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한국을 찾는 몽골인 여행객의 일정표에는 다른 나라 관광객들과 조금 다른 첫 장면이 등장한다. 호텔 조식이나 관광지 방문이 아니라 병원 예약이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침 일찍 병원을 찾고 진료를 받은 뒤 쇼핑이나 관광 일정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한국 여행이 관광과 의료 방문이 결합된 형태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시장이 바로 몽골이다. 몽골과 한국의 거리는 비교적 가깝지만 의료 환경과 관광 인프라의 차이는 크다. 이 때문에 한국은 몽골인들에게 단순한 여행 목적지가 아니라 치료와 휴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식된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 관광시장 분석에서도 몽골은 의료 관광 비중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되며, 실제 방한 목적에서도 치료와 건강검진 관련 수요가 꾸준히 나타난다. 병원을 중심으로 짜인 여행 일정 몽골인 관광객의 한국 일정은 병원 방문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건강검진이나 전문 진료, 치과 치료 등을 예약한 뒤 그 사이 시간에 관광을 하는 방식이다. 진료가 끝난 오후에는 쇼핑이나 외식, 관광지를 찾는 일정이 이어진다. 서울 강남 일대나 대형 병원이 모여 있는 지역에서는 몽골어 안내를 쉽게
[뉴스트래블=편집국] 궁궐의 도시 서울에서 왕의 역사가 아니라 장인의 시간이 흐르는 공간이 있다. 종로구 율곡로, 궁궐 담장이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한 서울공예박물관이다. 전통 공예의 역사와 현대 공예의 흐름을 함께 담아낸 이곳은 서울 한복판에서 ‘손의 문화’를 이야기하는 특별한 박물관이다. 2021년 문을 연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공예 전문 공공박물관이다. 서울이 가진 깊은 역사와 문화 속에서 공예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도자와 목칠, 금속, 섬유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품을 통해 한국 장인 문화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박물관이 자리한 장소 역시 의미가 깊다. 이곳은 한때 풍문여자고등학교가 있던 자리였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근대 학교 건물들은 철거되지 않고 보존됐고, 새로운 전시 공간과 연결되며 공예박물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의 건축을 지우지 않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방식은 공예가 가진 철학과도 닮아 있다. 오래된 것을 버리지 않고 다시 살리는 일, 그것이 공예가 이어져 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울공예박물관의 전시는 공예를 단순한 유물이 아닌 생활문화로 바라본다. 장인의 기술과 생활의 미학, 그리고 일상 속에서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름 오후, 바닥에서 물줄기 26개가 솟는다. 아이들이 분수 사이를 뛰어다니고 관광객들이 돔을 올려다본다. 1902년 완공된 베른 연방궁 앞 광장 풍경이다. 분수 뒤에 서 있는 녹색 돔 건물에서는 스위스의 국민투표 안건과 연방 법안이 논의된다.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이 광장은 동시에 국가 정치의 현관이다. 베른 구시가지는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아케이드가 이어지는 중세 도시 한가운데 연방궁이 자리한다. 인구 약 890만 명의 스위스는 이곳에서 국가 정책을 조율한다. 알프스 산악국가의 정치 중심이 관광 도시 풍경 속에 놓여 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연방궁 앞 테라스에 서면 아레 강이 반원형으로 도시를 감싼다. 베른은 1191년 체링겐 공작 베르톨트 5세가 세운 도시다. 스위스는 공식 수도라는 표현 대신 ‘연방 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권력 집중을 피하려는 정치 문화 때문이다. 건물 안에는 양원 의회가 들어 있다. 인구 비례로 선출되는 국민의회 200석과 칸톤 대표로 구성된 전주의회 46석이다. 인구 1만 명 수준의 산악 칸톤도 동일한 대표권을 갖는다. 연방궁은 분권 국가의 정치 구조가 실제로 작동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여행자는 풍경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그러나 관광이 남기는 변화는 풍경 뒤편에서 조용히 진행된다. 세계 여러 관광지의 시장과 골목, 작은 숙소와 식당에서는 여성들이 관광 산업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여행객이 늘어날수록 지역 여성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사업 기회가 생겨나는 현상은 이제 관광 산업의 뚜렷한 특징 가운데 하나가 됐다. 관광은 단순히 방문객 수를 늘리는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경제의 구조를 바꾸고, 공동체의 삶을 재편하는 힘을 갖는다. 특히 관광은 전통적으로 노동시장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여성들에게 비교적 열린 산업으로 평가된다. 여행이 늘어나는 곳마다 여성의 경제 활동 역시 함께 확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행 산업, 여성에게 열린 거대한 노동 시장 국제 관광 통계에서 관광 산업은 여성 참여 비율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글로벌 관광 정책을 담당하는 국제기구인 UN Tourism에 따르면 전 세계 관광 산업 종사자의 약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이는 전체 경제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관광이 여성 고용을 확대하는 산업이라는 평가의 근거가 된다.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레스토랑과 카페, 여행 안내와 관광 프로그램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아프리카 대륙의 남서쪽 끝에 자리한 케이프타운은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도시다. 공항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길, 수평선 위로 거대한 산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평평한 정상과 가파른 절벽을 가진 산이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은 듯 서 있다. 그 순간 여행자는 깨닫게 된다. 이곳에서는 도시가 자연 속에 들어앉아 있다는 사실을. 케이프타운의 풍경은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도시 뒤에는 웅장한 산맥이 있고, 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이 있다. 햇빛은 강하지만 바람은 서늘하고, 파도는 거칠지만 도시는 평온하다. 서로 다른 자연의 성격이 한곳에서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케이프타운을 여행한다는 것은 하나의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일이 아니라 거대한 풍경 속을 이동하는 경험에 가깝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고, 항구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해안 도로를 따라 대륙의 끝까지 달리는 동안 여행자는 자연스럽게 이 도시의 리듬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거대한 식탁, 테이블 마운틴 케이프타운을 상징하는 존재는 단연 테이블 마운틴이다. 해발 약 1,085m 높이의 이 산은 이름 그대로 정상부가 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