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남미 북단, 카리브 해와 안데스 산맥이 만나는 땅 베네수엘라. 천연자원의 부와 열정적인 음악, 예술의 나라로 불리지만, 그 이면에는 혼돈과 위기가 공존한다. 카라카스의 활기와 카나이마 폭포의 장엄함은 여전히 여행자의 감각을 자극하지만, 지금의 베네수엘라는 단순한 낭만의 땅이 아니다. 미소 속에도 경계가 필요하고, 자유로움 속에도 위험이 스며 있다.
베네수엘라는 한국보다 13시간 30분 늦으며, 통화는 볼리바르(Bolívar, BF)를 사용한다. 공식 환율과 비공식 환율의 차이가 크고, 외환 통제가 강화돼 있어 환전은 반드시 공항이나 은행 등 공식 창구를 이용해야 한다. 신용카드 복제 등 금융 범죄가 잦기 때문에 현금 결제와 영수증 보관이 안전하다.
◇ 치안과 안전 상황
베네수엘라는 현재 중남미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베네수엘라 전역에 대해 ‘여행자제(2단계)’ 이상을 권고하며, 미국 국무부는 '여행 금지(Level 4: Do Not Travel)’ 경보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납치, 강도, 무장강탈, 정치 불안, 의료 붕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수도 카라카스는 세계에서도 살인율이 매우 높은 도시로 꼽힌다. 총기 소지가 흔하고, 마약 조직과 범죄 집단의 활동이 활발하다. 일반 택시를 이용하다 강도로 돌변한 운전사에게 현금을 빼앗기거나, 교차로에서 오토바이 강도가 차량을 위협하는 사건도 빈번하다.
밤늦은 외출은 피하고, 외출 시에는 귀중품을 몸 가까이 보관해야 한다. 경찰의 부패 문제도 여전해, 단속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이럴 때는 현지 대사관 또는 영사협력원에게 즉시 연락해야 한다.
◇ 문화와 사회적 규범
베네수엘라인은 낙천적이고 가족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음악과 예술, 축제를 사랑하며 파티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식사 시간은 여유롭고, 점심은 2시간 이상 지속되며 저녁은 밤 8시 이후에 시작된다. 약속 시간에 30분 이상 늦는 것은 무례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외국인에게는 일정한 거리감을 두는 편이며, 정치적 이슈에 대한 논쟁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공공장소에서는 단정한 복장을 유지하고, 값비싼 장신구나 전자기기 노출은 삼가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반드시 허락을 구해야 하며, 정부기관·군 시설 인근 촬영은 금지돼 있다.
◇ 여행자 행동 지침
공항과 버스터미널, 시장, 지하철 등 인파가 많은 곳에서는 소매치기가 빈번하다. 현금은 분산해 보관하고 여권 사본을 따로 휴대하는 것이 좋다. 택시 이용 시에는 반드시 ‘TAXI’ 표시가 있는 공식 차량을 이용하고, 호텔이나 상점에서 호출해주는 차량이 가장 안전하다.
도로 교통은 혼잡하고 규칙 위반이 잦으며, 신호를 무시하는 차량이 많다. 적색 신호에서 정차할 경우 총기 강도를 만날 위험이 있으므로, 속도를 줄였다가 통과하는 것이 안전하다. 창문은 낮에도 닫아두는 것이 좋으며, 낯선 사람이 권하는 음료나 음식을 받지 않는다. 특히 시위와 집회는 예고 없이 발생하고 폭력화되기 쉬우므로, 집회 지역은 즉시 벗어나고 영상 촬영이나 SNS 게시도 삼가야 한다.
◇ 교통과 비자 안내
베네수엘라의 버스 요금은 약 0.9BF(한화 500원), 지하철은 0.5BF 수준이다. 택시는 기본요금 15BF이며, 미터기가 없어 반드시 탑승 전 요금을 합의해야 한다. 모토택시(오토바이 택시)는 사고율이 높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인은 관광 목적으로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체류 가능하다. 입국 시 미화 10,000달러 이상은 신고해야 하며, 황열병 예방접종 증명서를 요구받을 수 있다. 전력은 120V / 50~60Hz를 사용하고, 수돗물은 반드시 끓이거나 생수를 이용해야 한다.
국립병원은 시설이 낙후돼 있으며, 의약품 부족으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사립병원은 비교적 양호하지만 비용이 비싸므로 여행자 보험 가입이 필수다.
베네수엘라는 낙천과 혼돈이 교차하는 나라다. 카나이마 폭포의 장엄함과 카리브 해의 푸른 빛은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그 아름다움은 철저한 대비와 경계심 위에서만 안전하게 누릴 수 있다.
화려한 리듬과 미소 속에도 위험은 존재한다. 자연과 열정의 나라 베네수엘라 - 그 진짜 얼굴은 준비된 여행자에게만 허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