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 관리자 = 한국의 여행수지가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앞다퉈 해외로 나가 돈을 쓰지만, 정작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남기는 돈은 턱없이 부족하다. 문제는 이 구조가 단순한 관광 현상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는 ‘만성 체질’이 됐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국제수지 통계(2025년 3월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여행수지는 약 12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원화로 환산하면 17조 30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한국은 무려 25년 연속 여행수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2018년 이후 최대 적자폭이다.
반면 국민의 해외 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4년 한국인의 해외여행자 수는 2868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878만 명)에 근접한 수준이며, 전년 대비로는 26.3% 증가했다. 특히 일본은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2024년 일본 방문객은 882만 명에 달해 단일 국가 여행지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야놀자 리서치, 2025년 1월 보고서). 국내 한 푼이면 해외 하루가 가능하다는 ‘저비용 해외여행’ 인식이 국민 발길을 일본과 동남아로 이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한국에 남기는 돈은 여전히 제자리다. 2024년 방한 외래관광객은 1711만 명으로 양적으로는 회복했지만, 소비력은 낮다. 관광수입이 GDP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0.7%로, 일본(+1.0%)이나 태국(+9.5%)에 크게 뒤진다. 관광은 서울·부산·제주에만 집중되고, 지방 체류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문다. 불편한 교통·언어 서비스가 발목을 잡고, 한류 열풍도 소비로 이어지기엔 아직 미약하다.
여행수지 적자는 단순한 통계 문제가 아니다. KB경영연구소 분석(2025년 7월)에 따르면, 이 불균형이 해소될 경우 한국의 GDP 성장률은 0.75%포인트 상승할 수 있으며, 약 17만 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된다. 관광은 더 이상 여가 산업이 아니라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황금열쇠’라는 의미다.
대책은 명확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를 늘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의료·웰니스, 국제회의(MICE), 장기체류형 문화체험 같은 분야에서 일본·싱가포르와 같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내국인들의 지출을 국내로 유도할 정책도 강화해야 한다. 숙박·철도 할인쿠폰과 같은 단기적 지원을 넘어서, “국내에서 쓰는 것이 더 즐겁고 합리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관광은 바다 건너의 화려한 쇼핑몰이 아니라, 우리의 도시와 마을, 그리고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여행수지 적자 25년이라는 오명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한국은 계속해서 경제의 ‘새는 주머니’를 부여잡고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계가 아니라, 국민과 외국인 모두가 한국에서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콘텐츠다. 그것이야말로 한국 관광의 미래를 지켜낼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