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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 칼럼] 관광객은 늘었지만 관광수지 더 악화…한국 관광의 ‘불편한 진실’

관광객 수는 회복세지만 100억 달러 적자…디지털 불편·낮은 소비·전략 부재가 발목

(뉴스트래블) 관리자 =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7만 명에 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회복세가 본격화되며, 관광업계는 모처럼 활기를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회복의 이면에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다. 같은 해 관광수지는 100억 달러 이상 적자를 기록하며, 한국 관광산업의 체질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관광객은 늘었지만, 그들이 한국에서 지갑을 여는 빈도는 줄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002달러로, 2019년 대비 18.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인의 해외여행 지출은 131억 달러에 달해, 외래 관광객의 소비(77억 달러)를 크게 상회했다. 관광객 수는 회복됐지만, 관광수지는 더 악화된 것이다.

 

문제는 단순한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겪는 불편은 여전히 심각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 지도다. 군사보안상의 이유로 지도 데이터 반출이 제한되면서, 구글맵의 길찾기 기능이 한국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사례다. 2024년 외국인 관광객 불편 신고 중 가장 많은 비중(30.2%)이 구글맵 관련 문제였다는 조사 결과는, 디지털 강국이라는 한국의 자화상을 무색하게 만든다.

 

여기에 외국인 대상 결제 앱 미지원, 다국어 서비스 부족, 복잡한 본인 인증 절차 등도 관광객의 경험을 저해하고 있다. 관광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경험’이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관광을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관광객의 여정을 설계하는 데 있어 글로벌 기준과는 거리가 멀다.

 

해외 사례는 다르다. 일본은 2023년부터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략을 본격화했다. 1인당 소비 100만 엔 이상을 목표로 한 11개 모델 지역을 선정하고, 숙박·가이드·콘텐츠를 통합한 맞춤형 관광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전체 관광객의 1%에 불과하지만, 소비액의 11.5%를 차지한다. ‘많이 오는 관광객’보다 ‘많이 쓰는 관광객’에 집중한 전략이다.

 

유럽연합은 ‘스마트 관광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성, 디지털화, 포용성 등을 기준으로 관광 인프라를 혁신하고 있다. 스페인 발렌시아는 무료 와이파이, 다국어 안내 시스템, 장애인 접근성 강화 등을 통해 관광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관광은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전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관광객 수에 집착하는 양적 성장 전략에 머물러 있다. 디지털 기술 도입에만 집중한 ‘2단계 수준’의 스마트 관광 정책은 외국인과 사회적 약자를 고려한 포용적 인프라 구축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관광이 국가 브랜드와 직결되는 시대에, 한국은 여전히 ‘불편한 나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관광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글로벌 플랫폼과의 연동 허용, 고부가가치 관광객 유치, 스마트 관광 도시 육성, 지방관광 활성화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특히 구글 지도, 우버,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앱과의 연동을 위한 규제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관광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얼굴이며, 문화의 확산이며, 경제의 지속가능성과도 직결된다. 지금 한국 관광이 직면한 위기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다. 관광객 수가 늘었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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