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거대한 벽은 강한 국가의 상징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벽은 강함보다 두려움에서 먼저 태어난다. 무엇인가를 막아야 할 때, 권력은 벽을 세운다. 막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클수록 벽은 더 높아진다. 만리장성은 그런 구조물이다. 만리장성은 흔히 인류 최대의 토목 건축으로 불린다. 하지만 길이의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그 반복성이다. 장성은 한 번에 완성된 구조물이 아니다. 전국시대의 각국이 흙으로 쌓은 성벽에서 시작해, 진, 한, 수, 명에 이르기까지 시대마다 덧대고 허물고 다시 세웠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이어졌고, 이어졌기 때문에 제국의 상징이 됐다. 장성은 완결의 건축이 아니라, 불안의 누적이다.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한 직후 북방의 흉노를 견제하기 위해 성벽을 연결했다. 통일 제국의 첫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였다. 수십만의 인력이 동원됐고, 수많은 이가 공사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공사가 단지 군사적 필요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데 있다. 통일 직후의 제국은 내부 결속이 더 절실했다. 거대한 공사는 백성을 조직하고, 자원을 통제하고, 황제의 권위를 가시화하는 방식이었다. 벽은 북방을 막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싱가포르 마리나베이는 도시와 바다가 맞닿는 극적인 장면을 보여준다. 낮에는 빛나는 수면과 고층 빌딩이 어우러지고, 밤에는 네온과 레이저가 하늘과 물을 가른다. 인공섬과 매립지, 교량과 광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공간 자체가 국가 전략을 드러낸다. 이 장면은 싱가포르의 국가적 약속을 보여준다. 작은 섬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금융과 관광, 물류 중심지로 설계됐다. 바다는 국경이자 연결점이며, 도시는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담는다. 국가 정체성이 공간 안에서 구현됐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마리나베이는 싱가포르의 경제적 도약을 상징한다. 과거 조호르 해협을 따라 조성된 작은 어촌이 이제 세계 금융 허브로 바뀌었다. 국가는 토지를 매립하고 구조를 재편했다. 전략적 선택이 도시의 형상을 만들었다. 섬과 해안을 잇는 교량, 인공 수로, 광장이 계획적으로 배치됐다. 공간 활용과 경제 효율이 동시에 고려됐다. 관광과 비즈니스가 겹쳐 움직인다. 국가 설계의 효과가 즉각적이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과 카지노, 컨벤션 센터가 중심에 있다. 이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국가의 얼굴’이다.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제한다. 공간 자체가
[뉴스트래블=편집국]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해 제주도의 해안까지, 한국의 여행지는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은 역사적 유산과 자연의 비경, 전통과 현대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선별해 소개한다. 수도권의 궁궐과 박물관, 강원권의 산과 강, 충청권의 호수와 숲, 전라권의 예술과 자연, 경상권의 천년 문화와 도시 야경, 제주권의 이국적 섬 풍광까지, 이 100곳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자연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장이다. 각 지역은 저마다 고유한 매력과 특색을 지니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도시 속 역사와 문화 체험이 가능하고, 강원권에서는 산과 강, 바다를 따라 자연과 체험이 결합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충청권은 호수와 숲, 역사 유적이 어우러져 고요한 휴식을 선사하며, 전라권은 자연 풍광과 예술적 공간을 통해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경상권에서는 도시의 활기와 천년의 역사를 동시에 느낄 수 있고, 제주권은 바다와 산, 올레길을 따라 이국적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100곳을 따라 걷다 보면, 한국 여행의 다층적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왕실의 궁궐과 조선의 정원, 전통 마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헬싱키 상원광장에 서면 도시가 유난히 단정해 보인다. 과장된 장식도, 소란스러운 간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계단 위로 흰색 대성당이 고요하게 솟아 있다. 차분한 외관은 이 나라의 성격을 닮았다. 핀란드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해 온 국가다.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두 차례 세계대전의 전장을 겪었다. 그럼에도 체제는 급격히 흔들리지 않았다. 헬싱키 대성당은 그 역사적 균형감이 압축된 장소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헬싱키 대성당은 수도의 중심축에 놓여 있다. 상원광장을 내려다보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도시 설계 자체가 이 건물을 중심으로 짜였다. 상징은 구조 속에 배치됐다. 이 건물은 19세기 러시아 통치 시기에 세워졌다. 당시 핀란드는 러시아 제국의 자치령이었다. 제국의 권위가 건축에 반영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산이 오늘의 국가 상징이 됐다. 대성당은 루터교 성당이다. 종교적 권위보다는 시민적 상징으로 기능한다. 국가 행사와 축제, 집회가 이 광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신앙과 공공성이 교차한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종교 건물이 아니다. 수도 헬싱키를 상징하는 첫 장면이다. 관광 엽서에도 빠지지 않는다. 핀란드의 얼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인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구조물을 세워 왔다. 거대한 돌을 쌓고, 절벽을 깎고, 하늘을 향해 탑을 올렸다. 그것은 단순한 건축 행위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왔다”는 선언이었고, “우리는 이런 문명이다”라는 자기 증명이었다. 불가사의는 감탄의 대상이기 전에, 시대의 권력이 남긴 문장이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여행자들의 기록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지중해 세계를 오가며 눈에 담은 장엄한 건축물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오늘날 그중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이집트 사막 위에 남은 기자의 피라미드는 여전히 침묵 속에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 흥미로운 것은 피라미드가 단지 무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통치의 기술, 노동의 조직, 신성의 연출이 결합된 총체적 국가 프로젝트였다. 불가사의는 언제나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체제의 산물이었다. 고대 세계에서 거대한 건축은 통치의 장치였다. 압도적인 규모는 곧 질서를 의미했고, 높이와 두께는 권위를 시각화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국가를 ‘느꼈다’. 문자보다 빠르게 이해되는 메시지, 그것이 불가사의의 힘이었다. 눈으로 보는 순간 설명이 필요 없는 설득, 그것이 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