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뉴스트래블) 박민영 기자 = 태국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 북동부 반치앙(Ban Chiang) 마을에서는 약 5천6백 년 전 청동기 문명의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청동기 문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후 중국 남부에서 남하한 타이족과 여러 민족들이 이 땅에 정착하며 오늘날의 태국을 형성해 갔다.
13세기 타이족은 크메르 지배에서 벗어나 수코타이(Sukhothai) 왕국을 세웠다. ‘행복의 새벽’이라는 뜻을 가진 이 나라는 불교와 문자, 예술을 발전시켜 태국 문화의 뿌리를 만들었다. 이후 아유타야(Ayutthaya) 왕국이 400년 넘게 번영하며 동남아 교역의 중심지가 됐고, 인도·중국·아라비아·유럽과도 교류했다. 그러나 1767년 버마 침공으로 아유타야는 무너졌다.
혼란은 길지 않았다. 딱신(Taksin) 왕이 나라를 다시 세우고, 1782년 짝끄리(Chakri) 왕조가 시작되면서 수도는 방콕으로 옮겨졌다. 라마 4세와 라마 5세 시기에는 서구 열강의 압박 속에서도 지혜로운 외교와 근대화를 통해 독립을 지켜냈다. 이 점은 동남아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태국 역사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태국과 한국의 인연도 오래됐다. 14세기 싸얌 왕조가 고려·조선에 사절단을 보내 교류했으나 해적의 위협으로 중단됐다. 하지만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태국은 3650명의 병력을 파견하며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을 도왔다. 129명의 전사자와 1100여 명의 부상자를 내면서도 참전 군인들은 ‘아리랑’을 배워 돌아갔고, 한국에 대한 따뜻한 기억을 후세에 전했다.
1959년 외교 관계가 수립된 뒤 양국은 긴밀히 협력해왔다. 특히 1981년 체결된 사증면제협정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은 비자 없이 태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되면서 교류는 한층 활발해졌다. 지금도 태국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 여행지 가운데 하나다.
태국의 역사는 수많은 전쟁과 위기를 지나왔지만, 늘 새벽을 맞이하며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한국과 태국의 오랜 인연은 과거의 전쟁을 넘어 오늘날 여행·문화·경제 교류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