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중동 관광시장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한 고소득 관광객층은 글로벌 관광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수요다. 이들은 체류 기간이 길고, 숙박·쇼핑·의료·웰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출을 확대한다. 특히 1인당 소비 규모는 일반 관광객 대비 2~3배 수준으로 평가되며, 의료관광의 경우 수천만 원 단위 지출이 발생하는 고부가 시장이다. 관광객 수가 아니라 ‘소비의 질’이 시장의 가치를 결정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과 유럽 주요 국가는 중동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항공 노선을 확대하고, 비자 절차를 간소화하며, 프리미엄 관광 상품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럭셔리 호텔, 맞춤형 여행 서비스, 의료·웰니스 프로그램을 결합해 관광 자체를 고가의 경험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단순히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많이 쓰는 관광객을 선점하는 전략이다. 반면 한국은 이 흐름에서 뚜렷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중동과의 항공 연결성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비자 제도 역시 높은 장벽으로 작동한다. 일부 의료관광 수요가 존재하지만, 이를 국가 차원의 관광 전략으로 확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동남아 관광객은 돌아오고 있다.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주요 시장에서 한국 방문 수요는 빠르게 회복되는 흐름이다. 이들 국가는 팬데믹 이전 한국 관광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핵심 시장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본질은 단순한 회복이 아니다. 동남아 관광객은 이미 한국을 경험한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재방문 시장’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재방문 시장은 단순히 다시 온다고 해서 유지되지 않는다. 한 번 경험한 관광지는 비교 대상이 되고, 다음 선택에서는 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가격, 콘텐츠, 경험의 질, 이동 편의성까지 모든 요소가 경쟁 대상이 된다. 다시 말해, 동남아 관광객은 이제 ‘유입 대상’이 아니라 ‘선택하는 소비자’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동남아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구조는 단체관광 중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고, 일정이 고정된 패키지와 특정 지역에 집중된 관광 동선도 유지되고 있다. 이미 한국을 경험한 관광객에게 같은 상품을 다시 제시하는 구조다. 한 번 본 여행을 다시 선택할 이유는 많지 않다. 이 사이 경쟁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일본은 지방 도시와 체험형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한국 관광은 늘 한 박자 늦다. 시장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응이 늦어서다. 인도, 중국, 중동, 동남아 어느 시장을 보더라도 흐름은 분명하다. 수요는 이미 존재하고, 기회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그러나 그 기회를 실제 성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은 번번이 뒤처진다.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속도’다. 관광은 타이밍 산업이다. 항공 노선 하나, 비자 정책 하나가 시장 흐름을 바꾼다. 같은 시기, 경쟁국들은 항공 노선을 빠르게 복원하며 관광객을 다시 끌어들였지만, 한국은 회복 속도에서 한발 늦었다. 이 격차는 단순한 시차가 아니라, 결과의 차이로 이어진다. 구조도 문제다. 관광 정책은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다. 항공은 따로, 비자는 따로, 관광은 또 따로 움직인다. 하나의 시장을 두고도 전략은 분산되고, 실행은 엇박자가 난다. 결과적으로 정책은 존재하지만, 전략은 작동하지 않는다. 연결되지 않는 정책은 효과를 만들지 못한다. 민간과 정부의 간극도 크다. 시장은 빠르게 변하는데,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항공사는 수요를 보고 움직이지만, 제도는 규제를 기준으로 움직인다. 관광업계는 변화를 요구하지만,
[뉴스트래블=정인기 기자] 중국 관광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팬데믹 이전 연간 약 1억5000만 명에 달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단체관광이 재개되고, 항공 노선도 빠르게 복원되는 흐름이다. 아직 완전한 회복 단계는 아니지만, 주요 국가들은 이미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 관광은 회복되는 순간 곧바로 경쟁 산업으로 전환된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 속도다. 중국 관광객은 돌아오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항공 공급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주요 노선 역시 회복 속도가 더디다. 단체관광을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수용 구조도 변화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받을 준비가 부족한 상태다. 이 사이 일본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항공 좌석 공급을 확대하고, 쇼핑 중심에서 개별여행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실제로 일본은 팬데믹 이전 대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중국 관광객을 흡수하고 있다. 관광객은 다시 움직이고 있지만, 목적지는 이미 바뀌고 있다. 같은 시장을 두고,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관광의 구조 자체도 변했다. 과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인도는 관광에 1100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선언했다. 관광을 국가 성장의 한 축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매우 분명한 선택이다. 공항을 확장하고 도시를 연결하며, 관광객이 머물고 소비하는 구조까지 설계하고 있다. 관광을 ‘오는 산업’이 아니라 ‘만드는 산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전혀 다른 방향에 서 있다. 인도의 핵심 경제 도시인 뭄바이와의 직항 노선은 6년째 끊겨 있고, 항공편은 델리에 편중돼 있다. 비자 규제 역시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작동한다. 수요는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받아들일 통로는 좁다. 관광객이 없는 것이 아니라,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관광 산업의 본질은 연결이다. 얼마나 많은 도시와 이어져 있는지, 얼마나 쉽게 들어올 수 있는지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된다. 인도는 이 단순한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항공과 인프라, 관광 개발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 움직이고 있다. 관광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돈을 쓰는 환경 자체를 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관광을 ‘관리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다. 노선 확대는 더디고, 비자 정책은 보수적이며, 시장 대응 속도는 경쟁국보다 한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서울의 카페에서 커피는 ‘정지’가 아니라 ‘이동’이다. 주문하고, 받고, 뚜껑 닫고, 나간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손에 들려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모금, 횡단보도 앞에서 한 모금. 10분이면 충분하다. 커피는 기호가 아니라 연료다. 일을 하기 위해, 버티기 위해 마신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카페는 정반대다. 사람들은 작은 에스프레소 잔 하나를 앞에 두고 몇 시간이고 일어나지 않는다. 급한 기색이 없다. 대화를 하다가 멈추고, 다시 웃고, 햇빛을 쬔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 할래?”라는 말은 최소 두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약속에 가깝다 . 커피는 마시는 음료가 아니라, 관계를 붙잡아 두는 시간이다. 우리는 커피를 빨리 비우고 자리를 뜨고, 그들은 커피가 식을 때까지 사람 곁에 머문다. 점심시간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직장인에게 점심은 ‘미션’에 가깝다. 12시가 되면 식당으로 뛰고, 가장 빨리 나오는 메뉴를 고른다. 20~30분 안에 식사를 끝내고 다시 사무실로 복귀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 점심은 휴식이 아니라 업무 사이에 끼워 넣은 공백이다. 크로아티아에서는 점심이 하루의 중심이다. 정오 무렵 상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베트남 관광의 회복을 설명할 때 흔히 가격 경쟁력이나 동남아 수요 반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분석한 베트남 시티투어와 연계관광 구조를 들여다보면, 회복의 핵심은 비용이 아니라 ‘길’이었다. 베트남은 관광객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먼저 설계했고, 한국은 여전히 관광객에게 길을 묻게 하고 있다. 베트남 도시관광의 출발점은 시티투어다. 하노이와 호치민에서 시티투어 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다. 도착 첫날, 관광객에게 이 도시를 어떻게 읽고, 어디까지가 핵심이며, 하루 동안 어떤 순서로 움직이면 되는지를 알려주는 일종의 안내도다. 관광객은 더 이상 헤매지 않는다. 이미 그려진 동선 위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이 길의 끝은 자연스럽게 근교로 이어진다. 하노이 다음은 닌빈, 호치민 다음은 붕따우나 메콩델타다. ‘도시 하루, 근교 하루’라는 일정은 선택지라기보다 암묵적인 공식에 가깝다. 시티투어로 도시의 방향을 잡고, 다음 날 근교로 이동하는 구조는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설계다. 베트남은 이 길을 시장에만 맡기지 않았다. 시티투어를 공공 관광 인프라로 인식하고, 무료 탑승이나 할인 캠페인을 통해 관광객을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여행은 약속된 조건과 현실 사이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최근 여기어때투어 장가계 3박 4일 패키지 상품 사례는, 소비자가 광고 문구를 믿었을 때 겪게 되는 혼란과 불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팁·노쇼핑·풀옵션’이라는 문구는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유혹적 표현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선택관광이 사실상 강요되는 구조였고, 일부 고객은 옵션비를 중국 현지 가이드 가족 계좌로 송금해야 했다. 여행사 측은 “업계 관행”이라 해명했지만, 국내 대표 여행사 관계자들은 “풀옵션이라는 표현 자체를 쓰지 않는다”며 반박했다. 소비자가 이해할 수 없는 ‘업계 관행’을 들먹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군다나 숙소 위생 문제까지 불거졌다. A씨(50대, 여)는 직접 목격하지 않았지만, 패키지 일행 중 한 명이 “토스터기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여행사 측은 객관적 자료가 없음을 이유로 크게 대응하지 않았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가 불편을 호소했을 때 단순히 자료를 요구하며 ‘책임 회피’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안의 환불 내역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종 보상은 상품가와 옵션비 2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지역 관광이 만성적인 '재정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만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24년 보고서(「지역관광사업 재원조달의 새로운 접근」)는 '관광세 도입'과 '민관 정책 펀드'라는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구조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역 관광의 독립적인 미래를 위한 '재원 독립선언', 지금 당장 착수해야 할 미룰 수 없는 숙명이다. ◇ 만성 적자 구조의 뿌리, '공공 재원' 의존증 그동안 지역관광사업은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직접 재정 지원, 즉 '정부의 쌈짓돈'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관광 시장이 고도화되고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대규모 사업이 늘어나면서, 재정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수익성이 낮고 투자 회수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민간 자본은 외면하고, 사업은 늘 만성적인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악순환에 빠진다. '재원조달의 새로운 접근'은 이러한 낡은 틀을 깨기 위한 단호한 제안들을 담고 있다. 특히 관광세 도입과 민관 합동 정책 펀드 구
[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사건이 잇따르며 여행심리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제 동남아는 겁난다”, “조금 비싸도 안전한 곳으로 가겠다.” SNS에 올라온 짧은 문장들은 여행자들의 달라진 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전국 성인 504명 중 68.5%가 ‘동남아 여행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여행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한때 동남아는 ‘가성비 천국’이었다. 저렴한 항공권, 풍부한 음식, 따뜻한 날씨가 여행을 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 이후, 그 익숙한 공식은 깨졌다. 주요 여행사에서는 캄보디아·필리핀 예약이 줄고, 일본과 대만 문의가 늘었다. 가격보다 신뢰, 거리보다 안정감이 선택의 기준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멈추지 않는다. 대신 방향을 바꾼다. 불안한 곳을 피하면서도 여행 욕망을 유지하기 위해, 더 가까운 곳, 더 예측 가능한 환경을 택한다. 이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남은 여행 본능의 현실적 조정이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자유롭게 나가는 것’보다 ‘안심하고 돌아오는 것’을 더 중시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그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