Light'의 진짜 매력으로 꼽는 관광객들이 많다.
방문객을 위한 몇 가지 핵심 팁을 정리한다. 달 전망대는 입장료가 무료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25층 전망대 바닥 일부가 투명한 유리로 돼 있어 짜릿한 공포와 함께 서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이곳의 노을과 야경이 특히 유명하므로, 늦은 오후 방문해 'T-Light'가 켜지는 순간을 포착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달 전망대 바로 옆에는 해양 생태계를 주제로 한 시화나래 조력문화관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 좋다. 그리고 "이곳에서 사랑을 고백하면 무조건 성공? 틀렸다. 이곳은 '실패 후 재기'를 선언하는 재활 의지의 상징! 당신의 인생을 재충전하고 싶다면, 반드시 시화호조력발전소의 T-Light를 경험하라!"는 촌철살인 팁도 잊지 말자. 시화방조제를 따라 드라이브할 경우, 다음 연재에서 다룰 대부도(2경 대부해솔길)로 쉽게 이동할 수 있어 여정 계획 시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