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프라하 구시가지에서 국립박물관까지 길게 이어진 바츨라프 광장은 처음 보면 넓은 대로에 가깝다. 전통적인 광장이라기보다 상점과 호텔, 트램이 오가는 도시의 중심 거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체코 현대사는 거의 모두 이곳을 통과했다. 이 나라는 중요한 순간마다 거리로 나왔다. 제국의 붕괴, 나치 점령, 공산 정권, 그리고 민주화 혁명까지 장면이 반복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민은 같은 장소에 모였다. 건물은 그대로였지만 체제는 계속 교체됐다. 그래서 바츨라프 광장은 체코라는 국가의 성격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공간이 됐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바츨라프 광장은 프라하 신시가지의 중심축이다. 상업과 교통, 행정 기능이 한곳에 집중돼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인다. 도시의 심장이자 국가의 집결지다. 광장 끝에는 성 바츨라프 기마상이 서 있다. 체코 민족의 수호성인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역사적 정체성이 이 지점에 고정됐다. 시민은 이 동상 앞에서 목소리를 낸다. 중요한 정치 집회 대부분이 이곳에서 열렸다. 대통령 연설과 대규모 시위가 반복됐다. 국가는 군중의 반응을 직접 마주한다. 권력과 시민의 거리가 가깝다. 그래서 바츨라프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인도양 한가운데 자리한 섬나라 스리랑카는 해안보다 내륙의 한 광장에서 국가의 얼굴을 드러낸다. 콜롬보 중심부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은 거대한 기둥과 지붕만으로 구성된 단정한 건축물이다. 화려한 장식이나 과장된 기념비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비어 있는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1948년 영국 식민 통치가 끝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다. 그러나 독립은 곧바로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민족 갈등과 내전이 이어지며 국가는 오랜 시간 흔들렸다. 그래서 독립기념관은 시작이자 숙제를 동시에 품은 장소가 됐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독립기념관은 스리랑카가 공식적으로 자신을 국가로 선언한 자리다.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넘겨받는 의식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통치 권력이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한 순간이었다. 국가는 이 공간에서 탄생했다. 건물은 전통 왕궁 양식을 참고해 설계됐다. 식민 건축 대신 토착 형식을 선택했다. 과거 왕국의 기억을 현대 국가와 연결했다. 문화적 자립을 강조한 결정이었다. 광장은 사방으로 열려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권력의 중심이지만 위압감이 없다. 국가는 시민과 같은 눈높이에 서 있다. 그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웰링턴 도심 언덕 아래에는 독특한 원형 건물이 자리한다. 고딕 양식의 웅장한 의사당과 달리 낮고 둥근 형태가 먼저 눈길을 끈다. 뉴질랜드 국회의사당 ‘비하이브’는 위압감보다 친근함을 택한 건축이다. 이 나라가 권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외관에서 드러난다. 뉴질랜드는 크지 않은 국가다. 인구도, 영토도, 군사력도 세계 질서를 좌우할 규모는 아니다. 대신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방식으로 국가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비하이브는 그 선택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비하이브는 뉴질랜드 행정부의 중심이다. 총리실과 내각, 각 부처 핵심 기능이 이 건물에 모여 있다. 국가의 주요 결정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권력의 실제 작동 현장이다. 건물은 의도적으로 낮고 둥글게 설계됐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권위를 거부하는 형태다.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정치 문화가 공간에 반영됐다. 주변에는 담장이나 높은 장벽이 거의 없다. 시민은 비교적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권력과 일상의 거리가 가깝다. 국가는 스스로를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비하이브는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단순한 행정 청사가 아니다. 정치 철학을 드러
[뉴스트래블=편집국] 해외에서 국민이 집단폭행을 당했다. 앞니가 부러지고 신경이 손상됐다. 피투성이가 된 채 도움을 청했다. 그런데 정작 그 순간, 가장 믿어야 할 국가가 없었다. 이번 삿포로 사건은 범죄보다 더 참담한 질문을 남겼다.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가.’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일본 삿포로를 여행하던 한국인 관광객이 현지인 5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금품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였다. 피해자는 일본어를 하지 못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통역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삿포로 총영사관의 답은 냉담했다. 사건 개입은 어렵고, 통역 제공도 의무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대신 콜센터 번호를 안내했다는 게 전부였다. 콜센터 번호. 국민이 피를 흘리며 맞고 있는데 국가가 건넨 것이 고작 그것이었다. 재외국민 보호는 외교부의 핵심 임무다. 위험에 처한 국민을 돕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존재 이유다. 그런데 통역 한 명조차 보내지 못한다면, 그 조직은 대체 왜 존재하는가. ‘의무가 아니다’라는 말은 행정적 해명이 아니라 책임 회피 선언에 가깝다. 외교부는 “지인을 통해 의사소통이 가능했다”고 해명했지만, 보도에 따르면 그 지인은 일본어가 서툴렀고 이미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중심부에 서면 가장 먼저 넓은 빈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빌딩이나 화려한 기념물보다 사람의 움직임이 먼저 보이는 장소다. 마요 광장은 단순한 도시 광장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정치의 무대다. 이 나라는 중요한 순간마다 거리로 나왔다. 독립 선언도, 쿠데타도, 군사독재 항의도, 월드컵 우승 축하도 모두 이곳에서 벌어졌다. 권력은 궁 안에 있었지만 정치는 늘 광장에서 시작됐다. 국가는 제도보다 군중의 표정을 통해 방향을 드러냈다. 그래서 마요 광장은 아르헨티나를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된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마요 광장은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 바로 앞에 위치한다. 권력과 시민이 가장 짧은 거리에서 마주 보는 구조다. 물리적 근접성은 곧 정치적 긴장으로 이어진다. 국가는 이 공간에서 늘 시험대에 오른다. 아르헨티나는 선거보다 집회로 기억되는 나라다.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때마다 시민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광장은 여론의 압력을 가시화하는 장치가 됐다. 정치가 거리에서 확인되는 방식이다. 이곳은 축제와 분노가 같은 장소에서 교차한다. 환호와 항의가 같은 동선 위에서 반복된다. 기쁨과 저항이 구분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