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오타와강 절벽 위에 고딕 양식의 건물이 길게 늘어서 있다. 첨탑과 시계탑이 하늘을 찌르듯 솟아 있고, 잔디 광장은 완만하게 강으로 내려간다. 수도라고 하기엔 조용하지만, 구조는 단단하다. 캐나다라는 국가는 이 언덕 위에서 형태를 갖췄다. 캐나다는 단일 민족 국가가 아니다. 영국계와 프랑스계의 역사, 원주민의 존재, 그리고 대규모 이민이 겹쳐 있다. 분열의 가능성을 안고 출발했다. 의회 의사당은 그 복잡한 구성을 제도 안에 묶어 둔 상징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의회 의사당은 캐나다 연방 정치의 중심이다. 상원과 하원이 같은 단지 안에 있다. 연방주의 구조가 공간으로 구현됐다. 권력은 분산돼 있지만 한 지붕 아래 모인다. 건물은 19세기 후반 완공됐다. 당시 캐나다는 영국 자치령이었다. 제국의 영향을 받은 고딕 리바이벌 양식이 채택됐다. 식민의 흔적이 국가 상징으로 전환됐다. 이곳은 정치적 갈등의 무대이기도 하다. 퀘벡 분리 독립 논쟁, 다문화 정책, 원주민 권리 문제가 모두 이 안에서 논의됐다. 총성보다 토론이 먼저다. 캐나다식 타협이 반복됐다. 그래서 이 언덕은 단순한 행정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정체성을 제도 안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러시아 관광객의 한국 방문은 관광과 목적이 분명하게 섞여 있다. 명소보다 먼저 찾는 곳이 병원이거나 피부과, 성형외과인 경우도 적지 않다. 여행 가방과 함께 서류 봉투를 들고 이동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이들의 한국 방문은 ‘휴가’이면서 동시에 ‘실용적 일정’이다. 특히 극동 지역에서는 한국이 가장 접근성 좋은 해외 도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면 몇 시간 만에 도착한다. 심리적 거리도 가깝다. 한국은 먼 아시아 국가가 아니라, 이웃 도시처럼 인식된다. 한국관광공사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러시아는 의료·미용 목적 방문과 쇼핑, 도시 체험이 결합된 시장으로 나타난다. 순수 관광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징을 지닌다. 가깝지만 결이 다른 방문 구조 러시아 전체로 보면 한국은 장거리지만, 극동 지역 기준으로는 단거리다. 그래서 방문 패턴이 이중적이다. 모스크바 등 서부 지역은 체류형, 극동 지역은 단기 방문형이 나타난다. 단체 관광보다는 개별 이동이 많다. 방문 목적도 비교적 또렷하다. 의료 상담, 건강검진, 미용 시술 같은 일정이 여행과 함께 묶인다. 이 때문에 체류 동선이 일반 관광객과 다르다. 병원 인근 상권과 숙박시설,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사막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끝없이 펼쳐진 모래와 바위, 시야를 가로막을 것이 없는 풍경. 그러나 때로 권력은 드러남이 아니라 은폐 속에서 자란다. 사막의 붉은 협곡 끝에 모습을 드러내는 페트라는 그런 도시다. 이곳은 세워진 도시라기보다, 감춰진 도시였다. 페트라는 기원전 4세기 무렵 아라비아 북부에서 활동하던 나바테아인의 수도였다. 나바테아인은 유목 전통을 지녔지만, 단순한 상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향료와 비단, 금속을 실은 대상(隊商)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중개자였다. 실크로드와 홍해, 지중해를 잇는 교역의 결절점에서 그들은 부를 축적했다. 그리고 그 부는 사막 한가운데 바위를 깎아 만든 도시로 응결됐다. 페트라의 상징인 알 카즈네, 이른바 ‘보물창고’는 건물을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바위를 파내 조각한 구조다. 이는 단순한 미적 선택이 아니었다. 바위를 깎아 만든 건축은 외부의 침입에 강했고, 동시에 도시의 존재를 쉽게 노출하지 않았다. 좁은 협곡 시크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도심이 열린다. 페트라는 지형 자체를 방어 장치로 활용했다. 장성이 외부를 밀어냈다면, 페트라는 시선을 차단했다. 더 흥미로운 것은 물이다.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호주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바깥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한강공원 산책로를 걷거나, 북촌과 서촌 골목을 천천히 둘러본다. 실내 쇼핑몰보다 야외 공간에 오래 머문다. 여행의 첫 장면이 ‘걷기’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장거리 비행 끝에 도착하지만, 일정은 활기차다. 낮에는 도시를 걷고, 저녁에는 번화가에서 식사를 즐긴다. 한국을 실내 관광지가 아닌 ‘생활하는 도시’로 소비한다. 한국관광공사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호주는 체류 기간이 비교적 길고, 자연·도시 체험과 문화 활동 참여가 고르게 나타나는 시장으로 분류된다. 통계가 말하는 성향은 거리 풍경과 닮아 있다. 장거리 여행, 한 번 오면 길게 호주에서 한국까지는 9~10시간 안팎. 가까운 여행지는 아니다. 그래서 방문 빈도는 높지 않지만, 한 번 오면 일정이 길어진다. 짧게 찍고 돌아가기보다, 며칠 더 머물며 천천히 본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이나 제주 같은 다른 도시를 함께 묶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행을 하나의 루트처럼 설계한다. 체류가 길수록 소비도 고르게 분산된다. 숙박, 식음료, 교통, 체험 활동까지 폭넓게 쓰인다. 단기 쇼핑 중심 시장과는 구조가 다르다. 야외 공간
[뉴스트래블=편집국] 서울의 중심에는 하나의 축이 놓여 있다. 남쪽의 광화문에서 북쪽 백악산(북악산)으로 곧게 이어지는 직선. 그 선 위에 조선이 세워졌다. 1395년, 태조 이성계는 새 왕조의 법궁을 완성하고 이름을 경복궁이라 했다. ‘큰 복을 누린다’는 뜻. 그러나 그 이름에는 단순한 길상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왕조의 정통성과 질서를 공간으로 선언하는 일, 그것이 경복궁의 탄생이었다. 조선은 유교 국가였다. 통치 이념은 건축에도 반영됐다. 경복궁의 배치는 엄격한 위계와 축선 중심 구조를 따른다. 광화문을 지나 흥례문을 통과하면 넓은 조정(朝庭)이 펼쳐지고, 그 끝에 정전 근정전이 놓인다. 근정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조선 정치의 상징이었다. 왕의 즉위식, 세자의 책봉, 외국 사신 접견 같은 국가적 의례가 이곳에서 거행됐다. 두 단의 월대 위에 세워진 전각은 물리적 높이로 왕권의 위엄을 드러낸다. 근정전 앞마당의 품계석은 조정 질서를 돌로 고정해 놓은 장치다. 문관과 무관이 서는 자리가 구분되고, 중앙 어도는 오직 왕만을 위해 비워진다. 이 공간에서는 모든 움직임이 규범이었고, 모든 시선이 권위를 향했다. 건축은 곧 정치였고, 배치는 곧 국가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