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정인기 칼럼니스트] 정부가 내년 6월까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코로나 이후 얼어붙은 내수를 살리고 관광시장의 활력을 되찾겠다는 의도다. 업계는 환영한다. 텅 빈 객실, 매출 부진에 시달리던 면세점과 대형 쇼핑몰은 숨통이 트일 것이다. 가뭄 끝 단비 같은 소식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체관광은 언제나 양날의 검이었다. 값싼 패키지로 밀려드는 인파는 교통 혼잡과 쓰레기를 남기고, 지역 소상공인이 아닌 대형 업체에만 돈을 몰아준다. 무엇보다 '사드 보복'의 뼈아픈 기억이 보여주듯, 특정 국가 단체관광 의존은 치명적 위험을 품고 있다.
“관광은 북적이지만, 한국은 지쳐간다.”
단기적 효과에 매달리다가는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단순한 매출 부양책에 머문다면, 이번 무비자 조치는 오늘은 축배, 내일은 숙취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무조건 부정할 일만은 아니다. 내수 침체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단체관광객의 유입은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지방 도시와 숙박업소에는 이번 단체관광객이 매출 회복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회를 한국 관광의 체질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전환이다. 단체관광객을 어떻게 개별 체험형·체류형 관광으로 전환시킬지, 쇼핑 중심 패키지를 어떻게 지역 문화 소비로 유도할지가 관건이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관광객의 국적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무비자는 종착지가 아니다. 개별관광 시대로 가는 징검다리여야 한다.”
무비자 정책은 한국 관광의 단기 활력소이자 동시에 자충수로 돌아올 수도 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지금, 정부의 선택은 분명하다. 숫자에 안주할 것인가, 질적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인가. 답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