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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특집] 출국세 2만 원, 현실적인 선택일까?…글로벌 기준 속 한국의 고민

세수를 늘리면 정말 관광수지가 개선될까? 항공료와 해외여행 수요까지 흔드는 현실적 파장

[뉴스트래블=박민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7,000원인 출국세를 최대 2만 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지난해 10,000원에서 7,000원으로 낮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논의는 과거 수준 회복과 국제 평균 수준 맞춤이라는 정치적·재정적 목적이 겹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출국세 인상은 단순히 세율을 올리는 문제를 넘어, 항공·관광산업과 해외여행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세밀히 따져야 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해외보다 낮은 출국세…올릴 만한 명분은?

한국 출국세는 7,000원으로, 일본(약 9,000원), 태국(1만5천 원), 독일·영국 등 유럽 국가(1만 원대~수십만 원)에 비해 낮다. 호주는 6만 원대의 승객세를 부과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해외 평균이 3만 원 수준인데 한국은 지나치게 낮다”며 인상의 명분을 강조한다.

 

하지만 2만 원까지 올려도 여전히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출국세는 단순히 재원 확보 목적뿐 아니라, 관광 서비스와 인프라 개선에도 쓰일 수 있다. 일본은 2019년 국제관광여객세 1,000엔을 도입하면서, 세수를 관광 안내시설, 공항 편의 시설, 지역 관광 재정 등 다양한 항목에 활용하고 있다. 세수 용처가 명확할 경우 국민 수용성도 높아진다는 특징이 있다.

 

◇ 추가 세수는 얼마나 될까? 현실적 기대치

연간 해외 출국자 약 2,860만 명을 기준으로, 출국세를 7,000원에서 15,000원으로 올리면 약 2,288억 원, 20,000원까지 올릴 경우 약 3,718억 원 수준의 추가 세수가 확보된다. 스웨덴 사례처럼 승객수가 약 9% 감소할 경우 실제 추가 세수는 약 3,383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를 2024년 기준 관광수지 적자 14조 원과 비교하면, 출국세 증액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 관광수지 적자는 해외여행 지출뿐 아니라, 국내 관광산업과 항공·숙박·면세점 등 복합 요인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 출국세 인상, 항공·관광 산업에 직격탄?

출국세 인상은 항공권 가격에 바로 반영되며, 단거리·저비용 여행객의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 여행사, 면세점, 공항 운영사 등 관광 연관 산업에도 매출 감소와 경쟁력 약화 부담이 예상된다.

 

해외 사례도 경고음을 준다. 아일랜드는 2009년 항공여객세를 도입했다가 여객 감소로 경쟁력이 떨어지자 2014년 전면 폐지했다. 스웨덴은 항공세 인상 후 운임 대부분을 반영하면서 탑승객이 9% 감소했다. 세금을 올려도 세수가 줄어드는 ‘역효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한국 시장은 단거리·저비용 노선 경쟁이 치열하다. 출국세가 오르면 일부 여행객은 일본, 대만, 동남아 등 인접국을 통한 환승·저가항공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이 경우 국내 항공사와 여행업계는 매출 감소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 국내 관광 활성화, 기대만큼 실현될까?

정치권은 출국세 인상이 국내 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해외여행 억제가 곧바로 내수관광으로 전환되는 것은 확실치 않다. 여행을 포기하거나 저비용 대체 여행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출국세를 올린다고 모든 해외여행 수요가 국내로 전환되지 않는다”며, “국내 관광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 설계와 기대치 설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확보 재원을 국내 관광 인프라 확충과 지역 활성화 등 구체적 정책에 연계하고,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세금 인상 효과가 실질화될 수 있다.

 

◇ 단계적 인상과 투명한 설계 필요

한 번에 7천 원에서 2만 원으로 올리는 대신, 단계적 인상(7→10→15→20만원)과 차등 부과(장거리·단거리, 학생·청소년 할인)를 검토할 만하다. 확보된 세수의 용처를 명확히 공개하면 국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으며, 국내 여행 콘텐츠 개발, 지역 관광 인프라 투자, 친환경·스마트 관광 정책과 결합하면 인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단순히 “해외여행을 막아 국내여행을 늘린다”는 접근보다는, 항공·여행업계와 협력해 산업 경쟁력 유지, 서비스 개선, 지역관광과 연계한 정책 패키지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쓰일까’

출국세 인상은 단기적으로 재정 확보와 관광수지 개선에 의미가 있지만, 동시에 해외여행 위축과 관광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적 명분과 현실적 효과 사이 괴리를 고려할 때, 단순한 세율 조정보다는 단계적·차등적 인상, 세수 사용의 투명성, 관광산업 전략과 연계가 필수적이다.

 

결국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올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쓰일 것인가”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계획과 단계적 조치 없이는, 출국세 인상은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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