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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칼럼] “비행기 대신 자동차”…미국의 여름이 바꾼 여행 공식, 한국이 배워야 할 것

[뉴스트래블=김응대 칼럼니스트] 2025년 여름, 미국의 여행은 하늘이 아니라 도로 위에서 피어났다. 비행기표는 줄었지만, 주유소와 고속도로는 붐볐다. 고물가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인들은 여행을 포기하지 않았다. 단지 ‘방식’을 바꿨을 뿐이다.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의 최근 보고서 '미국 내 로드트립 수요 증가, 가까운 여행 대세'(2025.10.30)는 그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 여행자의 63%가 자동차 여행을 선호했고, 70%가 국내 여행을 계획했다. 항공권과 숙박비가 오르자, 사람들은 ‘가까운 곳의 낯섦’을 택했다. 비용 절감, 일정 자율성, 그리고 마음의 여유 - 이 세 가지가 ‘2025년형 여행 공식’이 된 셈이다.

 

미국의 선택은 단순한 절약이 아니다. Bank of America의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 관련 물가는 4% 올랐지만, 여행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호텔에 묵지 않아도, 여행의 본질은 유지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고물가와 환율 부담 속에서 해외 대신 국내로, 멀리 대신 가깝게 가는 흐름이 뚜렷하다. 문제는 우리가 이 변화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읽느냐다.

 

더 흥미로운 건 ‘디지털 디톡스’라는 새 바람이다. 힐튼의 2025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자 4명 중 1명은 휴가 중 소셜미디어를 끈다. 와이파이 없는 산속 오두막, 인터넷이 닿지 않는 롯지 - 과거엔 불편이던 공간이 이제는 ‘힐링의 상징’이 됐다. 조용히 머물며 읽고, 걷고, 대화하는 여행이 디지털 피로 시대의 새로운 럭셔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에도 기회다. 사찰 체험, 한옥 스테이, 치유 숲길 같은 전통 자산이 ‘조용한 여행’의 핵심 콘텐츠로 재조명될 수 있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화려한 조명보다 ‘쉼의 기술’에 있다.

 

중산층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저소득층의 60%가 자동차 여행을 선택했다. 비용을 줄이면서 가족과 함께 떠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다. 미국의 도로 위에서, 여행은 다시 민주적이 됐다. 한국도 고가 패키지 대신 ‘생활형 근거리 여행’을 키워야 한다. 지방 숙박비 지원, 전기차 여행로, 주말형 여행패스 같은 정책이 지금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미국의 소비자심리지수(CSI)는 떨어졌지만, 여행 수요는 여전히 뜨겁다. 사람들은 힘들수록 더 강하게 “어디론가 가고 싶다”고 느낀다.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회복의 장치다. 이건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불황 속에서도, 여행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일한 엔진이다.

 

2025년 미국 여행 시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멀리 가지 않아도, 진짜 여행은 가능하다.” 이제 한국 관광의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어디로 가고 싶은가?”가 아니라 “어떤 여행을 원하십니까?”로.

 

하늘보다 도로 위에서, 숫자보다 경험 속에서 - 새로운 관광의 길은 이미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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