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5 (수)

  • 흐림동두천 15.1℃
  • 흐림강릉 15.7℃
  • 흐림서울 16.5℃
  • 흐림대전 19.4℃
  • 흐림대구 19.1℃
  • 흐림울산 19.5℃
  • 흐림광주 22.1℃
  • 흐림부산 21.7℃
  • 구름많음고창 23.2℃
  • 맑음제주 26.3℃
  • 흐림강화 15.4℃
  • 흐림보은 18.0℃
  • 구름많음금산 19.7℃
  • 흐림강진군 23.0℃
  • 흐림경주시 18.6℃
  • 흐림거제 21.8℃
기상청 제공

엘살바도르 여행, 갱단의 그림자 아래 자유의 리듬 속에서

[뉴스트래블=차우선 기자] 태평양의 파도, 시에라 마드레의 산맥, 카스코 비에호의 고풍스러운 골목과 국립공원의 정글 - 엘살바도르는 강렬한 대조로 찬란하다. ‘자유와 연대의 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공동체와 문화가 살아 있지만, 그 생명력 뒤에는 갱단 폭력, 정치적 긴장, 권력의 중앙집권적 흐름이 깊게 잠복해 있다. 이 땅은 자유로운 여행자에게도, 경계 없는 발걸음에는 대가가 요구된다.

 

엘살바도르는 한국보다 15시간 느리며, 통화는 미국 달러(USD)가 공식 통화로 널리 사용된다. 스페인어가 공용어이고, 관광지에서는 영어가 일부 통하지만, 지방에서는 통역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전력/전압은 대부분 지역에서 안정적이지만, 일부 지역에서 공급 불안이나 정전 등이 보고된다.

 

◇ 치안과 안전 상황

현재 엘살바도르에는 2022년부터 시행 중인 비상 사태(State of Exception)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갱단 중심의 살인 범죄율을 크게 낮췄다는 성과를 내세우지만, 동시에 인권 침해와 자의적 구금, 적법 절차의 약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고타 거리만큼 안전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산살바도르 일부 지역 - Soyapango, Ilopango, Mejicanos, San Martin, San Marcos 등 - 은 여전히 범죄와 치안 불안이 집중되는 구역으로 여행자는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도, 폭행, 차량 강탈, 유괴, 갈취(extortion) 등이 일반적으로 발생하며, 특히 공공 교통 이용 시나 밤 늦은 시간대,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위험이 증가한다. 

 

◇ 정치·사회적 긴장과 시위

엘살바도르 정부의 광범위한 비상 권한 확대는 사회 전반의 긴장을 높였다. 2025년 연금 개혁, 광산 개발법, 투표 및 정당 자금 관련 제도 변경 등이 여러 집단 - 원주민, 환경운동가, 시민사회단체 - 의 반발을 불러왔다. 평화로운 시위도 경찰의 강제 해산이나 군 병력 투입으로 격화되는 사례가 있다.

 

특히 El Bosque 커뮤니티에서의 거주민 퇴거 반발 시위가 폭력적 충돌로 발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조치들을 표현의 자유 및 집회의 자유의 제한으로 규탄하고 있다.  법률 개정을 통해 외국 자금 지원 단체(NGO)에 대해 ‘외국인 대행 기관(foreign agent)’ 규제 강화, 기부금에 대한 세율 부과 등이 시행됐으며, 이는 시민단체 활동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문화와 사회적 규범

엘살바도르 사람들은 대체로 가족 중심적이고 공동체 의식이 강하다. 손님 대접, 식사 시간, 축제 등에서 따뜻한 환대를 보인다. 하지만 외부인이나 여행자로서 지나치게 눈에 띄는 행동 - 고가품 노출, 값비싼 장신구 착용, 밤거리 단독 산책 - 은 현지에서는 경계 대상이 되기 쉽다.

 

사진 촬영 시에는 상대의 허락을 구하고, 시위 현장, 정부 청사, 교도소 근처, 원주민 지역에서는 촬영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팁 문화는 정돈된 편이고 식당, 호텔, 서비스 업소에서는 서비스 요금 외에 약 5~10퍼센트가 일반적인 수준이다.

 

◇ 여행자 행동 지침

공항, 버스터미널, 대중교통, 시장 등 인파 많은 장소에서는 가방, 여권, 지갑 등을 몸 가까이에 보관해야 한다. 현금은 많게 들고 다니지 말고, 여권 사본 및 연락처 정보를 여러 곳에 분산하는 것이 좋다. 택시나 셔틀 이용 시, 비공식 차량이나 거리 정류장에서 부르는 택시보다는 호텔 요청 택시 또는 앱 기반 호출 서비스가 안전하다.

 

야간 이동이나 외진 지역 방문은 피하고, 가능하면 낮 시간대를 활용해 이동하는 것이 좋다. 시위가 예정된 날에는 해당 지역 피하기, 군중이 모이는 장소 조심하기는 필수다.  뉴스 및 외교부 여행경보를 사전에 확인하고, 현지 경찰이나 대사관 연락처도 휴대하는 것이 좋다.

 

◇ 건강, 기후 및 기타 유의사항

우기와 허리케인 시즌은 5월부터 11월 사이이며, 이 기간 동안 폭우, 홍수,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산악 도로 및 외진 지역에서 도로 통제가 생길 수 있다. 의료시설은 수도권(산살바도르)에서는 비교적 양호하나 외곽 지역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응급의료비가 높을 수 있으므로 여행자 보험 가입은 필수다. 식수는 가능하면 생수를 이용하고, 공공수도 물은 체질이 약한 여행자에게는 지양하는 것이 좋다.

 

엘살바도르는 갱단의 그림자 속에서도 문화와 자연의 리듬이 살아 있는 나라다. 폭력과 권력의 긴장이 밀도 높게 존재하지만, 그 긴장이 이곳의 삶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이기도 하다. 정면을 응시할 준비가 돼 있다면, 엘살바도르는 그 매혹적인 빛과 십자로엉킨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줄 것이다. 여행자는 자유와 경계, 여유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때 비로소 진짜 엘살바도르를 만날 수 있다.

포토·영상

더보기