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호숫가에 서면 먼저 산이 보인다. 물 건너편으로 톈산의 능선이 솟고, 그 아래로 1,607m 고도의 호수가 수평선을 만든다. 한여름이면 사람들은 그 물에 들어간다. 해변에서 수영을 마치고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초원이 나타나고, 유르트가 서 있는 들판에서는 말이 풀을 뜯는다. 산을 찾아온 여행자가 해변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에는 말을 타고 초원을 건너는 곳. 키르기스스탄의 이식쿨호는 산악여행과 호수 휴양이 한 일정 안에서 이어지는 곳이다. 이식쿨호는 길이 약 182㎞, 폭 최대 60㎞에 이르는 거대한 고산호수다. 해발 1,607m에 자리하지만 6월부터 9월까지 수영이 가능한 여름 휴양지로 기능한다. 7~8월 수온은 약 21~24℃까지 올라가고, 북쪽 해안에는 촐폰아타와 보스테리를 중심으로 해변과 리조트, 수상레저 시설이 들어섰다. 반대편 남쪽 해안으로 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타므가와 토소르, 보콘바예보 일대에서는 호수와 유르트, 협곡과 초원이 한 여행으로 이어진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키르기스스탄을 떠올리면 대부분 산을 먼저 생각한다. 실제로 국토 대부분이 산악지형이고 톈산산맥이 나라의 풍경을 지배한다. 그런
[뉴스트래블=편집국] 세종을 여행할 때 반드시 한 번은 호수를 만나게 된다. 도시 한가운데 자리한 세종호수공원은 69만7,246㎡의 공원 안에 32만2,800㎡의 수면을 품고 있다. 수면적만 약 9만8,000평으로, 세종이라는 계획도시의 규모를 한눈에 체감하게 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을 단순히 '큰 인공호수'라고 부르는 순간 세종호수공원의 관광적 가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 호수는 도시의 빈 공간을 채운 것이 아니라 도시의 문화와 휴식, 생태와 이동을 물을 중심으로 연결하도록 설계된 관광공간이기 때문이다. 세종호수공원은 2012년 12월 3일 부분 개장한 뒤 2013년 5월 2일 전면 개장했다. 공원에는 8.8km의 산책로와 4.7km의 자전거도로가 놓였고, 호수 안에는 수상무대섬·축제섬·물놀이섬·물꽃섬·습지섬 등 5개 주요 테마섬이 들어섰다. 공연을 보고, 축제를 즐기고, 물놀이를 하고, 수생식물을 관찰하고, 그 사이를 걸으며 호수를 둘러본다. 하나의 호수에 서로 다른 여행 목적을 집어넣은 것이다. 세종이라는 도시를 가장 쉽게 읽는 곳 세종호수공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세종의 도시 성격부터 봐야 한다. 서울이나 경주처럼 수백 년의 도시 역사가 관광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시장의 변화는 거창한 통계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여행객이 무엇을 묻고, 어떤 정보를 반복해서 확인하는지를 들여다보면 관광 현장의 변화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한국관광공사의 1330 관광통역안내 상담 데이터를 분석한 2026년 6월 월간 관광봇은 부당요금, 해수욕장, 할랄음식, 편의점, 관광택시를 이달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6월 1330 문의는 1만6372건으로 전월 1만3233건보다 23.7% 늘었지만, 전년 동월 1만6855건과 비교하면 2.9% 감소했다. 전체 상담량의 증감보다 주목할 것은 무엇을 묻는가의 변화다. 여름철 관광이 본격화하면서 해수욕장 이용정보와 이동방법에 대한 문의가 늘었고, 무슬림 관광객의 할랄식당 정보 수요도 확대됐다. 편의점에서는 티머니카드 구매와 충전, 환불 같은 생활형 정보가 등장했고, 관광택시에서는 예약과 요금, 운영시간, 추천코스가 주요 관심사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당요금 관련 문의까지 늘면서 방한관광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못지않게 어떻게 이용하고, 이동하고, 소비할 것인가가 중요한 정보가 되고 있다. 여름 관광, 명소보다 '이용 가능 여부'를 묻다 6월 가장 뚜렷한 계절성은 해수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산이 길을 막으면 길은 바위를 돌아간다. 돌아갈 수 없으면 터널을 뚫고, 터널을 빠져나오면 다시 절벽과 강이 나타난다. 대만 동부 화롄의 타이루거 협곡에서는 도로와 강과 절벽이 한 줄로 이어지지 않는다. 사람은 산이 남겨놓은 틈을 따라 움직이고, 산사태가 길을 끊으면 다시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이곳의 여행은 협곡을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산이 허락한 길을 따라 이동하는 것 자체가 타이루거를 경험하는 방법이다. 타이루거 국립공원은 1986년 지정됐으며, 대리석으로 이뤄진 험준한 협곡과 중앙산맥의 산악지형을 품고 있다. 그러나 2024년 4월 3일 발생한 규모 7.2의 지진은 익숙했던 관광 동선을 완전히 바꿨다. 주요 도로와 탐방로가 무너졌고, 타이루거 협곡 동쪽의 대중교통도 중단됐다. 2026년 8월 현재도 복구와 단계적 재개방이 이어지고 있다. 8월 11일부터 생태보호구역 내 탐방로가 다시 개방됐지만, 모든 관광 동선이 지진 이전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타이루거 협곡은 대만의 산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준다. 거대한 대리석 절벽 사이로 리우시강이 흐르고, 그 좁은 공간에 도로와 터널과
[뉴스트래블=편집국] 산에 오를 때 사람들은 보통 신발부터 챙긴다. 발을 보호하고 험한 길을 지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대전 계족산에서는 그 상식을 거꾸로 뒤집는다. 장동산림욕장에서 황톳길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흙을 밟는다. 발바닥에 닿는 황토의 감촉을 느끼며 숲길을 걷다 보면 평범했던 산책이 전혀 다른 경험으로 바뀐다. 계족산 황톳길은 새로운 산을 만든 관광지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산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꿔 관광자원으로 만든 길이다. 계족산 황톳길은 계족산 장동산림욕장에서 시작해 임도삼거리와 절고개를 거쳐 이현동 갈림길까지 이어지는 총 14.5km의 황토 산책로다. 대전관광은 이곳을 전국 최초의 건강여행길로 소개하고 있으며, 계족산 정상인 429m를 중심으로 산 중턱의 임도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가 아니라 숲을 따라 길게 걷는 임도를 관광공간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이용 방식도 다르다. 목적지까지 빨리 올라가는 산행보다 길 자체를 즐기는 여행에 가깝다. 이 길의 출발점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지역 기업인 맥키스컴퍼니가 계족산 임도에 황토를 깔면서 지금의 황톳길이 시작됐다. 계기는 거창한 관광개발 계획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