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트래블) 정인기 칼럼니스트 = 서울의 한 특급호텔을 예약하던 외국인 관광객 A씨는 결제 단계에서 뜻밖의 추가 요금을 마주했다. 객실 요금 외에 ‘봉사료 10%’가 별도로 청구된 것이다. 팁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왜 이런 요금이 붙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관광호텔의 봉사료 제도는 소비자 신뢰, 국제 관광 경쟁력, 그리고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봉사료는 원래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보상으로 부과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개념이 왜곡돼 서비스 품질과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10%를 청구하는 관행으로 굳어졌다. 문제는 이 봉사료가 법적 근거 없이, 소비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최종 가격에 포함되지 않은 채 청구된다는 점이다. 예약 페이지에는 표시되지 않다가 결제 단계에서야 등장하는 이 요금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불쾌한 ‘가격 트릭’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해외 호텔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미국은 팁 문화가 뿌리 깊어 봉사료 대신 자율적인 팁이 일반적이며, 일본은 ‘오모테나시’ 정신에 따라 봉사료나 팁 없이도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럽은 봉사료를 포함한 총액을 명확히 고지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한다. 반면 한국은 봉사료를 ‘숨겨진 비용’처럼 취급한다.
제도적 공백도 문제다. 관광진흥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어디에도 봉사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음식점에는 ‘최종지불가격 표시제’가 적용되지만, 관광호텔은 예외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서비스의 질과 무관한 요금을 지불하면서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게다가 봉사료가 실제로 직원에게 돌아가는지, 아니면 호텔의 수익으로 귀속되는지도 불투명하다. 서비스에 대한 보상이라기보다는, 호텔의 추가 수익 창출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발간한 '관광호텔 봉사료 실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호텔 이용자들은 봉사료에 대해 “불투명하다”, “서비스 품질과 무관하게 일괄 부과된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은 “팁 문화가 없는 나라에서 왜 추가 요금이 발생하느냐”는 의문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 반응을 넘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중요한 지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호텔 요금에 봉사료와 세금을 포함한 총액을 사전에 명시하는 ‘최종지불가격 표시제’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한 봉사료를 자율적으로 지불하거나, 일본처럼 숙박료에 통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안내 강화도 필수적이다.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명확한 설명은 관광 만족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봉사료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그것이 진정한 ‘서비스의 가치’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다. 봉사료는 그 신뢰를 수치화한 상징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요금 부과는, 서비스의 본질을 훼손할 뿐이다. 한국 호텔 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 재정립이 필요하다. 봉사료 10%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