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헬싱키 상원광장에 서면 도시가 유난히 단정해 보인다. 과장된 장식도, 소란스러운 간판도 눈에 띄지 않는다. 계단 위로 흰색 대성당이 고요하게 솟아 있다. 차분한 외관은 이 나라의 성격을 닮았다. 핀란드는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해 온 국가다.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두 차례 세계대전의 전장을 겪었다. 그럼에도 체제는 급격히 흔들리지 않았다. 헬싱키 대성당은 그 역사적 균형감이 압축된 장소다. 이 장소가 국가를 대표하는 이유 헬싱키 대성당은 수도의 중심축에 놓여 있다. 상원광장을 내려다보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도시 설계 자체가 이 건물을 중심으로 짜였다. 상징은 구조 속에 배치됐다. 이 건물은 19세기 러시아 통치 시기에 세워졌다. 당시 핀란드는 러시아 제국의 자치령이었다. 제국의 권위가 건축에 반영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유산이 오늘의 국가 상징이 됐다. 대성당은 루터교 성당이다. 종교적 권위보다는 시민적 상징으로 기능한다. 국가 행사와 축제, 집회가 이 광장을 중심으로 열린다. 신앙과 공공성이 교차한다. 그래서 이곳은 단순한 종교 건물이 아니다. 수도 헬싱키를 상징하는 첫 장면이다. 관광 엽서에도 빠지지 않는다. 핀란드의 얼
[뉴스트래블=정국환 기자] 인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놀라게 하는 구조물을 세워 왔다. 거대한 돌을 쌓고, 절벽을 깎고, 하늘을 향해 탑을 올렸다. 그것은 단순한 건축 행위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왔다”는 선언이었고, “우리는 이런 문명이다”라는 자기 증명이었다. 불가사의는 감탄의 대상이기 전에, 시대의 권력이 남긴 문장이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개념은 고대 그리스 여행자들의 기록에서 비롯됐다. 그들은 지중해 세계를 오가며 눈에 담은 장엄한 건축물을 목록으로 정리했다. 오늘날 그중 대부분은 사라졌지만, 이집트 사막 위에 남은 기자의 피라미드는 여전히 침묵 속에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 흥미로운 것은 피라미드가 단지 무덤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통치의 기술, 노동의 조직, 신성의 연출이 결합된 총체적 국가 프로젝트였다. 불가사의는 언제나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체제의 산물이었다. 고대 세계에서 거대한 건축은 통치의 장치였다. 압도적인 규모는 곧 질서를 의미했고, 높이와 두께는 권위를 시각화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국가를 ‘느꼈다’. 문자보다 빠르게 이해되는 메시지, 그것이 불가사의의 힘이었다. 눈으로 보는 순간 설명이 필요 없는 설득, 그것이 거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관광의 시간은 더 이상 낮에만 머물지 않는다. 일몰 이후 밤 6시부터 새벽 6시까지 이어지는 ‘야간관광’은 이제 전 세계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야간 시간대에 관광명소, 축제, 문화 콘텐츠, 편의시설 등을 활용하는 포괄적 개념의 야간관광은 체류시간을 늘리고 소비를 확대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야간관광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하며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연구 '야간관광 활성화 사업 중장기 정책지원 전략 수립'에 따르면 관광 수입이 1% 증가할 경우 지역 고용은 0.18%, 지역내총생산은 0.1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야간관광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전략 산업임을 보여준다. 글로벌 도시들은 이미 밤을 관광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야경과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리언스 같은 랜드마크형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라이트 시티 볼티모어와 같은 빛 축제는 도시 브랜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중국은 상하이 와이탄 야경 투어와 광저우 타워 라이트쇼, 하얼빈 빙설대세계 야간 퍼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서울 도심의 아이돌 굿즈숍 앞, 유난히 또렷한 환호성이 들릴 때가 있다. 친구들끼리 맞춘 티셔츠를 입고, 좋아하는 그룹의 포스터 앞에서 차례로 사진을 찍는다. 인도네시아 관광객의 한국 여행은 감정의 온도가 높다. 설렘이 일정표의 맨 앞에 놓인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고, 촬영지를 검색한다. 여행은 단순한 해외 방문이 아니라, 콘텐츠 속 공간을 실제로 확인하는 과정이다. 한류는 동기이자 지도다. 한국관광공사의 국가별 방한관광시장 분석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젊은 층 비중이 높고, 한류와 쇼핑, 도시관광이 결합된 성장 시장으로 분류된다. 통계가 가리키는 방향은 거리의 열기와 맞닿아 있다. 젊고 크다, 잠재력이 먼저 보이는 시장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가 큰 나라다. 그만큼 해외여행 수요의 저변도 넓다. 아직은 폭발적이라기보다 상승 곡선에 가까운 흐름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뚜렷하다. 특히 20~30대의 반응이 빠르다. K-팝, 드라마, 뷰티 트렌드에 민감하게 움직인다. 온라인에서 본 장면을 실제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첫 방한 비중도 적지 않다. ‘처음 한국’이라는 기대감이 여행 전반을 이끈다. 일정은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대한민국의 유네스코 유산이 ‘보존의 대상’을 넘어 ‘여행의 목적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수천 년의 시간을 품은 문화유산과 세계적 희귀성을 인정받은 자연유산, 그리고 기록과 공동체의 정신을 간직한 무형유산까지, 한국의 유산은 그 스펙트럼과 밀도에서 독보적이다.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한 타이틀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서 국제적 가치를 공인받았다는 의미다. 오늘날 한국의 세계유산은 과거를 증명하는 공간이자, 미래 세대와 연결되는 문화 관광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자연·복합) 16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기록유산과 인류무형문화유산까지 포함하면 그 외연은 더욱 넓어진다. 1995년 첫 등재 이후 30년 가까이 축적된 성과는 한국 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최근 고대 문명 유적의 연이은 등재는 한반도 역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유산은 이제 ‘명소’가 아니라 한국 여행의 새로운 이정표가 되고 있다. ■ 천년의 건축과 기록, 왕조의 시간을 걷다 대한민국의 세계유산 여정은 1995년 세 건의 동시 등재로 시작됐다. 경주의 불교 예술을 대표하는 석굴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